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셨던 사장 혹은 대표이사에 대한 기억

내 출신 조선소는 그만둘때까지 네명의 CEO를 두었다.
한명은 오너였고, 월급쟁이 세명 중 한명은 삼성출신, 다른 한명은 현대출신, 남은 한명은 비조선소 출신이었다.
생각해보니 삼성출신은 CEO는 아니었다. 그에게 재무, 인사권이 없었으니 CEO라고 하기보다는 공장장이라고 보는게 낫긴하다. 그러나 그가 돈을 쓰겠다고 하거나, 사람을 채용한다고 했을 때 그 누구도(오너조차도)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으니, CEO에 버금가는 힘을 갖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각각에 대한 일화를 갖고 있는데,

1. 삼성출신 CEO
그는 생산쪽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외의 부분에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모품 구매와 관련된 일이었다.
모든 제조업 공장은 소모품이 엄청나게 소비된다. 이를테면, 목장갑, 페인트 붓, 용접봉, 세정제 등등. 
내 담당은 아니었고, 다른 동료의 담당이었는데 생산에서 구매요청이 올라온 수량을 사장이 마음대로 반수로 줄여버렸다. 사장의 권한이니 그럴 수 있다고 다들 생각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임원회의에서 생산 임원이 왜 소모품을 조금만 주냐고 항의를 했다. 그러자 사장이 구매담당자를 불러서 임원들 다 있는데서 깨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조용히 욕만듣던 담당자가 생각할 수록 억울하고 열받으니 조용히 “사장님께서 결재과정에서 반만 사라고 지시하셨습니다.”라고 대답하자, 화가난 사장이 품의서 갖고 와보라고 했다. 물론 결론은 매우 머쓱해져버린 사장.

2. 현대출신 CEO
매우 독특하고 독한 사람이었다. 환갑이 지났는데 화가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쌍욕을 했다. 그분이 데리고 온 임원들도 자기 또래였는데, 화만나면 쌍욕을 하였다. 나이가 많은 분에게도….
그래도 그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이유는 그가 아주 다양한 해법을 갖고 있었다는거. 그는 회사에 올 때 자기가 말만하면 현대, 현대미포의 사람들이 올거라고 생각하였나보다. 결론은 당연히 실패.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고, 회사가 불편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울산이라는 대도시에서 촌구석으로 올 이유가 없었다. 연봉을 1000만원 더 준다고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대도시와 익숙한 회사의 안락함을 꼴랑 연봉 1000만원과 바꾸지 않은 이들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자 두가지의 솔루션을 냈는데, 일단 신입사원을 대거 뽑은 후 시간을 들여 키우는 것. 그리고 영업대빵을 바꾸는거. 당시 영업대빵은 오너의 먼 친척이었고, 현대 영업출신이었다. 그런데 그가 갖고온 배가 갖고올 때 마다 다른 배였다. 잘 이해가 안되면, 1년에 10개의 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한대는 소나타, 한대는 그랜져, 한대는 모닝…. 이런식으로 만드는 것이랑 10대를 몽땅 소나타만 만드는 것은 생산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갖고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시 영업사장은 무슨 생각인지 막 갖고 왔었다. 여러 소문이 있었지만 확인된 것이 아니니 패스. 당시 브로커는 훗날 신아조선을 벼랑끝에 내몰았던 장본인이다. 
어쨌든 영업사장을 임원회의마다 공개적으로 잡아먹을 듯이 깼다. 나이도 많고 자기 자존심이 센 그가 오래 버티지 못한 것은 당연하였다. 새로 온 영업사장은 기술적 지식은 그다지 높지 않았으나, 시장파악을 하여 두세가지의 선종으로 줄여서 해당 배만 영업하였다. 결론은 당연히 괜찮은 조선소로 성장하였다.

3. 오너 CEO
현대CEO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스로가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오너조차도 무시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오너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그 결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오너가 복귀하였다.
오너가 복귀한 회사 사정은 그다지 녹록치 않았다. 리만사태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가 산적하였다. 그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경영을 선포하였다. 비상경영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7시까지 근무할 것
2) 사무직도 사무실에서 안전화와 고소작업안전띠를 두르고 있을 것
3) 사무실에서 사무실로 이동할 때도 안전모를 쓰고 이동할 것
당연히 실패하였다. 그는 소기업부터 출발해서 대형조선소를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대기업을 운영할 능력은 매우 부족하였던 것이다.

4. 비 조선소 출신 CEO
오너의 경영실패 후 채권단에서 CEO를 앉혔는데, 의외로 비 조선소 출신의 CEO가 왔었다. 그의 일화는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그가 있는 동안 배를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수주 사기까지 당할 뻔 하였다.

모든 CEO가 장단점이 있긴 하였다. 그러나 한가지는 알게되었다. 훌륭한 대표는 절대로 직원탓을 하지 않았다.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