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디자인 회사 만들기 05

Sangster Idea (상념)
5 min readApr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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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에이전시의 프로젝트 01 — Pursuit(Pitch)

일반적으로 디자인 에이전시에서의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Pursuit
Client Project
Internal Project

이번 편에서 소개할 것은 바로 Pursuit(Pitch이라고도 불림)에 관련된 짤막한 에피소드들이다.

Pursuit은 클라이언트를 따내기 위해 하는 일련의 작업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음식으로 치자면 ‘맛보기’ 혹은 ‘간 보기’를 겸한, 레시피 체험 정도가 되겠다. 이 과정은 클라이언트로부터 돈을 받고 진행하는 경우들도 많지만, 대부분 에이전시에서 투자 개념으로 진행하는 만큼 대략적인 전략과 가시적이긴 하지만 완성품은 아닌 Mock-up Product들로 거래를 진행한다.

Pursuit은 게릴라 전이다.

(회사 보안상 작업의 디테일과 pursuit의 결과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오고 나서 아직 채 이사짐마저 도착하지 않았을 때, 나는 첫 번째 임무를 부여받았다.

랄프로X. 그렇다. 중고딩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심취했을 법한 폴x의 브랜드. 프로젝트 타입은 Pursuit이었다.

사실 이전 직장에서 디자이너로 숱한 pursuit에 참여해 보았기에 어색하진 않았다. 하지만 프로젝트 리더로서 진행하는 첫 Pursuit이라 많은 부분에서 내가 가진 미진한 구석들이 어떤 식으로 들통이 날지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전체적인 브리핑을 시니어 메니져 ‘앤디’에게 들었다. Work scope(일의 범위 및 종류)는 랄프로X 산하 모든 브랜드를 아우르는 통합 디지털 플랫폼(Front-end) 구축 및 ERM 작업(Back-end) 작업이었다. 그중 내가 맡은 부분은 디지털 플랫폼의 UX/Visual 담당. 상당한 규모의 작업인 만큼 회사에서 보는 눈들이 많았다.

한 시간 반 정도의 브리핑을 마친 후 나는 앤디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데드라인이 언제죠?

갑자기 머리를 긁적거리는 우리 앤디…

그의 떨어지는 비듬 결에서 불안감이 느껴지는데…

Andy : Sang, we have only 5 days. Actually 4 days to finish the comps.

Sang : You got to be kidding me.

불똥이 떨어진 상황인 것이다.

놀란 마음을 잠시 가다듬고. 몇 개의 Mock up(컨샙을 전달하기 위한 프로토타입 내지는 가상의 화면들)들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러자 유저 스토리는 3개이고 스토리당 4,5개 정도라고 했다. High-Level(초창기 단계로 주로 쓰임) User experience랑 User Story들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럼 나에게 주어진 Resource가 누구냐고 물었다. 앤디의 대답은 짧고 명쾌했다.

주니어 디자이너 한명.

사실 메니져 역할을 경험하면 할 수록 느끼는 것이 Resource 확보의 중요성인데 이때는 미처 알지 못할 때였지만, 뭐 감으로 망했다는 거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몇 시간 후.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말했다.
“Allie야, 아이콘이 이게,이게,이게 필요한데, 한 시간 안에 만들어 줄 수 있겠니?”

주니어 왈
“나 지금 다른 거 해야 하는데?”

생 왈
“무슨 소리니? 너 지금 할게 산더미인데 다른 거라니?”

주니어 왈
“어제 시니어 파트너가 뭐 부탁했는데, 알았다고 했어.”


“…”

다시 앤디에게 뛰쳐 갔다.
“앤디! 나 주니어 써도 된다며!”

앤디 : I am sorry… She should have not said yes to the partner. I did nit know she was on it.

휴….

뭐가 필요한지 다시 집중을 해보자.

이럴 때는 그냥 다른 건 무시하고 나 혼자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는 게 상책이다. User Journey를 살짝 가다듬고 필요한 스크린을 재조정 해 보았다. Web 3개, Mobile 6개, Tablet 3개 정도로 압축되었다.

이럴 때는 해드폰 끼고 밤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의 시애틀 직장생활의 첫주는 지옥의 야근 주로 점철 되었다.

항상 느끼지만 Pursuit은 마치 캐리브 해 태풍처럼 언제 불어 닥칠지, 또 어떤 강도로 다가올지 알 수가 없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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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Deloitte Digital에서 Studio lead(Associate Creative Diretor)로 일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예술가 단체 K/REA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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