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즘

무료하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가족과의 단절, 가족과 나 사이에서 가족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애인,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친구들. 아무런 뒷받침 없이, 아무런 에너지 충전 없이 나 자신을 소모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학교에 연락도 없이 잠적해버렸다.

아무 의미를 찾지 못한 연구들. 이런거 연구해서 학위 따면 그 다음엔 뭐하나. 사회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연구들, 그저 인류의 학문 영역을 아주 조금 넓혀줄 뿐인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포부따위 가질 수 없는, 고작 대학 졸업장밖에 가지지 못한 사람일 뿐이다.

이 모든게 너무 형편없이 복잡해서 다른 사람에게 내 고민을 설명하기는커녕 내 스스로도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지금 원하는 건 그저 사람의 따뜻함이다. 철저히 혼자인데, 그렇게 혼자가 된 게 내가 선택한 거라고 말하는 세상이 싫다.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을 텐데, 억압을 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책임을 내가 져야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건 참 외롭고 괴로운 일이다.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것조차 내가 부유하게 자랐기 때문인 것 같아 죄스럽다. 뭐 하나 잃고 싶지 않아 모든 걸 껴안고 발버둥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역겹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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