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책임지기

한두달 즈음 전에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을 때, 작은 누나가 아빠에게 연락을 했다고 했다. 내가 트위터를 삭제 했는데 무슨 일 있는게 아니냐고. 걱정이 됐나보다.

누나는 내 트위터를 알고 있었다. 5년 전 그녀가 내가 게이인 걸 알게 된 것도 내 트위터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작은누나는 큰누나에게, 큰누나는 엄마 아빠에게 내가 게이라는 걸 알렸다. 그 후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고, 작은 누나와는 5년간 한마디의 대화도 하지 않았다.

지난 2월 14일, 아웃팅 5주년을 맞아 작은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부를 묻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했다. 누나는 내 목소리가 많이 변했다고, 앞으론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고 했다.

그녀에게 얼마나 섭섭하고 화가 났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5년이 지나면서, 이것 저것 날 힘들게 하던 것들이 지나가면서 이젠 그 사과를 받지 않아도 그녀에게 연락할 수 있게 됐다고 느꼈다. 그냥 연락 하자. 이것 저것 재지 말고 그냥 연락해버리자. 그래서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집에 내려갔을 땐 두 할머니와 엄마 아빠에게 새배를 했다. 이것도 5년만이다. 할머니들도 엄마 아빠도 참 많이 늙었다. 할머니들은 아픈 곳도 많다.

지난 관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망쳐버린 관계들. 이리저리 관계를 휘둘러서 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상처줬던 기억들. 잃은 뒤에야 그래선 안됐다는 걸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 왜 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밀쳐낸 걸까. 완전한 관계를 원했던 걸까. 서로 아무런 상처도 주고 받지 않는 관계? 그런 관계가 있을 리 없잖아. 어쩌면 상처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상처, 혹은 고통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거라는 것도 최근 들어서야 알게 됐으니.

이런 생각을 하는 요즘엔 이상하게 삶에 자신감이 넘친다. 뭐가 달라진 건지 몰랐는데 글을 쓰다보니 각종 완벽한 것들(완벽한 관계, 차별이니 고통 같은 건 없는 삶 등…)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겠어.

-글쓰기 모임에서 씀. 201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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