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y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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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5, 2017 · 5 min read

피터 틸이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회의적인 이유

피터 틸

2014년 12월 이였던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을 주문했다. 도착한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얇고 가벼웠다. 할 일이 있어 읽어보기를 미루다가 밤 12시쯤, 잠이 오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봤다. 가벼운 책이니까.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술술 읽히는 것과는 별개로 내용이 묵직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메모하며 읽다 보니 다음날 새벽 4시쯤에야 겨우 끝이 났다. 피터 틸의 내공을 가벼이 여긴 벌로 그 날 하루는 굉장히 피곤했다.

나는 좋은 책은 곱씹어 읽으며 사색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피상적인 기억만 남게 될 뿐이니까. 피상적인 기억은 그럴듯하게 인용할 때 외엔 소용없다. 최근에 에버노트를 정리하다 그날 밤새며 적었던 메모를 발견했다. 다시 읽어보니 제로 투 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느꼈다. 마침 부대 내 병영도서관에 제로 투 원이 있었고, 다시 읽었다. 천천히 사색하면서.

그러다 보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의문이 생겼다. 피터 틸이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이유가 뭘까? 제로 투 원을 읽었다면 피터 틸이 불명확한 낙관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는 점을 기억할 거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린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사실도.

“린 스타트업은 방법론일 뿐 목표가 아니다.”
“스타트업에게 최고의 이론은 똑똑한 디자인이다.”

피터 틸은 확실히 린 스타트업에 대해 회의적이다. 인상 깊은 부분이다. 린 스타트업은 제로 투 원과 함께 스타트업 필독서로 꼽히니까. 비슷한 주제를 다룬 글이 있어 소개한다.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에 어렵지 않은 부분은 원문을 살렸습니다.)

위 글의 핵심은 이렇다.

피터 틸과 에릭 리스의 관점이 다른 이유는 대상으로 하는 청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터 틸의 청중은 “Contribution driven”이고, 에릭 리스의 청중은 “Significance driven”이다.

“Contribution driven”(ex. 스티브 잡스, 레리 페이지, 일론 머스크…)는 실존하는 사람들의 unmet needs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사람들의 불편함과 고통을 절실하게(feel it in their bones) 느낄 수 있기에 주변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으며, Build products to meet these needs 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Contribution driven entrepreneurs”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제공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반면에 “Significance driven”(ex. 관료화된 회사나 정부기관….)는 사회적 지위, 물질적 보상을 위해 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기여란 목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데 소모되는 자원을 절약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MVP test와 무관하다. 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진심 어린 열망의 부재 때문이다. “Significance driven entrepreneurs”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사업을 결심한 후에 해결할 문제를 찾는다. 그래서 Real needs of real people에 더 집중했더라면 만들지 않았을 엉뚱한 제품을 만들게 된다.

린 스타트업은 유용한 방법론이다. 자원 낭비를 줄여주고, 조직이 와해되는 것을 늦춰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Significance driven”의 관점에서 벗어나 “Contribution driven”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린 스타트업은 적절한 사람이 적절한 상황에서 사용할 때 유용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레리 페이지나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이 Lean Startup practitioners에게 시장을 뺏길까 봐 걱정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약하면 ‘모델링의 한계’다. 모델링적 사고는 평범한 이들이 탁월한 사람들의 능력을 모방할 때 유용하다. 하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해 부적절한 맥락에서 사용한다면 실패할 뿐이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도 ‘Real needs of real people’ → ‘Product’의 순서도를 거쳐 탄생한 제품에게 적용될 때엔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주는 유용한 툴이 되겠지만, 엉뚱한 순서도를 거친 제품을 성공시킬 수는 없다. 린 스타트업은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 이론’이 조직의 효율적 관리를 목표로 만들어졌듯이 제품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방법론에 불과하니까.

결국 피터 틸 말하려고 했던 것은 단순하다. 사업은 복권이 아니니 불명확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라.(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맹신한 채 남용하지 마라.) 그리고 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미래에 대한 명확하고 합리적인 상상을 갖은 명확한 낙관주의자가 되어라. 사업이 잘 됐을 때의 내 모습에 대한 상상은 일종의 망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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