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능력자(くるぐる使い) – 반짝반짝 빛나는 것
모리무라 레미코의 정신이 기묘한 상태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11월 초였다. 가을이 깊어지고 날씨가 나빠지며, 계절이 겨울로 바뀌어가는 것과 병행하듯이, 레미코는 묘한 언동과 거동을 보이게 되었다.
레미코의 오빠, 토키오가 그녀의 이상을 최초로 눈치챈 것은 주말 밤이었다. 잡지 편집을 하고 있는 그가 밤 늦게 돌아와보니, 레미코는 잠옷에 겉옷을 걸친 차림으로 불을 끈 채 티비를 보고 있었다.
“일어나 있었냐.” 말을 건 토키오에게, 레미코는 “응.” 하며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내일이 일요일이라고 해서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지 마.”
토키오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것은 주의를 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말 수가 적어진 여동생의 입을 열어, 뭔가 말하게 만들기 위한 도발에 가까웠다.
레미코는 소파에 축 늘어져 칠칠치 못하게 앉은 채, 재차 “응.”이라며 작게 대답했다.
레미코와 토키오는 두 명이서 살고 있었다. 부모님은 두 명이 아직 어릴 적에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 남매는, 토키오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먼 친척에게 맡겨졌다. 친척에게 다소 도움은 받았지만, 토키오는 아홉 살 아래인 여동생을 진학교에 보내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일을 하기 시작했다. 현 내에서도 수준 높은 진학교에 다니고 있던 토키오에게, 그것은 괴로운 선택이었다.
“’응’이 아니잖아. 뭔가 말해 레미코.”
여동생은 티비를 바라본 채 “네에.”라며,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둠 속에서, 건방져 보이는 눈동자가 티비 화면의 빛을 받아, 고양이 눈처럼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라니, 뭘 말하라는 거야.” 레미코는 밉살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토키오는 레미코를 이 세상의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10월에 17살이 된 레미코는, 가만히 놔두면 무슨 일을 해버릴지 모를 소녀였다. 제멋대로고, 변덕스럽고, 토키오와 30센티는 떨어진 가치관 속에서 살고 있었다. 나쁘게 말한다면 불쾌한 계집아이의 대표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어렸을 때 양친과 사별했다는, 옛날 소녀만화 같은 그녀의 성장내력이 원인이라 생각하니, 토키오는 여동생이,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가엾어서 견딜 수 없던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티비 보자 마. 불 켠다.”
토키오가 형광등 스위치에 손을 가져갔다.
“켜지 마!”
레미코는 뒤돌아 오빠를 보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켜지 마!”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외치는 듯이 호소했다.
레미코의 기세에 토키오는 순간 멍해졌다. 그러고는 여동생의 태도에 화가 나서, 가지고 있던 가방을 그녀에게 집어던지고 말했다.
“적당히 좀 해. 너 최근에 뭐야. 너무 제멋대로잖아 레미코.”
여동생은 오빠의 얼굴을 노려본 채 침묵했다. 곧바로 눈을 내리깔고는, 응석받이처럼 입술을 꾹 움츠려보였다. 자기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여동생이 보여주는 이 표정을, 오빠는 대체 지금까지 몇 번이나 봐온 것인지 생각했다.
토키오는 형광등 스위치를 켰다.
방 안이 밝아진 것과, 레미코가 외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켜지 말라고 했잖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는 토키오를 바라보며,
“밝게 해놓으면 전파가 내 가슴에 안 들어오잖아!”
라고 말했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는,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걸까.”라고 물어 보듯이 오빠에게 말했다.
“밝게 해놓으면 그 사람들의 정신전파가 나한테 닿지 못하잖아!?”
레미코는 눈동자에 어렴풋이 눈물까지 띄우며 토키오에게 호소했다. 진지함 그 자체인 표정과, 아이 같은 겉옷을 걸친 모습이 언밸런스했다.
“뭐? 전파? 그 사람들? 너 대체 무슨 말 하는 거야? 술이라도 마셨어?”
심상치 않다고 느낀 토키오는, 그녀에게 두세 걸음 다가갔다.
레미코는 어깨를 잡으려하는 오빠의 손을, 뒤로 피했다. 움찔하며 몸을 굳히고 오빠를 바라보며, “아무것도아냐아무것도아냐아무것도아냐.”라고 반복했다.
치밀어오르는 흥분된 감정을 견딜 수 없는 것인지, 레미코는 우는 것도 같고 웃는 것도 같은 얼굴로, “나 이제 잘게. 잘 자.”라고 말하며 망연히 서 있는 토키오의 앞을 지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 날 새벽, 문득 눈을 뜬 토키오는 타박타박하며 복도를 걸어가는 발소리를 들었다. 발소리는 현관과 거실 사이에 있는 그의 방 앞을 세 번 지나고, 네 번째로 지나간 후, 거실에서 사라졌다.
무언가를 잊어버렸지만 잊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는, 그래서 짜증이 나 서성거리고 있는, 그런 발소리였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거실로 가니, 레미코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어둑한 방 안에서, 다리를 뻗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속옷차림이었다.
커튼으로부터 들어오는 새벽의 새하얀 빛에 비추어져, 그녀의 17살 치고는 풍만한 가슴이 또렷하게 음영을 만들고 있었다. 아침해는 그녀의 갈비뼈 하나하나에도 세세하게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 끝을 왼쪽 가슴으로 가져갔다. 희미하게 드러난 가슴에, 하나, 검붉은 흉터가 있었다. 12센티 정도 되는 일자 모양인 상처는, 그녀의 피부에 달라붙은 연체동물처럼 보였다.
그녀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본 채, 언제까지나 그 가슴의 검붉은 상처자국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3일 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레미코는 변함없이 제멋대로였고, 감정의 기복이 격해, 토키오와 별 것도 아닌 일로 말다툼하거나, 한밤중에 흐느껴 울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지금까지도 곧잘 있는 일이었다.
토키오가 여동생 마음의 이상을 분명하게 눈치 챈 것은, 그들 남매를 맡아주었던 양어머니의 방문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사촌 되는 인간으로, 기가 센 여자였다. 집안 사정이 나빠지면 남매의 앞에서 노골적으로 싫은 소리를 했다. 두 명은 그녀를 싫어했다.
양어머니는 토키오의 맨션에 오자마자 “레미코는 아직 안 돌아왔지?” 하고 물었다.
“고등학생은 오전중에는 없어. 나도 이런 일만 아니면 회사에 있을 시간이고.”
“그렇다면 상관없는데…… 토키오, 잠깐 이거 봐 봐.”
양어머니는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토키오에게 건넸다. 여고생이 쓸 법한, 메르헨틱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봉투의 겉에, 양어머니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뒤집어보니, 송신인 이름이 모리무라 레미코였다.
“이건?”
“일단 읽어 봐.”
양어머니에게 재촉받아 읽은 레미코의 편지는, 불가사의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기묘한 망상적 문장이 나열되어 있었다.
“엄마 잘 지내시나요?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잘 지냅니다. 오빠도 잘 지냅니다. 그런데 저는 잘 지내지만 당신이 본다면 이상하게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지. 어디서부터 말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저번에 어떤 사람들이 저를 방문해 왔습니다. 미술부에서 돌아가는 길에, 키타자와 다리를 지나, 지금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키토우 빵집 뒷쪽 부근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흔들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하늘에 떠있었습니다. 앗 하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집의 침대에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의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기억하고 있습니다. 뭔가 빛에 안겨, 수술대 같은 것에 눕혀져서, 개구리 같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이 무언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가슴 속에 삽입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꿈이 아냐. 그 증거로 제 가슴에는 검붉은 흉터가 있습니다. 이런 상처는 지금까지 없었는 걸. 지금도 가끔씩 반짝반짝 빛나는 것에 타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정신전파가 옵니다. 삽입된 것은 전파를 캐치하는 기구라고 생각해. 전파를 보내는 건 개구리들이 아닌, 그 윗사람이라고 할까, 더 높은 사람들입니다. 여러모로,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같은, 여러가지 것들을 가르쳐줘서 기뻐. 그들 덕분에 지금 굉장히 행복합니다. 누구보다도, 엄마에게 이 일을 먼저 알려주고 싶어서 편지를 썼습니다.”
분명히 여동생의 글씨였지만, 군데군데 왼손으로 쓴 듯이 글자가 비뚤어져 있었다.
“뭐야…… 이거……”
“뭔지는 내가 묻고 싶어. 기분 나빠.”
양어머니는 한 번 의사에게 데려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토키오에게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는, 레미코가 오기 전에 돌아간다며 황급히 떠나갔다.
해질녘이 되어 귀가한 레미코에게, 토키오는 편지에 대해서 어떻게 물어보면 좋을지 고민했다. 편지의 내용이 진실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레미코는 오빠에게 “돌아왔어.”라고만 말하고, 제복차림으로 부모의 영정사진 앞에 털썩 앉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버릇이다. 노파처럼 다리를 M자로 굽혀 엉덩이를 철썩 붙이고, 눈을 감고 양손을 모은다. 매일 하는 그녀의 습관이었다. 무교인 남매는, 불단 대신에 테이블 위에 부모의 사진과 결혼반지를 올려놓고, 꽃과 물을 놓고 있었다.
양친이 사고로 타계했을 때, 레미코는 아직 세 살이었다. 중학생이었던 토키오만이 시체를 확인하러 갔다. 확인이라고는 해도, 어느쪽이 아버지고 어느쪽이 어머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사람모양 이물질을, “아마 맞는 것 같아요.”라고 토키오가 말했을 뿐인 일이었지만.
10년 이상 보아 온, 양친에게 합장하는 레미코의 등에, 토키오는 결심하고 말을 걸어보았다.
“너, 양어머니한테 편지 보냈다며.”
천천히, 레미코가 뒤돌아 보았다.
“응, 보냈어. 양어머니한테 들었구나.”
“이상한 거 썼지?”
“이상한 거 아냐. 사실이야.”
레미코는 일어나, 소파에 앉아있는 토키오 앞을 지나 창문의 샷시를 등지고 다시 털썩 앉았다.
“사실이라고? UFO 같은 거에 납치당해서 뭔가를 삽입당했다는 게, 그게 사실이라고?”
평소대로의 여동생이었다면, 멋대로 편지를 읽은 것을 알고 큰소리로 토키오에게 따졌을 터였다. 그러나 그녀는 오빠를 치켜 뜬 눈으로 바라보며, “전부 사실인 걸.” 하며 말했다.
“전부 사실이야. 지금 UFO라고 말했는데, 그 사람들이 우주인인지 아닌지는 몰라. 어쨌든 개구리 같안 사람들을 잔뜩 부리는 높은 사람들이 전파로 나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쳐주고 있어. 꽃이 세 송이 피어있는데 그 중 가운데 꽃의 향기를 맡으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거나, 옆 반 아이가 여름방학 직후에 자살한 건 그걸 했기 때문이라거나, 돌기가 달려있는 금속봉을 주머니에 넣어두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거나, 필요한 일과 필요없는 일과 중요한 일과 바보 같은 일의 차이점이라거나, 여러가지를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와 나는 정신전파로 통신하고 있어.”
토키오는 갑자기 영문 모를 말을 꺼낸 여동생에게, 할 말을 잃었다.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지만, 내 가슴에 삽입된 기구는 빛에 약하니까, 되도록이면 어두운 곳이 좋아. 그러니까 말이야, 저번에……” 레미코는 토키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가, 불을 켜려고 했을 때 내가 화냈잖아.”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여동생은 오빠를 부를 때, 이전처럼 토키오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다. 대신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그 부분만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도 전파가 들어오고 있던 거야.”
레미코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조용히 일어나 블레이저를 벗었다.
오빠를 바라보며,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세 번째 단추까지 풀고, 와이셔츠의 가슴팍을 젖혔다. 레미코는 브래지어를 입고 있지 않았다.
풍만한 굴곡이 보였다.
새하얀 수영복 자국이, 어깨 위부터 쇄골을 지나 양쪽 가슴에 수직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그 라인과 교차하듯이 12센티 정도 되는, 물가에 사는 그로테스크한 연체동물을 연상시키는 검붉은 흉터가 있었다. 토키오에게는 그 녀석이 레미코의 부드러운 피부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 증거야.”
라고 말하며, 레미코는 오빠를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이 흉터 밑에 기구가 삽입되어 있어.”
레미코는 웃고 있었다. 불상처럼 어중간한 웃음을 띄우고는 한 걸음 더 오빠에게 다가갔다.
“봐 봐, 자.”
여동생은 토키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시선은 그의 몇 센티 앞에서 빙글빙글 헤메고 있었다.
“저기, 봐 봐, 봐 보라니까”
레미코는 웃음을 그치고는 토키오의 눈동자를 똑똑히 보고 말했다.
“저기, 제대로 봐줘…… 오빠.”
그로부터 며칠 후 저녁, 레미코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다.
그녀와 토키오가 사는 맨션 바로 뒤에 있는 조그만 공원에서, 그녀는 혼자 ‘목소리’를 듣고 있다. ‘목소리’는 정신전파가 되어 그녀의 왼쪽 가슴에 있는 기구에서부터 신경이나 혈관을 타고, 가는 목덜미를 흘러, 그녀의 머릿속에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에게는 성별도 연령도 없었다. 해질녘에 옆 마을에서 불어온 바람에 흘러오는, 학교개방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처럼 고요한 파동이었다. 그 파동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서늘하게 평온해졌다.
오늘은 하루종일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그녀는 교실에서 고립된 존재였다. 그래서 그녀가 ‘목소리’에 빠져 무아지경으로 있어도 그다지 신경쓸 일은 없었다. 그러나 단 한 명, 그녀의 건방져 보이는 눈초리에 성충동을 폭발시키며, 언젠가 그녀에게 깔려서 얼굴을 짓밟히고 싶다고 은밀하게 열망하는 마조히스트인 늙은 교사만이, 그녀의 이상을 눈치챘다.
풀어진 눈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그녀에게 “모리무라, 몸 안 좋은 거니?”라고 물었다.
레미코는 ‘목소리’에게 감싸인 쾌감이 중단되어 짜증났다. “시끄러워!”라며 늙은 교사에게 노성을 질렀다.
교실이 술렁였다. “모리무라씨는 까다롭지.”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도 들렸다.
그러나 늙은 교사는 레미코에게 노성을 들은 그 날, 하루종일 행복했다.
레미코는 하교하는 길에도 ‘목소리’에 감싸여 있었다. 그녀는 ‘목소리’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목소리’와의 회화는, ‘목소리’가 던지는 질문에 그녀가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인간의 팔이나 손가락이나 다리나 속눈썹은, 어째서 매일매일 자라난다고 생각해?”
그런 ‘목소리’의 질문에 레미코는, 해가 지기 시작한 하교길을 걸으며 대답할 말을 찾기 위해 생각했다.
“어른이 됐는데 팔다리가 짧으면, 어린이라고 착각당하니까 그런 거야.”
라고 대답했다.
“속눈썹은? 어린이도 속눈썹은 길어.”
라고 ‘목소리’가 재차 질문했다.
“속눈썹은 그 위에 비즈를 다섯 개도 여섯 개도 올리기 위해서겠지. 지루한 파티할 때 도움이 된다고.”
“정답이다. 너는 머리가 좋구나.”
‘목소리’는 그녀를 칭찬했다.
레미코는 기뻐서 빙그레 웃었다.
지나가던 회사원이, 갑자기 미소짓는 소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공원에서 느긋하게 이야기하자. 거기는 이쪽에서 보내는 정신전파가 잘 닿아. 공기가 좋으니까 말이야.”
‘목소리’가 말한대로, 레미코는 공원 벤치에 앉았다.
“대화를 계속하자.”
라고 ‘목소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가슴은 부풀어오르는 거지? 소녀에 한정된 얘기지만.”
“그건 바로 대답할 수 있어.”
“말해보렴.”
“기구를 삽입하기 위해서.”
틀렸어, 라고 ‘목소리’가 말했다.
“정신기구는 직경 삼십 밀리 정도면 충분해. 그렇게 넓은 공간은 필요하지 않아. 특히 너 같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가슴으로 기구를 덮을 필요는 없어.”
“쓸데없는 참견이네. 커지고 싶어서 커진 게 아니야. 그럼 어째서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거야?”
“음란하기 때문이야.”
레미코는 숨을 삼켰다.
“음란한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을 잃은 그녀에게, ‘목소리’는 가차 없었다.
“어째서 안기고 싶다고 생각한 거냐, 레미코.”
“무슨 말이야.”
“정신기구는 레미코가 생각하는 것을, 그야말로 어렸을 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주제가부터 작년에 몰래 태워버렸던 일기장 내용까지,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보고해. 숨겨봤자 헛수고다.”
레미코는 양손으로 귀를 막았지만 헛수고였다. ‘목소리’는 한층 더 그녀를 감쌌다.
“음란한 생각을 하는 건 즐거운 거냐.”
“그런 일……”
“잠들 수 없는 밤에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 몸을 주무르는 것은 즐거운 거냐. 음란한 망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침대속에서 혼자 작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것은 기분이 고양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냐.”
“그만해!”
“작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가 레미코.”
‘목소리’는 레미코의 몸속에서 “핫, 핫, 핫” 하며, 그녀를 흉내내 헐떡였다.
“음란하구나, 너는.”
레미코의 눈동자에 눈물이 흘러넘쳤다.
똑, 볼을 타고 무릎에 올려놓은 가방 위에 떨어졌다.
“누구에게 안기고 싶은 거냐?”
‘목소리’가 재차 물었다.
“침대속에서 꿈틀대는 너의 하얀 손가락은, 누구 손의 대용품이지?”
“무슨 말 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누구든 좋은 것인가? 누구에게 안겨도 레미코는 그런 소리를 내는 건가?”
눈물이 끝없이 흘렀다.
“이제 그만해.”
“아니, 분명하게 해두자. 대답해, 누구에게 안기고 싶은 거냐.”
레미코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차가운 손바닥이 서서히 눈물로 따뜻해졌다.
“대답하렴 레미코, 누구에게 안기고 싶은 거냐.”
레미코는 어린아이처럼 흐느껴 울며 작은 목소리로 “오빠.”라고 말했다.
‘목소리’가 침묵했다.
파동이 사라진 것에 놀라, 그녀는 눈물로 젖은 눈동자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에게 ‘목소리’는, 자신과 저쪽 세계를 이어주는 도구와 함께, 소중한 유대였다. 그것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공포스러웠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목소리는 어디? 그녀는 일어서서, 어쩌지 어쩌지, 라고 반복하며 몸을 떨었다.
“여기 있어, 너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다시 그녀를 감쌌다.
“당황하지 말고 앉으렴.”
안심하며 앉은 레미코에게 ‘목소리’는 말했다.
“토키오에게 안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가.”
레미코는 끄덕이며 수긍했다.
“음란한 여자구나 너는. 음란해, 정말로 음란해.”
“아니야, 들어줘!” 레미코는 ‘목소리’에게 외쳤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오빠와 결혼하겠다고 정했어. 물론 그건 어린아이의 세상물정 모르는 꿈이었지만, 몇 살이 되어도 그 생각이 사라지지 않아서, 내 가슴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을 때부터 생각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든 알몸으로 안기고 싶었어.”
문득 ‘목소리’의 파동이 다시 사라졌다.
이번에는 진짜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라고 레미코는 생각했다. 당황하며 블레이저를 벗고, 와이셔츠 버튼을 세 개 풀었다.
가슴팍의 검붉은 상처는 사라져 있었다.
날마다 흉터는 옅어지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만지니, 딱지가 낼름 떨어졌다. 그 아래에 갓 재생한 새하얀 피부가 보였다.
큰일났다, 큰일났다, 라고 중얼거리며, 그녀는 딱지를 벗겨냈다. 벌레처럼 벗겨낸 그것을 땅바닥에 내팽겨쳤다.
기구를 꺼내서 고치지 않으면, 하고 중얼거렸다.
학교 가방을 열어, 양손을 집어넣고 헤집었다.
철제 필통을 꺼내, 안에서 커터칼을 찾아냈다.
딱 딱 딱, 하는 소리를 내며 레미코의 눈 앞에 커터칼의 칼날이 솟았다.
해는 완전히 졌다. 노란 달이 공원 옆에 있는 병원 위에 떠있었다. 어둠 속에서 커터칼날이 어렴풋이 빛났다.
“기구를 꺼내서 고치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중얼거리고, 레미코는 커터칼날을 왼쪽 가슴에 있는 힘껏 밀어넣었다.
푹, 하며 살에 박히는 소리가 났다.
뭔가 뜨거운 것이 기세좋게 뿜어져 나와, 산지 얼마 안 된 브래지어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피인가.” 레미코는 중얼거리고, 커터를 쥔 손을 오른쪽 가슴 방향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브래지어 끈이 끊어졌다. 피로 물든 사랑스러운 유두가 드러났다.
격통이 그녀의 전신을 꿰뚫었다.
피보라가 물대포를 쏜 것처럼 수 센티나 날아갔다.
커터를 버리고, 피로 끈적끈적해진 손을 스커트에 닦았다.
“맞아 오빠한테도 기구를 보여주자.”
라고 생각했다.
오빠는 나를 전혀 믿어주지 않는 걸.
일어서서 맨션으로 휘청휘청 걸어갔다.
오빠는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아.
레미코는 “정말로, 참 나.” 하며 중얼거리면서, 공원을 벗어나 맨션 계단을 올랐다.
그녀가 오를 때마다 계단 한 층 한 층에 붉은 피의 꽃이 피어난다.
남매의 방에는 불이 꺼져 있다.
“거봐 없잖아. 중요할 때 오빠는 항상 없다니까.”
열쇠로 문을 열고,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왠지 숨쉬는 것이 괴롭다.
마음이 신체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전에 기구를 꺼내놓자.
레미코는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넣고 거기에 삽입되어있을 기구를 찾았다.
오빠, 나는 거짓말 하지 않아.
그러나, 손가락은 엉망진창이 된 살에 닿았을 뿐, 있어야 할 터인 금속 기구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상하네에 이상해애.
갑자기 의식이 멀어져서, 레미코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위를 바라보며 쓰러진 레미코의 전신이 움찔움찔 경련했다.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그녀의 팔이, 철제 테이블 다리에 기세좋게 부딪혔다. 손가락이 꺾이는 소리가 났다.
그 손가락에, 뭔가 딱딱하고 자그마한 물건이 닿았다.
“여기에 떨어져 있었나……”
레미코는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생각했다.
“거봐, 내가 말한대로, 오빠, 이게 기구야. 오빠, 나, 거짓말 한 거 아니지? 오빠……”
토키오가 돌아왔을 때, 레미코의 숨은 이미 멎어있었다.
토키오가 맨션에 돌아오니 복도에 점점이 핏자국이 있었고, 남매의 방까지 이어져있었다.
레미코는 왼쪽 가슴에 손을 놓고, 선혈로 새빨갛게 물든 채로 죽어있었다.
레미코의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 사이에,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있었다. 그녀와 토키오의 양친이 생전에 소중히 여긴 두 개의 반지였다.
토키오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여동생의 기묘한 망상은, 자신과의 관계가 원인이었던 것이다.
오빠에게 안기고나서부터, 여동생은 이 세계와 다른 별개의 세계와 자신이 교신할 수 있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즉, 죄의식에서 도망치기 위해, 망상의 세계로 도망치려고 시도한 것이다.
“내 몸 안에는 그 세계와 연결되기 위한 도구가 있어, 자, 그 증거로 수술자국이 있어.”
확실히 여동생의 가슴팍에는 상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수술자국 같은 것이 아니다. 그 상처는, 레미코가 스스로 낸 상처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오빠에게 안기게 된 여동생은 어느날 밤, 오빠의 눈 앞에서 자살시도를 했다. 과도를 자기 가슴에 찔러넣으려 한 것이다. 상처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그날 이래, 어느쪽이라고 할 것도 없이 남매는 서로를 피하게 되었다. 레미코가 기묘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며칠 후의 일이다.
레미코처럼 우주인에게 납치당했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에 잔뜩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역시, 그들 중 대부분이 ‘무언가를 삽입당한 흔적’인 상처가 몸에 나있다.
‘수수께끼의 상처’를 가족에 의한 아동학대를 원인으로 보는 설이 있다.
어린 시절, 가족의 폭력에 의해 훗날까지 남을 상처를 입은 어린아이는, 심각한 심적외상(트라우마)를 마음에 입는다.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상처를 입었다고 믿고 싶지 않아.”라고, 그들은 절실히 생각한다. 원인을 다른곳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 생각이 너무나도 강해지면, 거짓된 기억이나 망상으로 상처의 존재를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상처는 기묘한 생물체에게 유괴당해서 뭔가를 삽입당한 자국입니다.”……라고 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들은 망상으로 트라우마를 승화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오빠와의 용서받을 수 없는 관계 때문에 생긴 상처를 레미코가 불가사의한 망상으로 설명하려 한 이유도 아동학대 피해자와 같은, 마음의 방어기제에 의한 기억 바꿔치기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죽기 직전에 발견한 ‘기구’……반지는, 양친과 그녀를 이어주는 유이한 물성적 존재였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도피처로서 교신한…… 언젠가는 자신도 그곳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세계는, 우주인도 뭣도 아닌, 때로는 상냥하고, 때로는 엄격하게 딸을 꾸짖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 자체였던 것이다.
토키오는 여동생의 시체 위에 꼭 엎드려, 자신도 피투성이가 되어 짖듯이 울었다.
그저, 레미코, 그건 사랑이었어, 우리는 사랑을 한 거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그건 사랑이었어.
토키오는 그렇게 생각하며 언제까지나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