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플렉스 회고록

지난 7월 31일 파킹플렉스의 마지막 정산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약 3년간 저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뒤를 돌아보며 시간 보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킹플렉스를 위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어디선가 비슷한 꿈을 꾸는 분들께 저희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파킹플렉스,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파킹플렉스는 도시의 주차문제를 IoT기술과 시민들의 공유참여로 해결하고자 준비했던 서비스 입니다.

IoT 기반 주차공유 서비스, 파킹플렉스

주인의 동의를 받은 주차공간에 차량을 감지할 수 있는 IoT 센서를 설치한 다음, 주차공간의 상태 정보를 운전자에게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으로 전달합니다. 그럼 운전자는 공간을 찾아가 앱으로 주차비를 지불하고 주차공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차의 Airbnb’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파킹플렉스 소개 동영상(1분 4초)

어쨌든 파킹플렉스를 통해 주차공간을 가지고 계신 분은 본인의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주차할 곳이 필요하신 분은 진짜 비어있는 주차공간을 ‘실시간’으로 찾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주차공간의 건립없이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파킹플렉스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서울시를 비롯해 서울의 여러 자치구들과 공유주차 사업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은평구와 같이 진행했던 공유주차사업(불광2동)
은평구 불광2동 공유주차장 홍보영상

하지만 아쉽게도 저희는 오랜 논의와 고민 끝에 파킹플렉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파킹플렉스, 종료의 이유

이유1. 사용자들의 문제를 진짜 해결해 줬을까?

사용자:공간주 → 낮은 수익

저희가 직면했던 가장 큰 문제는 공간을 판매해야 하는 공간주가 다음의 경험을 한 것입니다.

‘불편함을 감소하는 것 대비 기대 수익이 낮음 → 주차공간 공유 의욕저하’

저희가 처음 공간주를 만나 설득하며 제시한 기대 수익은 한 면당 1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 주차공간의 경우 주변의 공영/사설 주차장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기대치 때문에 낮은 요금을 책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거주자 우선 주차공간의 경우 수익 배분을 받는 사람이 저희와 배정자 외에 구청이 또 있었기 때문에 조례로 정해진 낮은 주차요금(시간당 1,200원)으로는 제시한 기대수익을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북촌의 한 공유주차장(개인공간)

이러한 상황에서 공간주가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사용자:공간주 → 불법 주차 예방 효과 미미

“공간주가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어떤 문제를 겪을까?” 를 고민하다 보면 ‘불법 주차 예방’이라는 명제에 도달합니다. 실제로 많은 공간주가 “공유하면 오히려 불법 주차가 늘어나지 않을까?” 라는 걱정때문에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공간주가 파킹플렉스를 통해 불법주차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면 더 적극적으로 공간을 공유할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게 됩니다.

불법주차 예방 관련하여 만들었던 SNS 광고

하지만..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거주자 우선 주차공간의 경우 구청의 적극적인 계도 또는 단속 요청, 주차면에 민망할 정도의 큰 스티거 붙이기 및 사진기반 신고 서비스 등을 고민하고 제안했지만 여러 이유로 구청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습니다.

개인 주차공간의 경우 물리적으로 차량의 진입을 막는 기기를 자체개발 했었는데 ‘저렴한 주차요금 → 낮은 수익’으로는 설치 및 관리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불법주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데 실패했고, 공간주의 적극적인 서비스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사용자:운전자 → 불편했던 사용자 경험

운전자의 경우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사용자 정보 및 결제 카드를 등록 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앱 다운로드를 위해 만들었던 SNS 광고

한번 등록을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턴 정말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 주차 하려는 운전자에게 이는 큰 허들이었고 결국 불편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공간주 & 운전자의 문제 → 익숙치 않은 IT 기반 서비스

넓은 지역에서 IT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이 고루 분포된다면, 이 사람들이 경제성 있는 주차공간을 소유할 확률과 또 이분들이 소유한 공간의 공유할 필요성을 느낄 확률이 크게 떨어집니다.

여기에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이 ‘짧은 시간 내에 서비스를 인지하고 사용할 정도로 IT에 익숙한가?’ 를 생각하면 확률은 더 떨어지게 되죠.

실제로 저희 서비스에 호의를 가지고 계시나 IT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이분들에게 현장에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주 아주 기초적인 IT설명이 우선 필요했습니다.

이에 IT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ARS 현장결제를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복잡하다고 느끼셨는지 콜센터로 직접 전화하여 구두 결제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이런 점에서 ARS도 운전자의 불편함을 크게 해결해 주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ARS 현장결제를 안내했던 서비스 현장 표지판

이유2. 공유 가능한 주차공간 수요 예측 실패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서울시만 해도 350만대의 주차공간이 있다.’

‘그중 18만면 정도는 경제성이 있고 낮에는 비어있다.’

라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실제 경험을 해보니 유료로 공유할 수 있는 주차공간의 수가 저희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차 문제가 오래된 곳에서는 ‘월주차’ 등의 나름의 해결방법이 이미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어 파킹플렉스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센서 없이 진행되는 ‘월주차’ 같은 서비스와 비교했을때 파킹플렉스는 센서 제조 및 운영비용 측면에서 면당 경제성이 낮았고 정확한 수요 예측 실패는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는데 주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유3. 더뎠던 서비스의 확산 속도

서비스의 확산을 위해 서울 각 자치구의 ‘거주자 우선 주차공간’은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자치구들도 주차문제를 인지하고 저희와 유사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시행을 위해 구청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일이 저희의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습니다.

종로구와 함께 진행했던 북촌 공유주차장(거주자 우선 주차공간)

관에서 대민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서비스의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서비스 실시 계획이 몇 달 새 7–8번 변경되고 또 그 사이 담당자들이 바뀌면서 다시 계획이 변경되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비스의 확산 속도가 늦어진 것은 아쉬웠습니다. 서비스 확산 속도가 늦어지게 되면 서비스의 안정적인 성장 및 운영을 위해 필요한 생존전략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airbnb의 사례를 통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유서비스는 나름의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기술 용역을 같이 진행하며 기다렸습니다만 그 와중에서 팀원들이 지쳐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은 Airbnb의 생존력을 보여주는 시리얼 디자인. 이미지 출처: Pando.com

이유4. 그리고 우리 자신

마지막 문제는 저희에게 있었습니다. 우선은 유사한 서비스에 관해 경험 있는 팀원이 없어 전략을 결정하는데 혼란이 많이 있었습니다.

초기에 좀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좀더 공격적으로 영업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좀 더 현명하게 한 지역, 한 문제에만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설픈 문제정의와 린스타트업으로 버린 개발의 시간들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오히려 좀더 검증을 빨리 하고 좀더 빨리 피봇팅을 했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놓고 생각해 볼 때 저희의 가장 큰 문제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차문제에 관한 애정과 진정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국 사용자들을 위한 근본책을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에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파킹플렉스, 우리가 잃은 것.

저희가 가장 크게 잃은 것은 사람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팀원들의 미래에 관한 투자 혹은 희생 없이 존속하기 어렵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결국은 성공으로 끝나지 못한 서비스로 인해 팀원들은 지쳐갔고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핵심 멤버가 회사를 포기하고 나가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안타깝지만 각자가 생각했던 시간이 달랐습니다.

파킹플렉스, 우리가 얻은 것.

이제 거의 3년동안 동고동락한 파킹플렉스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 해 봅니다.

회사로 볼 때 도전을 통해 커져온게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3명이 창업했을 때 비하면 규모면에서 성장했고 내실면에서도 기술력이 많이 탄탄해졌습니다.

SKT의 IoT 파트너로 선정된 이노온(첫째 줄 맨 오른쪽)

LoRa, 3G, BLE 통신 뿐 아니라 각종 센서 알고리즘, 전력 최적화, outdoor용 HW개발 노하우는 국내 최정상급이 아닐까라고 스스로 후한 점수를 줘 봅니다.

파킹플렉스의 IoT기반 차량탐지센서 PPX-100AL(부착형)

이외에도 센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서버 SW를 개발하면서 다양한 센서를 처리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지원 할 수 있도록 내부 플랫폼화했고,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안드로이드, iOS 앱을 개발하는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개발중인 공사감지 센서의 경우 파킹플렉스에 비하면 개발 시간이 월등히 감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팀’입니다. 개발, 브랜딩 그리고 영업에까지 좋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탄탄한 팀’을 파킹플렉스를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노온, 또 다른 도전의 시작점에서.

서비스를 접는다는 소식에 저희 이노온에 관해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다행히 회사는 두번째 IoT 아이템인 공사감지 솔루션, 이노바이브(Ino-Vibe)를 개발했고 현재 판매 단계에 진입해 쉽진 않지만 피봇팅을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공사감지 솔루션, Ino-Vibe의 IoT 센서. 현재 SK E&S에서 도입하여 사용중.

저희는 이제 막 하나의 화살을 쏘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과녁을 바라보고, 어떻게 시위를 당기고 놔야 할지 첫 화살에서의 경험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도전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지면을 빌어 우리 팀원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폭염에도, 폭우에도, 폭한의 날씨에도 센서의 설치, 관리, 서비스 진행이 가능하도록 해준 모든 팀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했던 파킹플렉스는 세상에 없었던,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최초의 서비스 였습니다.

짧게 쓰려 시작했는데 원했던 대로 되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애정이 많이 남아서 인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끝으로 옆에서 많이 도와 주신 많은 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창조적인 생각과 실행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2017년 08월 09일

이노온 박태림 드림

이노온, 창업자의 생각

Written by

대한민국에서 창업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경험이 비슷한 도전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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