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과 고요.

새 글을 쓰는 것이 도무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꽤 정신없이 지나온 것 같은데, 벌써 장마철이라니.

겨울, 주머니에 손을 꼭 넣고 다니면서도 가만히 앉아 햇볕이나 쬐면 얼었던 몸이 녹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던 때도 있었다. 그런 계절이나 되면, 유난히 반짝이면서, 속눈썹을 간질거리던 하얗고 앙증맞은 햇빛도 너무나도 그립다.

공터의 나뭇가지는 앙상하며 비어 있는듯하면서도, 지난 계절과 다르게 한껏 풍만한 햇빛이 머물러 있어서, ‘저기서 조금만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두꺼운 외투와 안감이 덧댄 청바지를 입고 있어서. 마르고 부서져 가루 같은 흙바닥이지만, 하나도 춥지 않을 거라고. 여전히.

걷다가 찾은 책방 안에는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맴돌지만, 먼지 하나 없는 공간에 나 혼자 맴돌며, 가방으로 다른 것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여러 책을 꺼내본다. 햇빛이 들어찬 하얀색 깨끗한 공간이 지금도 눈을 감으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하다.

오늘은, 비는 세차게 내리고. 다른 집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귓가에 가득 울리는데, 조그마한 감상조차도 용서하지 않는 성난 목소리 같다.

Show your support

Clapping shows how much you appreciated 윤슬’s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