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디자인

교지 디자인이 너무 충격적이여서, 교지편집위원회에 디자이너로 들어갔다. 외주를 맡긴 듯 한데 누군가 이걸 돈을 받고 디자인 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어제 그 ‘디자인 팀장’이란 분을 만났는데, 그사람의 스탠스는 나를 학생이라고 낮춰보고 있었고, 모르면 언제든지 물어보라며 관용?따위를 배풀고 있었다. 자만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아저씨가 한 디자인보다 내 디자인이 낫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런 말도안되는 디자인의 명함을 자랑스럽게 주지 않을거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그 사람이 나보다 디자인을 못한다 한들, 그 아저씨가 나보다 ‘디자이너’로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생각하니 한동안 사고회로가 멈췄다. 그러다가 ‘나도 나중에 저런 수준의 디자인을 하면서 돈을 벌며 살게 될까?’ 하는 무서움이 엄습했다. 사실 어쩌면 이미 그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외주 속에서 같은 스타일의 적당한 디자인만 대충 해주고 있지 않았는가. 그 때 마다 스스로 ‘나는 그런 디자인 하고 싶지 않았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해서 어쩔 수 없이 한거야. 나는 사진도 넣고싶지 않았고, 패턴도 넣고싶지 않았고, 짧은 시간에 급하게 디자인 하고싶지도 않았어.’라고 변명해왔다. (하지만 어찌됐든 나는 내가 혐오하는 디자인을 자의든 타의든, 생산하고 있지 않은가.

디자인은 상업이니까, 잘 팔리는 걸 할 수 밖에 없다. ‘잘 팔리는 디자인’은 도대체 뭘까. 여태까지 클라이언트들이 내게 요구했던 지점들을 종합해보면, 쉽게 눈을 끌고, 집중이 되고, 가득차보이는 디자인 정도이다. 난 잘팔리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좋은 디자인이 잘 팔릴 수는 있어도, 잘팔리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은 아님)

잘 팔리는 디자인은 그 세대의 미적 수준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구체적 근거 없이 세대론을 규정하는 것은 일반화의 지름길 이라고 생각함 ㅅㅂ ㅅㅂ ㅅㅂ

잘 팔리는 디자인의 시작은 기획과 디자인의 분리에서 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기획도 디자인 생각 안하고 하고, 디자인도 기획 이해 안하고 함. 그래서 좆망(브랜딩 외주 제외)

나는 잘 팔리는 디자인이 싫어… 그런거 보고싶지도 않고, 내가 하고싶지도 않다. 하지만 당장 학교 건물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음. 들어갈 정보도 많이면서 굳이 무슨 연관인지 알 수 없는 이미지를 우겨넣은 포스터나, 배경의 사진때문에 글자가 읽히지 않는 피피티, 제목서체로 모든 정보를 적어놓은 팜플렛 등. 시발 흑흑. 콘텐츠 자꾸 많아짐. 디자인 업무 늘어남. 존나 많은데 그거 다 전문가한테 맡길 수는 없잖슴. 그러다 보면 디자인 자체의 전문성도 떨어지고, 자연히 주변에 보이는 디자인을 따라가고, 잘팔리는 디자인의 산물이다. 우와

나는 잘 팔리는 디자인을 하고 싶지 않다.(뭐 할수도…) 잘팔리는 디자인들만 모여있는 것도 보고 싶지 않다. 잘팔리는 디자인 보다는, 보는 사람(사용자)을 고려한 좋은 디자인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단한 디자인 가이드 라인을 제공해보고자 한다. 시선이 편안하고, 글씨가 잘 읽히고, 각 매체에 적합한 디자인 정도가 나오길 기대한다.

  1. 여백 설정 : 흰공간 디자인
  2. 정보의 순서 설정, 강약 조절
  3. 통일성과 가독성
  4. 매체의 특성 고려(피피티, 책, 인쇄물, 카드뉴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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