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님들! 수박을 잘라보세요
기업들이 직원들간의 ‘소통’에 대한 사내문화를 강조하고 싶을 때에는 사장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든가, 사장이 직원들과 등산을 했다든가 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냅니다. 단호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트렌드에 뒤쳐졌다’고요.
며칠 전 모 회사 대표가 무더운 날씨에 열심히 일하는 전 직원들에게 수박을 나눠주고 담소를 나눴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전 일간지 1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앞에서 직접 탁자를 들고 옮기는 장면의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실렸습니다. 김정숙 여사는 고무장갑에 장화, 조끼를 착용하고 수해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고요.
적어도, 이 시대에서 ‘소통’을 얘기하려면 수박을 같이 먹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수박을 직접 자르던가!(수박 자르는 거 힘들잖아요) 앞치마를 두르고 화채를 만들던가! 했다면 메시지가 훨씬 더 잘 전달됐을 것 같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겠죠. 그리고 기업의 대표가 나서서 수박 자르고, 옮기고, 앞치마 두른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대표가 직접 고기 구워서 탁자 앞에 앉아있는 직원들에게 나르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받아 봤지만요, ‘우와 ㅠㅠ 정말 대단해~’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은 ‘진심’에 대해 더 민감한 시대입니다.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오히려 유쾌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입니다.

최근 진에어 기장의 ‘아재개그’가 화제가 됐습니다. 보통 기내방송 후 영어로 다시 방송 하잖아요? 트위터 글을 참고하자면 기장이 한국말로 안내방송을 한 후 “레이디스 앤 젠틀맨. 디스이즈 어 캡틴 스피킹. 주변에 영어 잘하시는 분 계시면 제 말 좀 통역해주세요. 그럼 전 바빠서 이만!”이라고 했대요. 헐 ㅋㅋ 진에어에 따르면 곧바로 다시 영어로 제대로 방송했다고 하네요. 그냥 웃고 넘길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내를 유머가 통하는 공간으로 만든 건 의미 있는 재치였다고 생각해요.
기업인 분들은 정말 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면, 이제는 그 방법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리타분하지만 의외로 실천하기가 어려운 ‘직원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정답이겠지요.
저도 반성할게 있어 고백하자면요, 기업 기사를 쓸 때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M&A를 하더라도 기업에 미치는 장단점·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지만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 입장에서의 고충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습니다.
뭐든지 다 사람이 하는 일 아니겠어요? 앞으로 더 사람 냄새 나는 기사 쓰기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