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 생각하지마 !

데이터분석가의 위기 징후 알림이 실패하는 이유

reckoner
9 min readJun 11, 2022
  • 이 글은 George Lakoff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도서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시도의 전제 — 위기 인지

위기 인지 vs 기회의 발견
위기 인지는 기회의 발견보다 중요하다. 위기감지는 손실을 최소화 시켜주기 때문이다. 타격을 입은 만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횟수는 줄어든다. 그러나 실패를 예상하여 타격을 최소화하면 원점으로의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위기에서의 생존, 위기 이후의 확장 시도 모두를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의 기여
그렇기에 데이터를 통한 위기 징후 알림은 사업활동에 가장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데이터 담당자는 조직운영 지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실을 나열하고 선별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기에 위기의 징후를 보다 쉽게 체감하고 전달할 수 있다.

위기 vs 성공
그런데 이 위기가 늘 맞서야만 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성장이다. 회사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회의의 맥락도 성장과 위기 두가지 맥락 중 하나에서 시작한다. 사업전략, 제품개발, 마케팅 여러 분야의 계획과 회고 회의는 모두 성장과 위기의 맥락하에 다른 관점에서 성과를 점검하고 실행과제를 도출한다. 그렇기에 적정한 맥락의 선정은 회의의 질을 좌우한다.

위기 인지가 실패하는 이유: 프레임(Frame)

성장을 생각하지맙시다

방금 3초라도 성장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 있었을까? 우리의 뇌는 부정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성장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다짐은 성장 프레임을 오히려 활성화 한다.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은 그들의 뇌 속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프레임을 통해 생겨난다고 말한다. 이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은 사실은 흘려 듣거나 반발감을 가지게 되기에 정치에서는 이 프레임 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성장의 강박
스타트업에게 이 문제는 치명적이다. 스스로 성장해야만 하는 강박아래 있기에 성장의 프레임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그 결과는 위기 대응의 실패와 다음 시도의 기회 상실로 이어진다. 스타트업의 성장프레임의 문제는 스타트업 관리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대표적 지표인 lean metric은 고객의 획득, 활성화, 유지 등 지표의 상승을 판단하는데 집중해 있다. 하락의 해석을 위한 고객 그룹의 분류, 이해에는 적절하지 않다.

설득 방법에 대한 착각

위기 징후의 전달은 채택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정밀한 데이터로 분석된 현황이 아니라 결국 의사결정자가 성장 프레임을 가졌느냐 위기 프레임을 가졌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마련된 위기지표는 버려지거나 왜곡되어 프레임의 보조지표로 활용된다.

# 착각 1.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진실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그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프레임에 부합해야 합니다. 만약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튕겨 나갑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것은 뇌의 신경계 내에 물리적으로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사실의 나열 혹은 제시가 위기를 체감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실망했던 분석결과의 채택실패는 분석결과에 미흡한 논리구조 혹은 부족한 근거가 원인이 아닌것이다. 성장 프레임 앞에서 데이터담당자들의 위기경보는 소멸한다. 잘 준비된 10개의 사실이 마련되었더라도 성장 프레임에 연관된 정보만 채택된다.

# 착각 2. 모두는 필요한 개념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어만 결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는 개념이 결여된 것입니다.
개념은 프레임이라는 형태로 떠오릅니다. 프레임이 있으면 언어는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과거 타히티 원주민에게는 비통이라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단어가 없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비통이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그 마음을 정신적인 감정으로 여기지 못하였고 이는 높은 자살률로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위기징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동료에게는 데이터를 제시하는 당신과 달리 위기라는 개념이 없을지도 모른다. 일을 진행함에 있어 성장에 집중하여 계획을 짜고 최대한의 집중력으로 실행해 왔을 수 있다. 성장은 늘 노력으로 달성 가능하고 위기는 성장에 대한 게으름에 기인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착각 3. 정말로 성장을 믿고 있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믿음 또는 확신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기보다는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고한다. 이를 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신념, 믿음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태도를 바꾸어서라도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경향 이다. 인지부조화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어쩌면 성장을 이야기하는 동료 중 누군가는 성장을 믿고 있는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의 해석이 틀린것을 두려워하는 분석가이거나 담당하는 기능의 높은 효용성을 주장하던 팀장이거나 성장그래프로 조직의 사기와 동기부여를 강조했던 경영진일 수 있다.회의공간 안에서 회의공간 밖에서 본인의 인지부조화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 있다.

프레임을 관통하는 방법

레이코프는 프레임 밖에 있는것을 프레임안에 넣는 방법으로 다음 3가지를 제시하는데 성장/위기 프레임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방법1. 유기적 인과관계 개념화 => 하나의 단어, 하나의 지표
J Curve 하나로 개념화 된 성장과 달리 위기의 개념은 긴 설명을 필요로 한다. 신규고객의 이탈율 상승을 보고 이를 위기로 인지하기까지의 머릿속 전개 과정을 기록해 보았다.

  • 신규고객의 이탈비율은 현재 제시되는 기능만으로는 최초의 정의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 이 의미는 시장이 변화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충분히 많은 현재의 고객군도 시장에 맞추어 변화하고 기존고객의 retention도 빠르게 추락할 수 있다고 예상된다.
  • 최근 동일한 서비스를 시작한 A사, B사의 영향일 확률이 있다. 그러나 동일했다면 이동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나은 기능이 함께 제시되고 있을 것이다.
  • 결국 기존 앱/웹 내 서비스기능의 최적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그러나 허락된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준비된 전략이 부재하다.
  • 그러므로, 가능한 runtime을 계산하고, 기간 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성장은 명시적이다. 위기는 추상적이다. 회사는 이렇게 긴 단락으로 설명되는 위기의 개념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하고 조직의 지표로 제시해야 한다.

최근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carrying capacity라는 용어로 조직의 언어로 선택했다. 개념 자체는 전체서비스의 인입,이탈율과 고객 리텐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용어를 벗어난 생태과학의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성장의 프레임을 벗어났다. 성장과 위기를 균형있게 바라볼 지표를 제시했다.

방법2. 성장의 은유를 벗어난 질문으로 바꾸기

  • 질문1: 성장하고 있습니까?
  • 질문2: 고객이 우리 앱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성장한다’는 제품 또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확실한 효용가치를 제공한다와 동일한 의미이다. 제품가치가 명확하다면 새로운 고객 또한 효용을 체감할 것이고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은 점차 누적되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질문1, 질문2는 모두 같은의미의 질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각 질문은 다른 이미지를 우리 머릿속에 발화한다. 첫번째 질문은 상승지표, 분주한 조직, 언론노출 등을 떠올리게 하지만 두번째 질문은 우리를 곧바로 앱을 사용하는 고객 앞으로 이동시킨다. 수많은 환경과 선택사이에서 앱을 구동시켜야 할 이유를 고민하게 한다.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면 비로소 위기의 감정이 다가온다.

방법3. 대답하지 않기
상대편의 시각에서 프레임이 구성된 질문에는 대답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참고할만한 내용이다.

  • 팀원 A: 최근 신규 사용자의 retention 지표가 상승한것을 보면 성장한다고 봐야 하지 않나요?
  • 팀원 B: 아닙니다. 최근 한달 간 전체 고객에 대한 재유입 유도 메세지 발송이 3배이상 늘었습니다. 연관성 분석에서도 유의성이 있는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팀원 B의 답변은 성장의 프레임하에서 제시된다. 설득력을 갖기전에 성장프레임에 대한 반론으로 먼저 의심의 대상이 되고 만다. 성장의 은유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1)의 압축된 새로운 용어를 활용하여 논의를 성장,위기 프레임의 중간으로 이동시켜 균형잡힌 논의를 시도해야 한다.

결국 위기는 인지될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해 ‘프레임의 영향을 이해하는 것’과 ‘프레임을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위기징후의 전달은 채택의 시점에 반복하여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의 인지는 조직의 체력을 기르는 길고 지루한 반복의 과정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실제로 우리 대부분은 프레임의 극단이 아닌 중간층에 위치한다는 사실이다. 이중사고를 갖고 있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성장,위기 프레임이 취사선택되거나 각각의 문제마다 다른 프레임이 활용되기에 동시간에 성장,위기프레임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한다.

데이터 담당자에게 전달에 실패한 분석은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컨텐츠로 남는다. 동료들과 다양한 관점의 대화를 시작할 데이터가 마련되는것이다. 실행은 조직 전체가 수행하기에 데이터의 채택은 실패하더라도 데이터의 노출은 성공할 수 있다. 동료들의 성장/위기 프레임 모두를 고르게 활성화함으로써 조직 전반이 위기를 최소화 할 채비에 기여할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

이제 조금만 성장의 프레임을 벗어나 질문해보자.

우리는 정체되어 있는가?

방금 이렇게 우리는 은유로써의 위기 하나를 점등하는데 성공했다.

Reference

도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8893783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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