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 Mua

영화 <Three Seasons>를 보고

<Three Seasons>에는 세 사람이 가진 각자의 계절이 있다. 전쟁의 흔적이 지워지며 점점 상업주의 아래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세기말의 베트남에서 그들은 어렵고 우울하지만 나름의 삶을 꾸려 나가고자 한다. 영화는 그들의 삶을 한 점의 꾸밈 없이 화면 속에 그대로 투영한다.

세 사람은 또다른 각각의 인물을 대하고 있다. 사원에서 연꽃을 팔며 살아가는 키엔은 아름다운 노래 실력에 사원에 은둔해 살던 늙은 다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퇴역군인 제임스는 전쟁 중 낳은 딸을 찾아 해메던 중 구걸하는 소년 우디를 만나고, 씨클로꾼 하이는 외국인과 부자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창녀 렌을 손님으로 맞았다가 사랑에 빠진다.

세 이야기, 세 사람, 그리고 세 베트남

얼핏 보자면 사람과 인생을 다룬 여느 드라마 무비처럼 느껴지는 것과는 다르게 감독은 세 사람의 삶을 통해 세 면의 베트남을 말한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자 하는 순수한 베트남, 전쟁을 겪은 아픔이 남아 있는 베트남, 그리고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쫓아야만 하는 오늘의 베트남이 그것이다.

좌절한 시인을 아름다운 노래와 그를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위로하며 희망을 주는 키엔, 소년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을 고백하며 회상하는 제임스, 씨클로 경주에 나가 상금을 벌어 돈 때문에 타락하게 된 렌에게 휴식을 선물해 주는 하이가 이를 대변한다.

토니 부이의 커밍아웃 역할을 하다

영화의 이야기는 병렬구조와 교차편집을 통해 꾸려지지만 작은 이질감도 없이 한 작품 아래 융화시켜낸 것이 참 자연스럽다.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 소통하지 않으며 그 이야기가 겹치지도 않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그들이 한 컷 안에서 함께 말하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남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세심한 곳에서 보이는 허점들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야기들 간의 비중은 잘 맞춘 듯 하나 진행되어 갈수록 늘어져 가는 이야기를 급히 조여 맺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시아 영화 특유의 고전적인 느낌을 가미하려고 노력하지만 티가 난다는 것이 맹점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과 촬영상, 관객상 등을 수상해 전쟁만 떠올리게 하는 베트남을 헐리웃과 세계에 새로 알린 이 영화는 그 뒷배경이 흥미로운데, 바로 감독 토니 부이가 어린 시절 베트남을 떠난 보트피플 출신의 미국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연관성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미국 영화로서는 최초로 베트남 정부의 허가 아래 현지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어 감독이 원하는 대로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한껏 담아낼 수 있었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영상미가 볼만하다.

영화의 초반부, 사원의 연못 위에서 연꽃을 따는 여인들의 모습들은 순수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그들이 합을 맞추어 부르는 노동요는 한편의 시를 듣는 듯 하다. 그러나 회색빛 도시 속 구걸하는 우디와 어두운 밤거리는 이와 극명히 대비되는 암적 연출로써 포장한다. 어린 나이의 우디가 맥주를 마시고 쓰러지는 장면이나 빗속에서 어깨에 매대를 걸고 거리를 헤매는 장면은 홍콩 느와르에서나 나올 법한 디스토피아적인 쇼트다. 같은 베트남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들을 구별된 방식으로 펼쳐내려는 감독의 또다른 의도가 돋보인다.

시선 달리하기

영화는 제임스와 그의 잊혀진 딸의 조우로 끝을 맺는다. 제임스는 그의 딸을 남겨두고 떠난 자신에 대해 참회하고 딸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한마디의 불만 없이 그저 미소로 대답한다. 영화는 베트남을 긴 전쟁의 도가니로 밀어넣은 미국을 비난하지도 탓하지도 않는다. 다만 복잡한 현실 속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을 조명한다. 몇 년 전 베트남에 간 적이 있다. 이 영화가 나온 지 꼭 10년 뒤였다. 버스 정류장 앞에는 껌을 팔며 구걸하는 아이들과 오 백원도 안 되는 값을 받는 씨클로꾼들이 있었고, 여행자들은 전쟁에 이용되던 밀림속 땅굴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영화보다 10년이 더 자란 나의 기억 속 베트남은 변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그들이 가진 이야기가 있다. 이 곳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는 것, 그것이 영화 <Three Seasons>가 주는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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