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er Relations 그리고 Tech Evangelist

MonGuNare
MonGuNare
Nov 17 · 6 min read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배낭 하나 메고 유럽을 돌아다니다가, 문뜩 지인으로부터 이 Developer Relations 에 대한 포지션을 제안 전화를 받았을때만 해도 도대체가 뭐하는 직업인지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IT 회사에서는 이 포지션을 구하는 회사도 잘 없기도 했고 나는 내가 개발자로 있는게 너무나 행복했기도 해서인지 다른 직업을 찾아보지 않아서 그랬을수도 있었을것 같다.

마침 외국계 회사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 떨어지더라도 뭐 안되면 개발자나 다시하지 😀 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지원한다는게 벌써 2년째 이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또 생각보다는 개발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 잘 맞는것 같기도해서 신기하다.

최근 주변 사람들 중 Developer Relations 혹은 Tech Evangelist 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을 하나 둘 씩 만나보면서 혹여나 이 일에 관심이 있으신분이 있을까해서 이것저것 적어본다.

그래서 뭐하는 직업인데

그 뭐냐. 반전 영화같은거 보면 문제의 해답이 돌고 돌아서 결국 첫장면에 있었다하는 클리쉐가 있던데 이것도 비슷한 것 같다. 아니 실제 입사하고 나서도 이게 뭐하는 직업인지 한 1여년정도 고민했었는데 결국은 포지션 이름이 이 일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걸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Developer Relations (줄여서 DR), 그대로 번역하면 개발자 관계인데 흔히 플랫폼 회사와 그 플랫폼을 사용하는 개발사와의 전반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포지션이다. 무슨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각 회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DR 포지션이라고 해도 회사별로 하는 일이 다 다른것 같다. 최근에 만난 분들 중 조금 더 대회협력부서의 역할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으며, 어떤 분들은 인사과에서 할 만한 일들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딱 “이거다!”라고 정의하기 정말 어려운 포지션인것 같다.

그래서 넌 뭐하는데

내가 있는 회사에서는 DR 이 크게 Partnership Manager 와 Tech Evangelist 로 나뉘어져 있다. Partnership Manager 들은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할을 주로 하는데 아직 만나보지 못한 회사에 연락하여 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이미 잘 일을 하는 회사들과는 더욱 더 긴밀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도 한다. 반대로 Tech Evangelist 는 회사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기술을 알려주고 그 기술을 잘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Evangelist 는 개발 지식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대부분 개발자로 일을 하던 사람들이 이 포지션으로 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나의 경우엔, 좋게 말해서 하이브리드, 나쁘게 말해서 혼자 다 하는 포지션으로 이 Partnership Manager 역할과 Tech Evangelist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게 생각보다 웃픈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다른 나라에 있는 DR들은 PM 이 연락해서 미팅잡으면 Evangelist 가 들어가서 도와주는 이쁜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나는 내가 연락해서 미팅잡고, 미팅 들어가서 “안녕 사실 발표자는 나야 데헷" 하며 뻘쭘하게 일을 해야한다.

그래서 정확히 무슨일을 하냐고

일단, 공부를 한다. 아니 진짜. 공부를 해야한다.

무슨 말이냐면, 플랫폼 회사이다보니 매년매년 컨퍼런스때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걸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정확하게 공부한 뒤에 이 기술들을 각 회사에 있는 개발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각 기능 별로 약 1시간 발표를 몇 개씩이나 진행하는데, 올해의 경우엔 모든 발표를 다 보려면 거의 100개가 넘어가는 비디오 클립을 일일이 보고 공부해야한다. 그래서 1년 중 컨퍼런스가 진행된 이후에는 약 한 달 동안 일과 공부를 동시에 진행해야한다.

진짜 재미있는 게, 미리 이 기술들에 대해 내부에서 공유받거나 교육 받는 일이 전혀 없다. 컨퍼런스가 열리는 그 날, 새로운 기술 발표 세션을 보면서 우와 쩐다 하고 있는 개발자들 옆에 앉아 나도 우와 대박인데 이러고 앉아 있다. 😂

그 후 자료를 짧고 간단하게 정리하여 개발사들에게 기술을 알려주고 문제가 있을 경우, 내부 개발팀과 협력하여 개발사들이 이 새로운 기술을 최대한 잘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일년 내내 한다. 그 것 말고도 할 일은 많다는 게 함정이지만.

Tech Evangelist 로서 꾸준히 공부를 해야한다면, Partnership Manager 로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녀야한다. 사람이라는 게 자주 연락하지 않다보면 관계가 소홀해지듯이 회사간에 일을 할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별 일이 없더라도 꾸준히 먼저 연락하고 미팅을 가져서 싱크업을 해야하는데 말이 쉽지 평소에 집에도 연락을 잘 안하는 내가… 갑분효도 🙏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다 친절할 것이다라는 착각에 빠져서도 안된다.생각보다, 아니 생각 이상으로 호의적이지 않는 회사도 많은데 메일을 써도 읽씹당하는 일도 태반이고 말도 꺼내기전에 거절부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또한 각종 컨퍼런스를 찾아보고 꾸준히 다니면서 새로운 개발사들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건 생각보다 잘 맞다. 아니, 내가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컨퍼런스만 다녀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뭐 어쨌든.

그래서 밥은 먹고 다니고

그럼. 잘먹지.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는지

DR의 하는 일을 가만히 살펴보면 내가 일을 잘했다 못했다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output 을 측정하기 굉장히 난해하다. 생각해보면 한 회사가 새로운 기능을 잘 적용한 게 내가 알려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회사내 개발자들이 잘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Evangelist 활동을 통해 기술을 알려주더라도 이 사람이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여긴 일을 벌리는 만큼 일을 해야하는 곳인 것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아무 것도 안 해도 내가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 잘 알 수가 없지만, 반대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정말 많은 일들을 할 수 가 있고 그만큼 내가 엄청나게 바빠질 수도 있다. 누구 하나 나에게 어떻게 일을 하라고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나의 방법대로 개발사들에게 도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실현할 수 있기에 굉장히 성취감이 큰 직업으로 생각된다. 내가 벌린 일이라서 바쁘더라도 신기하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지 않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마무리는 지어야지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 보다 혼자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개발하는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개발자라는 직업이 천직이다라고 생각할정도로 만족하면서 살아왔었지만, 생각보다 난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남을 도와주는것에서 만족감을 많이 느낀다는 것을 알게 해준 포지션이다. 나의 개발자 인생은 3년 이상 같은 팀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아마도 DR은 평생해도 재밌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뜩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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