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712
좋았다. 좋다. 좋으려 노력했다. 어긋나지 않으려 다치면 약을 바르고 슬퍼지면 약을 먹고 터질것 같은 감정엔 조용히 눈물도 흘리고 소름돋는 께름칙한 공포엔 친구들에게 기댔다. 불완전한 우울은 견딜만 하다. ‘멀다’고 느껴지는 창밖 그림이 나는 낯설며 편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생명들의 삶들은 ‘왜 살까’ 라는 질문을 하기에 너무 많은 존재가 존재하고 있다고, 살아가고 있다고 그러니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할거라고. 그러니 그만하자고 생각했다.
나를 해치려는 존재가 없어 보이는 이 곳에서의 자해는 소용이 없었다. 들키지 않게 자해를 하는 수도 없었다. 그래서 참은 적도 있었다. 저 멀리. 산 등선을 따라 흐르는 피를 생각해보기도, 허벅지에 그릴 그림과 칼을 생각하기도 했다. 어쩌면,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이 이런 충동을 이는 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특이하다. 굉장히 멀리 왔고 오래 있고 너무 많은 사람과 있고 일상과 멀었다. 다른 여행들과는 달리 딱히 도망자의 마음도 여행자의 마음도 아니다. 낯설고 다정한 일상이라 느끼며 지내고 있다. 그래 지내고 있다는 표현이 나을거 같아.
연락오는 사람도 없다. 연락하는 사람도 없다. 사진 이외엔 폰을 볼 일도 없다. 때때로 내 행동이 해가 될까 실이 될까, 그런 생각 뿐 딱히 쓰고 싶었던 글도 없고 그랬다.
여행 온 지 6일 쯤 되던 날, 푸른이와 다른 사람들과 술을 먹던 날, 진실 게임에서 꽤 강하게 질문을 하려 눈치를 보던 때, 푸른이는 물었다.
‘요즘은, 괜찮아?’
마음이 잠시 멈춰 섰다. 장난칠 생각만 하던 내게 이렇다 할 대단한 말도 아닌 말로 다른 사람들을 제쳐두고 나를 보며 물었다. 그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아껴주는 친구와 나만이 존재하는 순간,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괜찮지 않아 그러나 너희들과 행복한 여행을 보내고 싶어 노력했어. 알아줘. 용서해줘. 위로해줘. 알아줘. 안아줘.
그 훌룡했던 질문은 그 날의 헤프닝으로 끝이 났다. 대답을 하지 못했기에 턴은 넘어갔고 질문도 답을 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나는 여행을 왔다. 사진을 찍는 것도, 걷는 것도, 장난도, 과자도, 술도 다 너무 좋다. 삶이, 일상이, 내일이 기대가 된다. 이건 오랜만인 것인데, 너무도 아깝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평온한 일상. 평온, 내 인생에 평온이 깃든 여행의 반이 지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