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홍콩을 다녀왔습니다. — 2일차 첫번째
6/20 월요일 홍콩여행 2일차
반대편 홍콩섬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여담으로 시작하면, 전편에서 굉장히 온화하고 포근하게 잠들면서 하루 여정을 마무리 한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은 숙소에 와서 옷도 못갈아입고 침대에 고꾸라지듯이 엎어져서 잠들었다. 중간중간 몇번 잠이 깼을 때, 문득 가방안에 챙겨온 잠옷이 생각났지만 이내 냉철하게 이해득실을 판단해서 다시 잠들었다. 다시 한번 깼을 땐, 미처 빼지 않은 렌즈가 생각나서 그걸 빼고 또 잠들었다.(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아침에 일어났을 땐, 베개도 없이 침대 반대방향으로 엎드려 있었고, 그 와중에 틀어놨던 에어콘이 새벽에 멈춘건지 내가 끈건지, 더워서 이불도 내 팽개치고 자고 있었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내 모습을 봤다면 혀를 차지 않았을까. ㅉㅉ

사실 오늘 여행 계획은 별거 없었다.
홍콩 섬 센트럴로 넘어가면서 여행책을 살펴보면 되겠지 라는 게 자기전에 생각한 계획의 전부였고, 솔직히 너무 피곤해서 내 몸이 건강해야 내 여행도 건강하지 않을까 라는 근거로 12시까지 쭉 자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까라는 생각에, 어제 내가 주중알림으로 날린 7시간이 아까운데 잠 자는 시간으로 여기에 + 시킬 수는 없어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9시 50분쯤에 일어났다.(사실 이 때도 엄청 늦은 시간이지만) 씻고 옷을 갈아입고 준비해서 호텔 로비로 나왔을 땐 거의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땐, 참 맑고 하늘은 높고, 푸르고 색감도 좋아보이지만, 역시 습한 기운이 몸을 바로 감싸서 이내 몇 걸음 걷지도 못해서 땀이 났다.
어젯밤에는 잘 몰랐는데, 하늘과 대비되게 빨간 홍콩택시들과 간간히 보이는 이층 버스들을 보니 진짜 홍콩에 와있다는 것이 또 실감나기도 했다.
일단 오늘은 홍콩섬으로 건너가기로 했기 때문에 스타페리 선착장으로 향한다. 나도 잘 몰랐던 사실인데, 홍콩은 크게 구룡 반도와 홍콩섬으로 나눠져 있다. 중국 대륙쪽에 붙어있는 쪽이 구룡 반도. 내가 묵고 있는 침사추이 지역도 구룡 반도 쪽에 위치해있다. 그리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구룡 반도 건너편에 있는 홍콩섬. 홍콩섬에는 가장 번화가인 센트럴부터 시작해서 완차이, 코즈웨이 베이, 셩 완, 스탠리 등 많은 지역이 있다. 오늘 여행을 시작할 곳은 센트럴.
스타페리는 이 구룡 반도와 홍콩섬을 이어주는 교통수단인데 수상 버스? 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바다를 건너가는 데 5분정도 소요되지만 1회 편도 가격이 2~3 HKD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할 뿐더러 바깥 경치를 보는 것도 쏠쏠했다.

스타페리 선착장에 가는 도중 어제 사먹었던 허유산을 또 방문했는데 아직 열기 직전이라 일단은 패스.

길을 가다 보니 엄청나게 큰 배가 빅토리아 하버에 정박해 있는데(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엄청나게 크다. 서울시청 만한정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마카오로 가는 크루즈가 아닐까. 홍콩과 마카오는 가까워서 배타고 1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 한다. 3일차에 갈까말까 고민을 했지만, 오늘 저녁에 숙소에 도착하면 생각하기로 했다. 미래의 내가 알아서 잘 결정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사진을 보면 출입구가 2개 인데 바닥이 파란색인 곳은 옥토퍼스 카드를 사용해서 가는 곳이고 초록색 입구는 토큰을 구매해서 지날 수 있는 것 같다. 어제 사 놓은 옥토퍼스 카드를 사용했는데 너무 인식이 잘 되서 당황했다. 이거 진짜 기계만 제대로 있으면 길에서 삥뜯기는 건 일도 아니겠는데. 옥토퍼스치기.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니 홍콩섬에서 침사추이쪽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내리고 들어가라고 신호를 준다. 처음 앉은 자리가 바깥이 잘 안보여서 창가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탄지 3분도 안되어서 배가 출발했다.

바다 위를 달리니 바람도 꽤나 불고 바깥 경치도 좋고, 타고 가는 동안 기분이 꽤나 좋았다. 그 와중에 사진은 얼마나 못찍었던지. 이게 제일 잘나온 정도.
어제 밤에 봤던 야경도 나쁘진 않았지만 이렇게 낮에 보는 홍콩이 좀 더 좋은 것 같다.

센트럴로 가는길이 생각보다 멀었다. 이름이 센트럴인 만큼 어느정도 도심으로 들어가야해서 뚜벅뚜벅 걸었다.

바깥을 보니 관람차가 있는데 낮에는 운영하지 않는 것 같다. 구름이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끼지. 저 관람차가 예전 마녀사냥에서 홍콩 갔을 때 탔던 관람차 인 것 같다. 실제로도 엄청나게 큰데 주변은 되게 좀 허허벌판이다.



10분쯤 계속해서 걷다보니 센트럴에 거의 다 왔는지 IFC 몰이 나왔다. 그 바로 옆에 있는 애플스토어도 보였다. 애플스토어 왼쪽에 있는 빨간색 마크는 홍콩 지하철인 MTR을 가리키는 마크다. 그래서 나는 저기가 센트럴 역인줄 알았는데… 홍콩역이였다. 얼마나 나는 더 걸어야 하는건가.

걸어가다 보니 땀이 너무 나서 잠시 IFC몰 안으로 들어가 앱등이답게 애플 스토어를 구경했다.
애플 스토어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인상은 별로 좋지 못한데, 처음 방문했던 샌프란시스코 애플 스토어에서의 두가지 경험때문에 그런 것 같다.
첫째는, 근처 역에 내려서 애플 스토어를 찾으려고 지도를 펼쳤는데 약간 허름한 여자분이 와서 “내가 도와줄까?” 라고 물었던 것 같다.(지도에 신경쓰느라 잘 못들었지만 아마도 그랬겠지) 그래서 나는 지금 애플 스토어를 찾고 있다고 말했는데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고 하더니 정말 30초거리에 애플 스토어가 있었다. (미국여행 내내 느꼈던 미국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절했었다. 이 사람만 빼고…) 그러더니 뜬금없이 내가 너를 여기까지 데려다 줬으니 5달러를 달라고 했다. 첨엔 좀 얼탱이가 없었지만, 이게 미국 문화인가? 팁 같은거? 기브앤테이크? (미국 여행 중에 처음 도착한 도시가 샌프란시스코였다) 라는 생각에 (첫 도시라 남은 돈도 많다고 생각했을테니) 5달러를 선뜻 주었다. 그러더니 별 고맙다는 말도 없이 쿨 작별. 여행을 하면서 나중에 들었는데 좀 허름한 사람이 느닷없이 선행을 베풀겠다고 하면 괜찮다고 말하는 게 좋다고 하기도. (그치만 사실 예쁜 분이어서 마음이 훈훈. 빈부격차 및 불균형 해소. 사회문제에 이바지)
둘째는, 애플 스토어에 들어가서 당시에 관심있던 아이팟 나노(무려 mp3 플레이어 쓰던 시절!) 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구경하던 도중 옆에 있던 직원이 자꾸 눈치를 줬다. 별 다르게 한것도 없는 데, 그냥 트랙패드돌려보고 있었는데. 그러더니 다가와서 너무 오래 만지지 말라고 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약간 인종 차별적으로 느껴진 듯한 뉘앙스가 있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커서 2년뒤 훌륭하고 충실한 앱등이가 되었고, 이것을 토대로 어떤 것에 대한 내 편견은 구매 성향에는 아무런 영향을 못미친다는 교훈을 얻었다.

센트럴 가는 길에 색감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었더니 잘나왔다. 야자수에 빨간 택시에 이층버스 그리고 마천루들.

센트럴로 들어서니 침사추이에서 못봤던 트램들이 돌아다녔다! 날씨도 쨍해서 완전 화창하고 색감도 좋고, 내 땀은 여전히 흐르고. 센트럴을 가로지는 대로엔 큰 은행들도 많고 명품 샵들, 보석상들 등 내노라 하는 브랜드 들이 가득했다. 우선은 각설하고 일단은 뭔가를 먹어야 했기에 제일 먼저 생각난 에그타르트를 먹어보기로 했다.
평소에 간식거리나 과자에 별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드라마나 예능에서 홍콩이 나오면 에그타르트를 꼭 먹는 장면을 봤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내 머리가 선명하게 각인이 되어있었나 보다. 여행 계획할 때부터 뭘 먹을까 중에 제일 먼저 들어갔던 게 에그타르트 였으니.
홍콩에서 에그타르트 가게 중 제일 유명한 타이 청 베이커리를 찾아가기로 했고, 마침 거기에 가는 길이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미드레벨(Mid-level)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되는 길이라서 그 쪽으로 향했다.
아 그리고 홍콩에서 느꼈던 이상한 점은, 이 더운 날씨에 건물 근처만 가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에어컨을 세게 튼다는 점이었다. 어떤 빌딩이나 가게는 심지어 문이 없거나 열려있는 개방형으로 되어 있는데도 그렇게 에어컨을 세게 틀어 놓는다는 게 참 내 생각에는 에너지 낭비처럼 느껴졌다. 각각 가게고 맨션 마다 에어컨을 그렇게 세게 트니 바깥에 다닐 때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실외기 물방을 맞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라 이따금씩 짜증이 치솟았고, 이게 얼마나 심했으면 나중에는 바닥을 보면서 걸으면서 바닥이 젖은 자국을 일부러 피해다니는 노하우까지 생겼을 정도
다들 에어컨을 조금만 탄력적으로 틀어도 도시 온도가 1~2도 쯤 내려가지 않을까라는 공대생적인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공식까지 있었다면 계속해보고 싶을 정도

지도가 정확하지 않고, 길도 복잡했을 뿐더러, 더워서 제정신이 아니라 입구를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제대로 도착했다. 막상 타보니 1개로 되어있는 긴 에스컬레이터가 아니고 중간 중간 끊겨 있는 에스컬레이터 였다. 800m 쯤 된다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면서 센트럴 구석 골목들을 볼 수 있었고, 삐까뻔쩍한 센트럴 대로변과는 또 다른 진짜 내가 상상했던 간판들이 삐죽삐죽 경쟁하듯 튀어 나와 있는 홍콩 느낌이 물씬 났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 타이청 베이커리를 찾았는데 처음에는 간판을 안 보고, 유명한 곳이니까 사람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곳을 찾고 있다가 지나쳐 버렸다. 분명 가이드북 지도에 있는대로 근처를 뒤졌는데 인파가 몰린 곳이 없어서 어제에 이어 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칠뻔했지만 다시 가보니 정말 그 위치에 있었다. 안에 들어가보니 정말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 내가 생각해도 이 여름에 더운 홍콩으로 여행와서 저 뜨겁고 텁텁한 에그타르트를 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여튼 에그타르트 하나에 8 HKD 였고, 우선은 한개만 사서 맛을 보기로 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한입 물었을때는 이거 그냥 계란빵인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이내 먹을수록 진짜 풍미도 쩔고 계란도 딱 적당하게 달달해서 진짜 좋았다. 기대치는 충족한걸로!


에그타르트가 맛있었지만 목이 텁텁하고 더운건 어쩔 수 없어서 밥 먹기전에 목을 잠깐 축여야 했다. 근처 세븐일레븐에 들려서(홍콩에서 편의점은 세븐일레븐 밖에 없는듯…) 미닛메이드 사과맛을 하나 샀다. 그 외에도 편의점 음료랑 과자 구경도 좀 하고 나왔다.

목을 축였으니 이제 점심으로 먹을 딤섬집을 찾아 갔다.

이 가게는 센트럴 소호에 골목에 숨어있었고, 센트럴에서 유명한 팀호완이라는 딤섬집 출신 주방장이 독립해서 만든 가게라고 한다. 가게명과 달리 개업은 2014년에 했다고. 가게 안에 보니 사람이 빼곡하게 있었는데 혼자 왔다고 하니까 들여보내 주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식당에서 합석이란 걸 해봤다. 홍콩에서는 생각보다 합석이라는 게 자연스럽다고 했는데, 이렇게 직접 마주하니 사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애써 태연한척.
마침 주문하려고 하니 같이 합석하셨던 분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셨다.



내가 주문한 것은 101번 새우 하가우, 106번 게살 샤오롱바오, 201번 구운 차슈바우, 마지막으로 사과 키위 주스 하나. 주문지에 원하는 항목에 체크하거나 숫자를 적어서 종업원에게 드리니 주문 완료.

난 근데 진짜 생각이 없었던 게, 저렇게 시키면 메뉴 1개에 딤섬이 1개씩 나올꺼라고 생각하고 와 진짜 딤섬은 비싼 음식이구나. 진짜 핵 맛있게 먹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오랜만의 사치인데 부리는 김에 혹여나 배부르게 못먹을까봐 더 시킬 생각도 하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네


3개씩 나오는구나.
먹어야 될 양이 총 3배로 늘었고, 순간 이걸 내가 다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다먹으면 난 진짜 돼지일텐데.


솔직한 평은 그냥 보통이었다.
물론 세 메뉴 중에 샤오롱바오가 제일 맛있긴 했지만, 첫번째 샤오롱바오를 먹는 순간 이게 음식을 입에 넣은 건지 쇳물을 입에 부은건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너무 뜨거운데, 마침 테이블에 새로운 외국인 2분이 합석하셔서 차마 먹던 걸 뱉을 수도 없고. 진짜 울다싶이 딤섬을 씹었는데 흘러나오는 육즙이 맛있는데 그 와중에 또 너무 뜨겁고. 아프고. 정신이 혼미하고. 내가 이걸 먹으면서 이렇게 신경쓸게 많을 지 처음 알았고. 결국 입안을 다 데어서 앞에 있는 물을 따라 마셨는데 보온병이었고. 미각을 점점 잃고. 울고.
하가우는 그냥 평범하게 맛있는 새우만두였고, 특히 구운 차슈바오는 맛은 있었지만 1개 먹고나니, 속은 너무 달고 짠데다, 겉의 빵은 텁텁하니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나는 결국 9개의 딤섬을 다먹었고, 내가 상상하던 그 돼지가 나였다.
마지막으로 홍콩에 와서 처음으로 합석을 경험했고, 원래 계셨던 분 2분 + 새로 오신분 2분을 포함해서 나는 모르는 분 총합 4분과 함께 식사를 마쳤다.
딤섬 정복.
내 입맛엔 비비고 왕교자가 최고인 것 같다.
2일차 1부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