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 U.X. — 사용자 경험 이해하기 — 2

지난 글을 통해 UX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추가적인 이해를 위해 설명을 좀 더 해볼게요

WonderGlass | Morphing Installation on Vimeo

#공간 디자인

개인적으로는, UX를 이해할 때 공간 개념에서 차용하여 도움을 받곤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앱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공간 디자인 쪽에서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대학교에서 한창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에는 사람이 (사용자가) 특정 공간에서 경험하고 행동하는 것을 내가 설계하고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나는 일이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어떤 디자인이나 설계를 했을 때 사용자들이 그 디자인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반응해 주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

자주 드는 예시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아무것도 없는 모래사장 허허벌판에 관광객들이 있는데 제가 여기에다 아무것도 아닌 2미터짜리 나무기둥을 바닥에서부터 수직으로 그냥 꽂아놓았다고 쳐요 실제 일화는 아니에요, 그러면 아무것도 아닌 허허벌판에 무언가 상징물이 생기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 기둥에 시선이 자꾸 머물게 되고 호기심이 생겨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되고, 아무 의미도 없는 기둥 옆에서 셀카를 찍고 낙서를 남기고 가는 상상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한 행위(바닥에 기둥을 꽂아놓는 것) 가 그 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이죠.

여하튼, 다른 디자인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공간설계나 건축설계는 인간의 일반 생활패턴을 기본적으로 품고 가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공간 디자인은 그 결과물이 조형적으로 아름다워야 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그 공간 안에서 활동하고 생활하려면 사용하기에 불편한 요소가 없어야 하거든요 아무리 그 공간이 이쁘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살지 못하는 집이면 그것은 사용성이 풍부한 공간으로 값어치를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버림받는 곳이 되니까요. 실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그 사람에 대한 정량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면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시도들은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 같이 체계적으로, 그러면서도 혁신적으로 실제 공간에 적용되었죠.

현대 건축의 5원칙
1. 철근 콘크리트 기둥인 필로티(pilotis)로 무게를 지탱하고 건축 구조의 대부분을 땅에서 들어 올려 지표면(1층)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만든다. 
2. 건축가가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도록 구조 기능을 갖지 않는 벽체로 “자유로운 입면”(façade)을 만든다.
3. 훨씬 채광 효과가 좋은 길고 낮은 “띠 유리창”을 사용한다. 
4. 지지벽이 필요 없이 바닥 공간이 방들로 자유롭게 배열된 “열린 평면”을 만든다. 
5. 건물이 서기 전에 있던 녹지를 대체하기 위해 옥상 위에 “옥상 정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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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대적 기술을 사용한 건축 연구를 했고 도미노 시스템이라 불리는 현대 건축의 토대가 되는 구조를 발표했다, 또한 이 이론 중 현대 건축의 5원칙을 발표해서 건축가마다 공법과 미의 기준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달라 통일되지 못하였던 과거의 건축에서 선진화되고 정형화된 건축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어 현대 건축의 핵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대한 공헌을 했다. — 나무위키 [르 코르뷔지에]
르꼬르뷔지에의 모듈러 스케치 — 인간의 자세에 따른 치수를 형식화 하였다
르꼬르뷔지에의 모듈러 — 황금비와 인체 측정학, 피보나치 수의 개념들이 반영되어 있다

UX 디자인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앱(혹은 서비스)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에 맞춰서 설계를 해야 해요. 사용자가 처음 진입해서는 무슨 행동을 하고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기대감을 갖고 왔는지를 예측하거나 측정해서 알맞게 적용해줘야 합니다.

우선, 평소에 자신과 주변에 대해 관찰을 많이 하고 기록해두어야 하고

http://www.sandysdrawingroom.com

실제 디자인을 할 때 특정 공간에 요소를 집어넣게 되면 의도를 가지고 각 부분을 설계하고 배치를 하는 것이고

http://klustermc.net/landscape-design-sketch-simple/landscape-design-sketch-simple-impressive-illust

그렇게 잘 짜인 공간은 사용자들에게 공간에 맞는 행위를 유도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느끼게 하죠

#전시기획

잠시 이야기를 산으로 보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건너뛰고 보셔도 됩니다…)

UX설계는 전시공간을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1일 1000명의 관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의 작가 전시를 기획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미 작품은 작가를 통해 공수가 가능한 상태이고 작품의 배치와 입장료의 가격 등 세부적인 운영내용들을 고민해야 할 거예요.

- 1000명의 전시장 방문객 중 6%인 60명은 표 파는 곳까지 왔다가 티켓이 너무 비싸서 문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갔어요. 가격 책정을 신경 써서 했지만 방문객 모두를 유입하기는 어려웠네요. 나머지 방문객들의 1/3은 작가를 잘 모르지만 홍보가 잘 되어서 때문에 전시를 보러 왔고, 그래서인지 입구 근처에서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는 관객들 때문에 1관이 혼잡해져서 관람객들의 불만이 쌓였습니다. 설명 문구가 지나치게 한 곳에 몰려있거나, 여럿이 동시에 읽기 힘들어서 병목현상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이에 전시 준비 관계자는 개인용 팸플릿과 음성 설명 기기를 빌려가기 쉽게 비치했고, 대기실을 따로 두어 최대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순차적으로 입장시켜서 혼잡이 좀 나아졌습니다.

- 전시 오픈 후 두 주 정도 관람객을 관찰해보니 특정 작품을 오래 감상하는 관객들의 비중이 많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공간에 여유가 있어 작품 주변에 빈백 의자와 벤치를 두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 감상을 가능하게 하자 해당 작품이 온라인에서 많이 보이고 입소문도 많이 나서 이전보다 손님들이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 전시가 입소문이 나자 작품을 개인 소장하고 싶은 아트 컬렉터들과 유명인사들이 그림들을 보고, 사가고 싶다고 개별 연락이 왔어요. 이미 전시 오픈 전날 특별 초대권을 발부해서 사전 론칭 행사를 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유명세가 좀 덜했었나 봐요. 그래서 부득이 오픈 이후 관람을 희망하시네요. 이 사람들은 근데 사회에 알려진 유명인사들이라 가능하다면 메인홀만 보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형평성에 어긋날 수도 있지만, 이 사람들이 다녀가면 인스타에 사진도 올릴 거고 바이럴(Viral)이 더 잘되어서 작품 판매 수익 이외에도 전시 홍보 효과도 생기기 때문에 막아두었던 개별 통로를 오픈해서 VIP용 동선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전시장 마감 시간 이후 별도의 운영을 해야 하는 비용이 들 뻔했지만, 이를 줄이고 다른 관객들과의 접촉도 약간이라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 전시 한 달쯤 후 소방방재청에서 개선 권고안이 나왔습니다. 일부 화재 시 위험이 생길만한 부분과, 안전을 위협하는 동선이 문제 되었다고 하네요, 또 장애인 인권센터에서 장애우들의 전시 동선 확보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도 재보수를 해야 해요. 그래서 공사기간 동안 3관을 임시로 클로즈하고 보수공사에 들어갔고, 이 기간 동안 전시를 보러 와서 3관을 못 본 사람들에게는 재 방문을 가능하게 하는 티켓을 다시 끊어주고 보상으로 작가 기념품을 나누어 주었어요.

- 등등… 전시 오픈 전에 이미 많은 내용들이 고려되고 설계되었겠지만, 실제 전시를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조건들을 꾸준히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UX 디자인의 한 가지 속성입니다. 시작부터 무결점으로 완벽하게 준비를 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물론 다른 전시 준비를 통해 쌓여왔던 노하우들이 많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오픈을 한 이후에도 꾸준히 개선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느낌이 오시나요?

#다시, 사용자 경험

UX 디자인은 영화나 소설같이 잘 준비해서 출판이나 상영을 하고 끝나는 성격이 아니에요. 전자 제품들도 매해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서 기능 개선과 디자인 개선을 하듯 UX 디자인도 더 짧은 반복 주기의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수정 사항들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며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을 합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 조형요소뿐 아니라 다른 외부 요인들이 잘 짜이고 조율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많이 발전해서 고객 경험 디자인 이라던가 브랜드 경험 디자인 그리고 서비스 영역의 디자인까지 개념을 확장해서 적용하고 있어요.

사용자 경험의 요소(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66260829&orderClick=LAG&Kc= 제시 제임스 개럿 저) 라는 책에서 좋은 글귀가 있길래 가져와봤어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종종 맥락의 문제를 다룬다. 미적인 디자인은 커피 메이커에 달린 버튼이 매력적인 형태와 질감을 갖도록 한다. 기능적인 디자인은 그 버튼이 제품의 적절한 기능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이에 비해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기능의 중요성에 비해서 버튼이 너무 작지는 않나?” 같은 질문을 통해 버튼의 미적인 면과 기능적인 면이 제품의 전반적인 맥락과 잘 어우러지도록 하며 , 또한 “같이 쓰이는 다른 버튼들과 비교했을 때 이 버튼의 위치는 적절한가?” 같은 질문을 통해 버튼이 사용자가 의도한 목적의 맥락에 맞게 동작하도록 한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 참 멋지죠? ㅎㅎ 또 그렇다고 예시로 나와있는 기능적인 디자인이라고 해서 단순 기능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위대한 디자이너들은 본능적으로 이렇게 다각도에서 사용자를 위해 고민하고 설계했어요. 사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위대한 사업가, 위대한 과학자들도 모두 중요시했던 부분이지만 각자가 맡은 역할이 더 고도화되면서 더 전문적으로 살펴볼 사람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외쳐 사용성!!)

개별 기능이나 혹은 전체의 콘셉트를 정할 때 사용자가 무조건 존재할 것이고 설계자가 그 사용자에게 주고 싶은 사용자 경험이 있을 거예요 그것을 정하고 나면 이제 어떤 콘텐츠 일지 무슨 기능일지 혹은 어떤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돼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 과정 중에 사용자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적절한 인터랙션도 필요하고요

이것들 중 뭐를 꼭 제일 먼저 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UX 디자인을 하다 보면 인터랙션을 제외한 이 5개는 무조건 한 번씩 짚어보고 진행해야 방향이 흔들리거나 원래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엉뚱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인터랙션의 측면에서 위 5가지를 더 충족시켜준다면 사용자가 보다 쉽게 콘텐츠를 접하거나 좋은 사용자 경험을 얻게 하기 쉬워요. 단어들만 봐도 대략 어떤 느낌인지 이해 가시죠? 사람들이 유용함을 느껴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고 사용하기 편해야 하겠죠 그리고 상대적으로 배우기 편한 것들이 아무래도 손쉽게 쓰기 좋을 것이고 기본 이상의 미적인 요소를 갖추면 유리하겠죠 그리고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감성적인 면도 갖추고 있다면 사람들이 그것에 애착을 가질 것이에요.

이렇게, 7가지로 UX를 평가하는 접근도 있군요, 근데 찬찬히 보시면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어찌 되었건 사용자가 사용하기 가장 좋은, 사용하고 싶은 어떠한 것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고요. 결국은 UI부터 인터랙션, UX에 이르기까지 뭉뚱그려서 생각하자면 행위의 주체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고 만족감을 주는 것이 UX 디자이너의 사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메인 블로그 사이트를 브런치 매거진으로 옮겼습니다. 미디엄이 좋긴 한데 한글 폰트가 미려하지 않다는 점과 한국어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브런치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당분간은 미디엄과 브런치 두 곳에 동시에 올릴 계획이지만 추후 이 블로그들을 영문화 하여.. 미디엄은 영어로 된 글을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