[잡설]의사소통

대학 졸업 후,

장교, 증권맨, 그리고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자까지 3가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3가지 서로 다른 조직에서 일해오면서 시간이 지나면 의사소통이 더 쉬워질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개발 조직의 의사소통이 제일 어렵다. 물론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이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는 조직이 아니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 아마 업계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회사중에 하나일 것이다.

먼저 그동안 경험한 조직들과 내 포지션을 비교해보면..

장교 시절에는 직급이 깡패라고 병사들이나 부사관들이 내 의견에 그렇게 크게 반대하는 경우가 없었다. 다른 장교들과 다르게 내 밑 직급의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많이 줬었기 때문에 그나마 의견 제시가 많았음에도 그러했다.

증권사 시절에는 개인 실적제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에 크게 서로 토를 다는 경우도 없었다. 왜? 그냥 각자의 생각대로 각자 업무를해서 성과만 내면 되기 때문이었다.

but, 현재의 IT개발 조직은 그 형태가 다르다. 나는 크나 큰 프로젝트에서 작은 한 부분을 맡고 있다. 모두가 협업을 통해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만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또한 조직의 규모답게 쉽지 않다.

그럼 왜 의사소통이 어려울까?

우선 내 직급이 가장 낮다. 말빨이 쉽게 먹히지는 않는다. 그나마 성깔 좀 부리고, 직급 상관없이 꿀리지 않고 내 의견을 피력하는 업무 스타일 덕에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PL 회의까지 들어간다. 그러니 직급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그 문제는 회의 시간에 가장 잘 드러났다. 회의는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업무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회의에서 새로운 의견, 아이디어 들이 많이 나와서 이러한 내용을 문서화하면 이 회의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내용을 모두가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회의에서 사용되는 언어/용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서로가 다른 개발경험, 사회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보니 조금씩 표현하는 방법이 달랐다. (또한 이 사업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의 언어표현력이 그닥 좋지 않다;;)

누군가는 일반적인 개념을 기준으로 그 표현이 틀렸을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다수의 사람들과 다수의 회의를 통해 본 결과 맞다 틀리다를 구분짓이 어려울 정도로 달랐다.

개발 초기에는 회의를 마치고 나서 일정기간 시간이 지나 재회의를 하여 지난 내용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황당함을 느낀 적이 많았다. 서로가 다르게 이해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먼저 생소한 용어나 개념이 나올 때는 반드시 그림을 그렸다. 단어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표현이 단순하지 않은 경우는 반드시 도식화 하여 서로가 같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가 쉽게 표현될 때까지 계속 풀어서 재정의하였다.

그리고 애매모호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등등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면 나중에 꼭 문제가 생겼다. 본인만 아는 내용을 근거로 저런 표현을 쓰면 서로 의견을 비교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 뭐가 당연한거고 뭐가 상식적인지 정확한 기준이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다 풀어서 설명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모든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고 구구절절 표현하려면 시간 소요가 많다. 희의 안건이 많고, 참여자가 많으면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표현들이 존재하는 것이 맞다.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지식수준과 용어에 대한 정의가 어느정도 확인이 된 상황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제막 시작하는 단계, 혹은 새롭게 찾여하는 구성원이 있을 때는 수고스럽지만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내가 속한 조직내에서 나의 경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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