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 회사에서 잘렸을까?

답답했던 그 이야기.

그다지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클라이언트에게 솔루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1년을 일하다가 잘렸고, 지금에서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된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부터 무언가 이상했다. 나의 직급은 사원인데, 내 위에는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 각각 한 명밖에 없었다. 게다가 부장은 이사를 겸하고 있는 아주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된 것이었다. 그 회사에는 대표이사, 기획팀 부장 겸 이사, 그리고 개발팀 부장 겸 이사. 나는 그중 개발팀에 있었다.

또 이상한 것이 있었는데, 아무도 이 회사의 규율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흔한 계약서도 한 장도 없었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받았다는 회사의 규율이 적힌 종이는 나에게 오지도 않았다. 결국, 계약서는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작성했지만, 규율이 적힌 종이는 나에게 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황당한 것은 대표이사가 매 회의때 마다 규율을 바꾼다는 것인데, 계속 바뀌는 규율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매번 시행되는 회의마다 '와 원래는 이런 규율이었단 말이야?'하며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회사는 자율출퇴근제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자율출퇴근제는, “한 주의 근무 시간만 맞춘다면 언제든지 출퇴근하여도 상관없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단순히 출근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 맞추어 출근하라는 것이었고, 게다가 그 선택지도 7시, 8시, 9시, 10시라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입사 초기에 나는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싶으니까, 9시 전후로 가자"고 생각했고, 나는 9시를 기준으로 +- 5~10분 정도에 출근했다. 입사 이후 2달이 지난 뒤 기획팀의 차장이 나에게 찾아와서는 "출근 시간을 지켜라."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들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같은 팀의 대리에게 이 회사 자율출퇴근제를 물어보았고, 그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무조건 8시 30분에 맞추어 출근했고, 오후 6시가 되면 칼퇴근을 했다. 내 나름의 반항이었다.

내가 개발자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작업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라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은 회사의 기획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사원이 둘, 과장이 하나, 차장이 하나. 그 누구도 기획서를 쓸 줄 몰랐다. flowchart 같은 것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모든 기획된 내용은 개발팀으로 말로 전달되었다. 그러다가 밀려 있던 다른 업무를 처리하고, 그 업무를 하려고 하면 늘 두루뭉술한 '말로 전달된 기획'으로만 남아 있었고. 이것을 가지고 기획팀으로 "문의한 작업이 어떻게 작동되어야 하나요?" 하고 물으면 그곳에서는 결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한번, 두 번이면 '내가 이해를 잘하지 못했나 보다.'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1년 내내 계속되었다. 결국, 마지막 3개월 동안 새롭게 생긴 프로젝트는 개발팀에서 flowchart와 기획서를 작성해서 대표이사에게 검수를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은 일을 잘했는가?"하는 점인데, 정말 잘했다. 그것도 이사 한 명만 '영업'으로만 특화되어 일을 정말 잘했다. 하지만 이 이사는 정말 영업을 잘 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모든 것은 전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는 회사에 돌아와 기획팀과 개발팀에 말로 전달하고는 끝이었다. 기한도 고지되어 있지 않고, 단순 설명이 끝이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물어본다.

"이거 가능하지?"

이런 식의 영업이 계속되자. 적정선에서 끊어 져야 할 것들은 개인의 업무로 돌아왔고, 솔루션의 사용률이 최고점에 달하자, 나는 2달 동안 집에서 편히 잠들 수 없었다. 아니. 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야근비를 받았느냐고 하나도 못 받았다. 복지를 중요시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예를 들어 자율출퇴근제? 이 회사는 단순히 최저의 비용을 사용하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회사였을 뿐이었다. 이 회사의 목표는 단지 돈이었을 뿐이다.

이제 한국형 블랙회사의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졌다.

  • 작은 중소기업
  • 부장을 겸직으로 하는 이사
  • 일을 못 하고 눈치만 보는 대표이사
  • 각 부장 겸 이사, 대표이사의 타 부서 월권행사
  • 정확하게 고지되지 않은 회사의 규율
  •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의식 없음

회사가 작다 보니 부서 간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고, 모든 인수인계는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솔루션을 사용하는 현장에서 이사들의 영업, 구두로 인수인계된 잘못된 설계로 인하여, 솔루션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테스트 되지 않은 업데이트를 강압적으로 시행해야 했고, 그것에 인하여 문제가 생겼고. 나는 잘리게 되었다.

어느 회사를 가도 1년은 자신의 이미지에 집중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을 잘 지킨다든가, 예의 바른 인사를 건낸다든가. 그런 것들. 하지만 저곳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너무나 규율도, 업무 방법도 없는 회사였다.

짤리는 마당에 무서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럼 2달 동안 집에 못 들어가면서, 출장 나가서 일 한 것에 대한 야근비를 달라."

"그걸 그렇게 요구한다고 하면. 우리는 소송을 걸 수밖에 없고."

이쯤 되니 그냥 아무것도 말하기가 싫어졌고. 그 말을 끝내자마자, 짐을 싸들고 집으로 갔다. 취업이 되더라도 저런 회사가 여럿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대한 그들과 대화한 문맥은 빼버렸고, 당시 상황에 대한 것들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잘리기 전에 보안서약서를 쓰기도 했고.

7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어 기록으로 남겨둔다.


저런 회사를 다니는 동안 신입 1명을 더 뽑았다. 그 신입은 이미 면접을 끝내고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았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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