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콩을 다녀왔습니다. — 1일차

6/19 일요일 홍콩여행 1일차
오후 5시 가까이 되어서야 홍콩을 볼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도착시간은 11시 40분)



1시 40분에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4시 반이 조금 못 되어 홍콩 공항(첵랍콕)에 도착했고, 출국장으로 나왔다.

여담으로 프롤로그에서 하려고 했다가 못 썼던 얘기가 있는데, 좌석 모니터에 스크린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여린 공대생 마음에 스스로 해결 해보겠다고 리모콘을 이리저리 눌러보다가 승무원 호출하는 버튼을 눌렀는지, 흰 옷을 입은 승무원이 한 분 오셨는데 진짜 너무 빛이 나서 고쳐주세요 라고 부탁드렸다. 이건 진짜 공대생으로써 큰 거다 (물론 사실 정말 내가 고칠 수 없는 문제기도 했다). 이제 더이상 이런 얘기 하지 않겠다. 그치만 그분에게서 진짜 빛이 났다. 믿어줬으면.

타고온 대한항공 비행기

홍콩 입국심사는 생각보다 쉬웠다. 첫 여행인 미국에서의 입국 심사 때 너무 난감한 상황을 겪었던 터라 꽤나 긴장하고 들어갔지만, 정말 말 한마디 섞지 않고 내 여권과 항공권을 보더니 통과시켜 줬다.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몰려오는 그 허무함이란.

미국 입국심사 때 받았던 질문은 입국 목적이 뭐냐, 어디서 잘꺼냐, 입국은 샌프란시스코인데 왜 뉴욕에서 출국하느냐, 어떻게 이동할꺼냐 등등이 있었고, 제일 큰 문제는 너는 왜 E-ticket에 출국일이 OPEN으로 되있냐에 관한 질문이었다.
난 분명히 항공권 예매 할때 2월 12일에 출국하기로 되있었는데, 그 심사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진짜로 OPEN이라고 되어 있었다. 기가 막혔다.
순간 내머리에 가득했던 주위의 시선
어버버 거리면서 벙쪄 있다가, 간드러진 한글 2007의 표와 파란색 빨간색 폰트로 만든 한 달간의 여행 계획표를 보여주면서 “이게 내 여행 일정이다. 믿어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날 입국시켜 줬고, 겨울인데도 정말 식은 땀이 났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입국 때의 억울한 기분이 들어 다시 그 티켓을 봤는데 정확하게 12 Feb를 볼 수 있었고, 뒤늦게 나는 한 번 더 부들부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화물 찾는곳

난 역시 여행짬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여기서 짐들이 나오는 게 순간이 막 기대되고, 신기하고 그랬다. 그치만 기다린 지 15분이 넘어서야 내 배낭이 나왔고, 솔직히 조금 짜증 났던 걸 보니 그 짧은 사이에 짬이 찬 듯한 내 모습이 대견했다. 뿌듯.

공항 로비

공항 로비로 나와서 우선은 쿠팡에서 구매한 바우처로 공항 → 구룡역 을 왕복할 수 있는 AEL(우리나라로 치면 공항철도) 카드를 교환해야 했다. (왕복 2만원 정도)

AEL 티켓 판매소

공항 로비를 나서기 직전에 위의 장소에 들려서 바우처를 보여줬는데, 구룡역에 가서 교환하라고 말해 주시길래,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됐다.

아니, 공항 → 구룡역 을 왕복하는 기차인데, 이 바우처를 구룡역에서 교환하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구룡역에 가라고 하는 거지

라는 상식에 기초하여 얼이 빠졌다. 그래서 다른 티켓 판매소에 가서 이 바우처 교환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이전과 똑같은 대답을 듣고는 세번째 다른 판매소에 가서 어눌한 영어로 따지기 시작했다.(소심해서 같은 곳에 두 번 가진 못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작은 마음의 소유자)

아니, 너네가 생각해 봐, 이게 왕복 티켓 교환 바우처인데 너네가 티켓을 안끊어주면 나는 구룡역에 갈 수가 없고, 이 바우처를 쓸 수가 없는데 이상한 거 아냐?

했더니, 구룡 가는 기차는 그냥 탈 수 있고, 내리기 전에 구룡역 직원한테 바우처를 보여주면 거기서 교환해 준다고 차근차근 얘기를 해줬다.

비틀어졌던 작은 마음이 그제서야 풀리는 순간이었다.

홍콩 만능카드 Octobus 카드 (AEL 카드 X)

창구 직원에게 계속 고맙다는 말을 했고, 홍콩 여행에 꼭 필요한 옥토버스 카드도 같이 만들어 달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50HKD 의 보증금을 받고 100HKD를 충전되어 있는 카드를 준다.. 이 카드는 교통카드로 가장 많이 쓸 수 있고, 일반 편의점, 심지어는 몇몇 소매점들에서도 이 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서, 여행하는 동안 굉장히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손이 부족한 관계로 초점따윈 맞지 않다.

공항에서 해야할 일은 끝나 AEL 승강장으로 이동했고, 곧 기차가 도착해서 탑승.

AEL 내부 모습

내부는 지하철이 아니라 그냥 기차 형태고 좌석도 굉장히 넓고 객실도 넓고 사람도 없어서 정말 편하게 구룡역까지 갈 수 있었다. 속도도 빨랐다!

AEL 타고 구룡역 가는 길
어딘지 모르지만 처음만난 홍콩의 바다
AEL 왕복 카드!

구룡역에 도착하니 개찰구 옆에 정말 info 데스크가 있었고, 바우처를 보여주니 바로 티켓으로 교환해 줬다.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나갔고, 숙소가 특이하게 도미토리가 있는 호텔이라 AEL 카드만 있으면 호텔로 가는 무료 셔틀을 탈 수 있었다.

YMCA 호텔 옆에 있는 페닌슐라 호텔까지 가는 K2 셔틀 버스

구룡역을 나오면서 정말 제대로 홍콩의 기온과 습도를 몸으로 느껴졌다. 약한 사우나 안에 들어와 있는 무거움이 짓누르는 기분이 계속되서 후다닥 버스에 올라타서 에어컨 바람을 쑀다.

참. 중국은 잘 모르겠지만, 홍콩이 영국령이었던 것의 영향인지 문이 왼쪽에 달려 있었고, 차들도 모두 왼쪽으로 다녀서 진짜 신기했다 ㅋㅋㅋ

버스가 출발하고 바깥을 보면서 여러가지 잡생각이 들었는데, 출국 전에 했던 걱정이 떠올랐다.

숙소 체크인 시간이 2시라고 말해줬는데,
(원래라면) 난 오전 12시에 전에 홍콩에 도착할 것이고,
그러면 체크인 전 2시간 동안 나는 그 무거운 배낭을 들고 어디 있어야 하지?

신이 내 기우를 듣기라도 한 듯 마법처럼 원래보다 6시간 늦게 홍콩에 날 보내 주셨고, 나는 체크인 시간보다 4시간이나 늦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침사추이 YMCA 솔즈베리 호텔

버스는 정말 호텔 바로 앞에 날 내려다 줬고, 드디어 홍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날이 벌써 어둑어둑해지려 하고…

처음 마주하게 된 홍콩시내.

아직은 뭔가 낯설고 내가 생각했던 홍콩과 다르게 너무 깔끔. 간판도 조용히 벽에만 붙어있고… 하지만 빨간 택시는 정말 반가웠다.

호텔 로비

로비에 들어와 여권을 보여주고, 가져왔던 은련카드로 3일치 숙박비(396HKD * 3)를 결제하고 체크인을 마칠 수 있었다.

4일간 지내게 될 잠자리

방은 굉장히 깨끗했고,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방에는 나 밖에 없었다. 아래층 침대 B를 배정받았고, 머리 맡에 콘센트도 하나 있어서 편하게 쓸 수 있었다. 개인마다 큼지막한 사물함과 금고도 제공되었다.

위치는 정말 최고였다.

아쉽게도 창문밖 풍경이 도시쪽을 바라본다거나 바다쪽을 바라 보지는 않았다. 창밖에 보이는 건 옆에 있는 초고급 호텔 페닌슐라. 뭐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1일차 1부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