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저녁의 대화

존중, 존중이 뭘까

‘선배 저는 사랑하는 애정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싶어요. 제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존중이 답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시끄럽고 못생긴 이자카야에서 싼 소맥을 말아 우린 서로 처음 맛보는 낫또를 시키고 우웩거리며 술만 홀짝이며 이야기 했다.

‘어쩌면 내 옛 애인이 떠나간 이유도 내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만 했지 존중을 하진 않은 것 같아. 이제서야 그때 그 말만은 하지 말 걸 후회가 돼.’

맛없는 싸구려 맥주는 처음엔 맛이 없어도 마실수록 맛있어지는 것 같다고 깔깔 거리며 삶을 이야기 했다.

‘우리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요. 그땐 정말 각자 아둥 바둥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갉아먹으며 버텼는데 지금도 갈 길이 멀지만 참 건강해 졌네요.’

‘너는 운동 좀 해 운동이 짱이야’

‘저는 선배만큼 운동을 즐기지 못한다고요’

‘아니 하다 보면 즐겁다니까?’

‘아 그럼 때가 되면 제가 즐겁게 하겠죠 꼬장부리지 마요.’

‘아 세상에 나 늙었나 봐’

‘벌써 연말이네요 서로 부조금 내고 죽으라고 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래도 잘 컸다. 그쵸?’

나에게 한 말인지 타인에게 한 말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 말들이 허공을 떠돌고 서로의 초점은 마주본 벽 너머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는 낫또 먹지 말자’.

연말 선물이라며 따뜻한 노래를 선물 받아 틀어놓고 내가 멈춰있던 21살의 으슬한 겨울의 끝자락을 다시 걸으며 그간의 나를 바라보았다. 죽은 자의 목소리들이 맴돌던 귓가에 어느새 눈가가 빨개진 사람들의 ‘인생 서럽다 그치? 그래도 같이 있잖아, 그럼 외롭진 않을 거야’- 하는 목소리가, 모습이 드문드문 손을 잡아준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툭툭 떨어진다.

엄마는 예전의 철없이 밝았던 어린 나로 돌아오라 애써 부르지만, 엄마 저 참 많이 아팠어요. 이 흉터들을 모르는 척 웃어넘기기엔 내가 너무 안타까워요. 나는 그냥 언덕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며 땅으로 스며들어 민들레 한 송이 피우고 싶어요.

우린 모두 혼자 이겠지만, 양손바닥같이 온 마음 붙여 살아갈 순 없겠지만 적어도 가끔은 같이 걷고 인사하고 또 볼 날을 기대하는게 우리가 감당해 낼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야.

끝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게 언제일지 모르니까. 그래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직 남아있으니까. 그 누구도 확언할 순 없지만.

행복하고 아프지 말자 그래서 또 훌쩍 떠나기도 하고 그러자. 새해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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