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디지털디자인연구소
8 min readSep 9, 2016

<AG Issue 5> 사용자의 전형적 일상에 답이 있다

2015년 4월 29일, ag디지털디자인연구소 페이스북페이지(https://www.facebook.com/agdesignRnD/)에 발행한 AG이슈를 다시 게재하였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와 디자인 방법론 적용

지난 호에서는 비즈니스와 학계, 행정분야에 사용되고 있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방법론을 소개하고, 이를 상황별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툴키트를 살펴보았다. 그 중 잘 알려진 방법론들은 정보통신기술 (IT, Information Technology)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디자이너들도 프로젝트당 두 번 이상 자주 사용한다고 최근 연구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하게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툴만을 적용하여, 사용자에 대한 초점을 놓치는 경우이다. 디자인 방법론의 본래 목적이자 원칙인 사용자 중심, 공동 창작, 총체적 관점 등을 따르지 않을 경우,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풍성한 인사이트(Insight)를 놓치고 시각화 결과물만 건지는 반쪽 짜리 성공에 머물 수 있다. 리서치 설계에서부터 방법론 적용에까지 사용자에 대한 초점을 이끌어가려면 어떤 리서치를 수행해야 할까?

이번 호에서는 퍼소나(Persona)와 고객여정맵(User Journey Map)을 작성할 때 수행하는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리서치의 시간과 근거 자료가 불충분 경우에도 참고할 수 있는 대안을 소개하여 보다 현실적인 리서치 수행을 돕고자 한다.

영유아 교육 관련 사용자 리서치 장면 — https://www.id.iit.edu/projects/childhood-education-detroit

퍼소나(persona), 사용자에 대한 감정 이입 통로를 제공한다

“목표 지향 디자인 방법론은 명쾌하고 논리적인 디자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고 한 퍼소나의 창시자 앨런 쿠퍼의 말 처럼, 고객의 목표를 명확히 밝히는 과정에서 개발 프로세스의 목표도 명확해 진다. 따라서 모든 디자인 모델은 실제 관찰을 바탕으로 제작됨이 바람직하다. 실제 관찰을 기반으로 퍼소나를 만들 경우, 개발팀이나 디자인팀 개인적으로 정의해 온 전형적 사용자(‘사용자 전형’과 다름)가 실제 사용자와 얼마나 같거나 다른지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프로젝트 진행 중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자칫 ‘사용자’라는 말이 모호해지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

Keep the Change 프로그램 소개한 고객사 홈페이지 — http://www.ideo.com/work/keep-the-change-account-service-for-bofa

퍼소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정성적인 리서치 방법으로 분류되지만, 가설 단계에서는 정확한 정량적 자료를 바탕으로 나이, 성별 등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제공하는 선행 리서치자료가 있다면 거기서 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 한 사례로 사용자 중심 디자인의 고전적인 사례인 Keep the Change(킵더체인지, 잔돈은 가지세요) 프로젝트 퍼소나를 떠올려 보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리서치 대상은 50대의 자녀를 둔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부들이었다고 한다. 수행사인 IDEO는 클라이언트인 Bank of America의 자료를 받아 아틀란타, 발티모어, 샌프란시스코 등 세 지역에서 이들을 관찰하였고, 공통적으로 이들이 저축을 위한 방법을 잘 모르거나 의지가 부족하여 고민하고 있음에 공감하였다. 정량적 리서치가 정성적 리서치가 함께 이루어진 사례이다.

그러나 모든 프로젝트에서 정량적 리서치와 정성적 리서치를 병행하기에 여러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이 때에는 가장 중요한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미리 고려해 조건적 퍼소나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퍼소나를 도널드 노먼은 ‘즉흥적 퍼소나’라고 불렀다. (더 자세한 사항은 참고문헌 1, p162 참조) 만약 즉흥적 퍼소나가 위의 사례에 적용되었다면, 살림을 사는 어머니들에 대한 일반적인 절약 습관을 직관적으로 차용해 전략적으로 대상을 선택한 후, 파일럿 테스트를 시행했을 것이다. 파일럿 테스트에서 퍼소나가 틀렸다고 판단되면, 초기에 대상 사용자 그룹을 변경하고 방향을 수정할 수 있어 여러 제약 속에서도 퍼소나를 수행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고객 여정맵(User Journey Map)는 한편의 드라마다

2012 Design Dive에서 진행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고객 여정맵 (13.14p)
http://www.slideshare.net/usableweb/goree-design-dive-1?qid=ec3111fa-ce38-44c6-a40c-53c11ad92770&v=qf1&b=&from_search=15

고객 여정맵은 사용자의 하루 일상 중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상황을 고려해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퍼소나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외적인 요인(아침과 밤)과 퍼소나가 제품을 다루는 기술 수준, 신체적 제약사항과 같은 내적인 요인에 따라서 서로 다른 여정맵이 그려질 수 있으며, 가족 단위나 그룹 퍼소나를 관찰해서 퍼소나별로 세분화 된 하나의 여정맵을 그릴 수도 있다. 고객여정맵의 특징은 현재 모습(as-is)을 시각화하는 데에도 유용하지만, 사용자의 반복되는 행동을 관찰하고 인터뷰하여 그런 행동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함으로써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으로 개선(to-be)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퍼소나와 마찬가지로, 고객여정맵도 사용자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성함이 바람직하다.

비즈니스 업계의 히어로의 여정을 도식화한 일러스트레이션
http://dupress.com/articles/heros-journey-landscape-future/
미래 풍경으로 바라 본 히어로의 여정 자료 다운로드
http://d2mtr37y39tpbu.cloudfront.net/wp-content/uploads/2014/07/DUP-826_Heros-journey_vFINAL.pdf

그러나 고객여정맵을 그릴 만큼 리서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라면, 주관적인 관점으로 무리하게 AS-IS를 완성하기 보다 이상적인 TO-BE 여정을 다소 개념적으로 접근해 완성해 볼 수 있다. 이 때 히어로의 여정(hero’s journey)과 같은 형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히어로의 여정 시나리오를 요약하면, 평범했던 한 사람이 우연히 본인의 잠재 능력을 깨닫고 영웅의 삶을 살다가, 히어로에게 닥친 여러 문제들로 좌절하던 중 누군가의 도움으로 극복하여 히어로의 삶을 받아들인다는 감동적인 결말의 플롯이다.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이런 이야기는 디로이트 컨설팅 그룹(Deloitte)에서도 기업 대상의 교육자료에 활용하고 있고, 더 나아가 사용자 개인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으므로 사용자 중심 리서치에 차용해 보자.

시사점 — 지금은 공감의 시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efkin)은 2010년 그의 저서에서 ‘공감의 패러다임(empathy paradigm)’이 경제 패러다임을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 후 약 5년이 지난 지금, ‘공감’이라는 단어는 국내 여러 업계에서 가장 강조하는 덕목으로 손 꼽히고 있다. ‘공감력’ 즉, 사용자의 전형적 일상 속에서 사용자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시대를 선도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하게 되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함이 바로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이다.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는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고 또 시간이 얼마나 투여되어야 할 지 가늠할 수 없어 종종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오해를 듣곤 한다.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들에나 적합하다는 비관적 목소리에 힘이 빠질 때도 있다. 물론 빠른 결과를 위해서는 규모나 자본력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가장 가까운 곳, 바로 사용자의 전형적인 일상 속에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하자.

참고 저널

  1. 미래 풍경으로 바라 본 히어로의 여정, 2014, deloitte University Press
    http://d2mtr37y39tpbu.cloudfront.net/wp-content/uploads/2014/07/DUP-826_Heros-journey_vFINAL.pdf

참고 문헌

  1. 퍼소나로 완성하는 인터랙션 디자인, 2010, 에이콘
  2. UX Design Communication, 2009, 위키북스
  3. 서비스디자인 교과서, 2012, 안그라픽스
  4. 정보통신기술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분석을 위한 고객여정맵, 2015, 이진호

작성. 김나래, AG디지털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