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

Rhee
6 min readJun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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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는거야.”
  1. 나이와 또 다른, 자신의 성장

운 여름이 지나고 산산한 가을이오고 다시 겨울이 오면서 내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모두가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아무나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안 좋은 것들을 이전 연애에서 경험해봤으니까.

오빠가 지금은 썸머를 특별하게 생각하겠지만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는거야. -500일의 섬머中

우리는 비교의 동물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사회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하셨다. 사회학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난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부자들이라고. 우리는 끊임없이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비교하며 무엇이 좋은지, 어떤 것이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인지 계산한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새로 만날 사람을 예전 사람과 비교하는 것.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면 정말로 과거를 쿨하게 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정말로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이 있었더라면 한 번쯤은 생각나지 않을까.

우리를 정의해봐. 이게 어떤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만나서 서로를 여자친구, 남자친구라고 칭하는 서구권의 문화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연애는 서로를 정의하며 시작된다. 조금 유치하게 말하자면 ‘오늘부터 1일이야.’ 같이 서로를 만난 시기와 상관없이 정의를 내린 순간부터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헤어짐을 겪은 후에는 자신이 정의했던 그(그녀)를 만났던 날들을 세어가며 자신이 어떻게 성장 했는 지를 떠올린다. 그 때는 내가 잘못했던 것 같았다, 그 때는 그 사람이 잘못했지와 같은 것들로.

섬머(여름)와 헤어진 후 우연치 않게 용기내서 말을 건 여성인 어텀(가을)을 만난다. 그렇게 한 계절은 간다.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예전 사람을 잊어가며 나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도 지금의 나를 좋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성장한 나와 그 사람이 만나서 예전에는 하지 않았을 행동과 말로 서로를 대한다.

예전에는 물어봤던 것들이 궁금하지만 질문하지 않거나, 화가 나지만 좀 더 현명한 방식으로 대처한다거나,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나는 나대로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있다. 그렇게 과거의 내가 잘못했던 것들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있을 갈등과 아픔을 조정한다.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는 비교를 시작하게 된다. 예전 사람의 장점과 지금 사람의 단점말이다. 애초에 비교할 대상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그저 조금 더 나았던 상황에 대해서 떠올리고 싶어진다.

2. 진화가 아니다. ‘레벨업’이다.

그런 것들이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성장하며 연애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본인들의 장점이나 발전하기 쉬운 부분만을 키워 간다는 것을.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세대를 거치지 않는 진화와 비슷해보였다. 세대를 거치지는 않아서 생존에 불리한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지금 환경에서 살아남기 좋은 부분은 좀 더 키워버리는 선택.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서는 게임에서의 레벨업처럼 자신의 능력 중에서 부족한 점을 먼저 선택하여 키울 수 있어야한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어린 느낌의 사람은 싫다.

내게도 진화와 레벨업 둘 다 있었다. 나도 분명히 장점만을 키워서 빠르게 다음 연애를 시작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작고 작은 여럿 사회경험을 하며 점차 레벨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첫번째는 그 사람의 과거를 최대한 궁금해하지 않는 것.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의 과거가 궁금할 수도 있지 않느냐 질문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던 것보다 어떤 사람이 될 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지었다. 그 사람이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을 것에 대해서 굳이 물어보지 않고, 물어봐서 조금이라도 곤란하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제 막 얼마 안 만난 사람에게 그런 것들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은 일이죠.”

바보가 아닌 이상 장난을 핑계삼아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을 지 상상할 수 없다. 시련과 경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그 사람이 40대 후반이든 20대 초반이든 말이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어리다고해서 함부로 물어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만큼 과거에 대해서 질문 받는 것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동시에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서는 조금 인내심을 갖기로 했다. 대신 그 사람의 과거보다 미래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자아존중감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두 번째로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미디엄에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적어놓은 수 많은 Draft들이 있다.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연료가 된다고 믿게 됐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내 앞의 상대방도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존감의 수준은 상대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영화 같은 사랑은 가능하다. 상대방에 대한 태도가 잘 정리되어 있다면.

우리는 모두 타고난 성격이 있다. 사소한 것에 신경을 안 쓰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 철저히 계획을 짜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우리 모두 지랄맞은 특별한 놈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도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잠시 멈춰놓을 수 있다.

내가 이제부터 명심해야할 것들. 누구에게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말 것. 사랑하면 곁에 머물고 아니면 떠날 것 (…..중략….)

그리고 자신을 아낄 것! — 영화 어깨 너머의 연인中

자신을 아끼며 살아온 사람들은 상대방을 아껴주는 방법을 안다.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는 사람은 상대방을 비참하게 하거나 내 자신을 더 비참하게 한다. 모두 예상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그대로 연애에 있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 그 자체가 고통스럽지 않나요?”

“아니지, 그렇지 않아.” 그의 음성은 숙연했다.

“사랑을 둘러싼 것들이 고통스럽지. 이별, 배신, 질투같은 것. 사랑 그 자체는 그렇지 않아.” — 한강,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中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500일 동안 만난 자신을 조금 좋아해주는 사람으로 여길 수도 있고, 함부로 상처가 될 질문은 하지 않고 배려해야 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정의를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사랑 그 자체는 아픔이 아니라고 믿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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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ee

HCI 분야 석사과정 학생. 아는게 없어서 책을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