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노쉬 스타터킷 후기

혼자 살면서 사내식당이 없는 회사를 다니면 점심시간이 꽤나 스트레스다. 나가서 외식을 해야 하는데, 홍대 주변에서 맛있고 배부른 식사를 하기 위해선 평균 8천원이 소요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흙수저에게 있어선 상당히 비싼 금액이다. 그렇다고 편의점에 있는 ‘밥처럼 생긴 무언가'를 매일 먹는 것은 나한텐 무리.

불규칙하고 필수 영양분따위는 잊어버린 식사를 자주 하는 나에게 있어서 평일 점심만큼은 균형잡힌 식사를 저렴하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식사대용품이 생각났다. 식사대용품이란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물에 타서 먹는 가루(?)다. 미숫가루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그 가루에는 탄단지와 같은 필수 영양분이 모두 들어 있어서, 이것만 먹으면 어느정도의 영양분은 섭취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식사대용품은 2013년 미국에 출시된 소이렌트(Soylent) 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국내에선 최근 랩노쉬, 밀스 오리지널 이라는 두 제품이 가장 인기가 있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소이렌트는 배송도 오래 걸리고, 배대지 써야 하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국내 제품 중 가장 인기가 있는 랩노쉬를 구매해봤다. (3종류의 맛이 하나씩 있는 스타터킷을 구매했었다.)

회사에 도착했다. 포장을 상당히 미래적인 느낌이 나도록 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SF영화의 노오예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처럼 생기지 않나 싶기도 하고.

저 비닐을 까보면 3개의 맛이 담겨있는 이쁜 통이 나온다. 각 통에는 가루가 들어있고, 이 통에 적정량의 물을 넣어서 흔들어 먹으면 된다. 왼쪽부터 그린 씨리얼, 쇼콜라, 그래놀라 요거트라고 부르는데, 이름에서 대강 어떤 맛인지 유추가 가능하다.

그린 씨리얼의 경우, 약간 녹차맛이 느껴지며 씹을 수 있는 작은 알갱이들(씨리얼)이 있다.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고 무엇보다 씨리얼 알갱이들이 있기 때문에 좋다. 이것도 엄연한 식사의 한 종류인데, 턱 관절을 사용하지 않은 식사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아무래도 무언가 참기가 힘들다.

쇼콜라의 경우, 그냥 물에다 타서 먹는 제티의 맛이라 해야 할까? 엄청 달달한 초콜렛 물? 뭐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엄청 달고 초코의 향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단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한테 있어선 3가지 중 최악의 맛이었다.

그래놀라 요거트의 경우, 상당히 시큼한 요거트의 맛이며, 약간 씹을 수 있는 건크랜베리 알갱이들이 있다. 물을 넣고 흔들었을 뿐인데 걸쭉한 요거트가 되는 것이 꽤나 신기했다.

주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바로 포만감이었다. 광고에는 포만감이 적절하게 느껴진다고 적혀있는데, 난 포만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배가 부른건 아니지만 배가 고프지도 않는 느낌이랄까? 그 느낌이 대략 5시간 넘게 지속된다. 몇몇 사람들은 이 느낌이 어색하다고 하는데, 난 오히려 점심에 식사를 하고 나서 느껴지는 포만감이 꽤나 불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느낌이 나는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식사에서 느껴지는 만족감도 상당한 것은 분명하다. 점심식사를 식사대용품으로 해결하다 보면 그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저녁엔 평소보다 더 맛있는 것을 먹고싶어졌다.

여러가지 장단점이 있지만, 3개 모두 마셔본 느낌은 꽤 긍정적이다. 힘든 노력을 하지 않아도 쉽게 필수 영양분을 얻을 수 있었고 점심시간이 상당히 유연해졌으며, 무엇보다 메뉴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랩노쉬를 먹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식사대용품을 아예 안먹지는 않을듯 하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Cooked: 요리를 욕망하다' 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인 마이클 폴란은 요리가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씹는 노동으로 부터의 해방이라고 했는데, 요리 덕분에 음식을 덜 씹고 소화하기 쉬워졌으며, 남는 에너지는 다른 창조적인 활동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턱 관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식사대용품이 대중화 된다면 그것은 인류에게 발전의 요소가 될까? 아니면 요리를 아예 하지 않기 때문에 퇴행을 하는 것일까? 식사대용품을 마시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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