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4년 여성영화제 1
파푸샤/ Papusza, 2013
-. 집시 여성 중에 최초로 시집을 출간한 폴란드 출신 집시 여성 파푸샤의 삶을 그린 영화. 여러 시간대를 오고 간다. 집시들은 자연 속에서 살고 계속 이동을 하기 때문에 흑백 화면과 풍경, 집시 음악이 합쳐져서 상당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 집시들이 유대인과 자신들을 어느 정도 동일시했나? “아무리 바보 같은 유대인, 집시라고 해도 똑똑한 독일인보다 낫다. 집시의 재능을 질투했기 때문에 죽이려고 했다” 는 이야기.
-. 집시들은 글을 배우지 않고 (글자를 배우면 악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생각) 마차를 타고 계속 이동하고. 숲에서 생활하고. 무엇보다 ‘집’을 거부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숲에 다 있디. 집은 필요없다” 땅 위에 있는 건 모두 가져와도 된다고 생각한다(닭을 훔치고. 심지어 ‘돈을 주고 산’ 닭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파푸샤의 남편.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문화)
-. 소비에트 시기에 폴란드에서 집시들을 정착시키려는 강력한 움직임. (아마 다른 중부유럽, 소련도 마찬가지였을텐데) ‘집을 주고 아이들을 학교에 다니게 하라’는 정부 제안에 고민, 내부 갈등. 학교에 보내기 싫고, 집에 들어가서 사는 것도 싫다는 입장도 많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정착. 그러나 정착하는 순간, 그저 곤궁한 삶을 견뎌야 하는 가난한 이민족이 되었던. 영화를 보는데, 슬로바키아 라보체 지역이 떠올랐다. 그곳도 명백히 집시 정착촌이었을 것이다. 지역 주민 중 상당수가 집시들이었다. 폴란드를 비롯해 중부유럽(그리고 동유럽)에서 집시들의 정착 이후의 삶과 현대 집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분명히 연결되어 있을 것.
-. 글을 배우고 싶어해서, 닭을 잡아와 그 댓가로 글을 배우고. 그게 알려지자 맞고 혼나고. 글을 쓰는 것이 본능에 가깝고 그것에 다른 의미부여를 하거나 ‘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데. 그 폴란드 작가가 집시에 대한 책을 출판하게 되자, 집시 공동체 내부에서 ‘우리의 비밀을 팔아먹은 여자’로 공격당하고.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외부에 퍼져나갈 상황이 되어서 정신을 잃게 된다. (집시들은 정착해서 사는 것, 외부에 자신들의 비밀이 알려지는 것 두 가지를 극도로 두려워했다는 것이 영화에서 그려진다)
-. 외부인이 어떤 공동체에 들어와서 어울려 살게 되고. 그 중에 재능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할 때(그럼으로 동시에 자신의 안목을 확인하고 싶고. 자신에게 중요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때)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파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그리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으로/공동체 내부적으로 ‘조용히 지내야만 하는 사람’이 재능을 가지고 있고,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재능이 어떤 결과물을 낼 때 그것이 오히려 당사자에게 어떤 저주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비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