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관의 죽음

박 사무엘의 아침은 매일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면서 시작된다. 그는 여덟 가지의 매듭법을 알고 있었고 단정하지만 다양한 색상의 넥타이 또한 여덟 개를 가지고 있었다. 선물 받은 넥타이도 있었지만 모두 케이스를 뜯지도 않은 채 서랍장에 모아두고 있었다.

박 사무엘은 그의 직업탓에 작은 금기 하나를 지키고 있었다. 자신의 넥타이는 스스로 고르고 스스로 매어야 한다는, 배우자나 동거인이 없는 그는 어기기도 힘들 것 같은 금기가 바로그것이었다. 집행일 일주일 전부터 그는 여덟 개의 넥타이를 순서대로 매었다. 넥타이는 일주일이 지날수록 하나씩 밀렸고 박 사무엘은 요일과 넥타이를 계속해서 다르게 매어야 했다. 사형수에 대한 제 나름의 예의이자 자신은 죽음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확인이었다.

박 사무엘은 몇 주 전 동료들과 형대(刑臺) 뒤에 섰다. 동료들과 이야기했던 대로 ‘셋, 둘, 하나’를 1/4 박자로 헤아리고 동시에 버튼을 눌렀다. 그는 그 행위가 소름끼쳤지만, 비로소 법을 집행하는 한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무형인 법 아래에서 무형인 판결을 현실로 집행하는 것에 충실하는 것이 좋았다.

박 사무엘은 이틀 전 호송관으로 임명됐다.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인과응보의 적확한 사례로 꼽힐만한 한 수인(囚人)이었다. 그는 자주색 넥타이를 더블 크로스 노트로 매어 수인의 마지막 날을 배웅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건은 늘 갑작스럽게, 아무도 대비하지 않았을 때에 파괴적으로 일어나는 법이다.

박 사무엘은 수인이 정치범이라는 사실도, 암살을 수없이 기도하며 형문을 오갔다가 겨우 얻은 단 한 번의 성취 탓에 사형을 언도받았다는 사실도, 수감된 직후부터 자신의 죽음을 감방 구석에서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런 수인에게 사형(私刑)을 집행하여 모욕적인 죽음을 맞게 하려는 세력이, 호송차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그것이 사고였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운전수의 손은 운전대 위에서 미끄러졌다. 호송차는 경로를 잃고 몇 바퀴를 헛돌다가 가드레일에 쳐박혔다. 박 사무엘은 그때, 준비해 둔 도구로 차문을 부순 뒤 짧은 칼을 들고 수인을 향해 달려드는, 복면을 쓴 사람들을 보았다. 박 사무엘은 법 이외의 것이 수인을 죽이려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박 사무엘은 법의 집행인으로서, 몸을 던져 복면 사내들을 막았다.

그의 자줏빛 넥타이가 더욱 진하게 물들었다. 그의 흰색 셔츠와 카키백 바지가 거무튀튀하게 물들 때까지 그는 괴한을 막았다. 법의 집행인으로서.

이것이 박 사무엘의 죽음이다. 수인은 예정된 시간보다 약간 늦춰진 시간에, 형대에서 늘어뜨려졌다.

끝.

- 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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