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 : Layer 2] 이더리움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Aiden Park
Tokamak Network
Published in
10 min readMar 3, 2021

비단 디파이(DeFi)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을 비롯한 모든 블록체인에서 확장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수없이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자칫 매우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 처럼 확장성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진부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왔고, 동시에 지금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확장성 솔루션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수많은 솔루션 중 이번 연재물의 중심 주제인 레이어-2가 중단기적으로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금번 포스팅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였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지만 관련 지식을 이제 막 배워가기 시작하는 분들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더 깊이있는 이해를 원하신다면 아래 첨부된 참고자료들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기술적인 설명은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개념들을 재밌는 우화 형태로 표현합니다. 우화로 표현된 부분마다 실제 개념과의 관계를 주석으로 표시해두고, 더불어 글 아래에 표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조금 더 명확한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이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이더리움, 이더리움 2.0, 비콘체인(Beacon chain), 샤딩(Sharding) 등 복잡한 개념은 잠시 뒤로 하고 앨리스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Source: Shutterstock)

앨리스의 나라는 상업이 아주 발달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사람들간의 복잡한 거래 기록[트랜잭션]들을 네모난 상자[블록]에 하나하나 보관하여 기록하는 이상한 나라이죠.

이상한 나라의 거래장부: 상자(Source: Shutterstock)

이상한 나라에는 이러한 상자를 만드는 이상한 공장[이더리움]과 여러 장인[마이너]들이 있었습니다. 이 공장에서 장인들은 평소대로 열심히 상자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원성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여러명의 장인들이 열심히 상자를 제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나라의 경제활동이 워낙 활발해져 사람들의 모든 거래들을 기록하고 보관하기에는 상자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확장성 문제]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 되자 일부 사람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바로 새로운 공장[새로운 블록체인]을 세워 더 큰 모양의 상자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공장들은 모두 이상한 공장에 비해 다양한 장점들을 내세워 사람들을 향해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로 이런 공장들의 특징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상자를 생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처리하기에 매우 효율적인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이내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된 상자에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실 이상한 공장은 상자를 일부러 천천히 만들고 싶은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를 다루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고 안전하게 상자를 생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상한 공장에서는 상자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몇가지 원칙[합의알고리즘]을 정해두었습니다.

첫째, 상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한 공구[마이닝 장비]를 이용하여 제대로 제작해야 한다.

둘째, 상자를 제작하고 상자의 품질을 검수하는 과정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상자가 불량이라면 누구나 이를 폐기처분할 수 있다.

셋째, 상자를 가장 먼저 제작한 장인에게 보상이 주어지고, 해당 상자가 늦게 생산된 다른 동일한 상자에 비해 우선한다. [Longest Chain Rule]

세번째 과정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핵심은 여러명의 장인들이 상자를 경쟁적으로 열심히 제작하는것과 더불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자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알고리즘의 세부사항에 대한 내용이므로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 이상한 공장은 상자를 빠르게 그리고 더 크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무엇보다 누구나 상자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규칙을 지키며 안전하고 꾸준하게 상자들이 제작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에 새로운 공장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상자를 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소수의 관계자만이 독점할 수 있게 방조하거나[탈중앙성 문제], 상자의 품질이 제대로 검수될 수 없는 환경[안전성 문제]을 조성했습니다.

물론 모든 새로운 공장들에 문제가 있는것은 아니었습니다.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비전을 내세운 공장들도 있었죠. 단, 지금 당장 상자가 부족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자신있게 홍보한 대부분의 공장들은 이러한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공장의 상자들은 이상한 공장의 상자와 호환되지 않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장에는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는데, 새로운 공장의 상자는 이상한 공장의 상자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앨리스의 나라에서는 이미 수많은 경제활동이 이상한 공장의 상자를 기준으로 처리되고 있었고,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상자들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외면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현실세계에서 우리가 잘 사용하고 있는 원화를 갑자기 사용하지 않고, 진돗개 코인이라는 새로운 화폐를 만들어 사용하자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진돗개 코인이 원화에 비해 몇가지 좋은 점이 있더라도 아마 우리는 수많은 불편을 느낄것이고, 정말 특별한 경우(예를 들어, 원화가 심각하게 그 기능을 상실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대로 원화를 사용하는것을 택할것입니다.

여기까지가 불과 1~2년전의 블록체인, 그리고 이더리움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이더리움은 끊임없이 확장성 문제에 부딪혀왔고, 이를 해결하겠다며 새로운 블록체인들이 수없이 등장했지만 결국은 위와 같은 문제에 부딪혀 이더리움 이상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더리움 생태계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더리움 2.0레이어-2 솔루션이라는 두가지 돌파구를 찾게 됩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다시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떠나보겠습니다.

이더리움 2.0

이상한 공장의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었던만큼 이 공장의 창업주들[이더리움 커뮤니티] 또한 이를 잘 알고있었습니다. 이상한 공장의 창업주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어느날 드디어 그 개선안[이더리움 2.0]을 모두에게 공개했습니다.

이 개선안은 매우 복잡했지만 그 골자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오직 값비싼 공구를 가진 사람들만 상자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공장의 주식을 발행해 주식을 보증금[이더 예치]으로 예치한 사람이면 누구나 상자를 생산하고 검수할 수 있어야 한다. [작업증명(Proof of Work)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로의 전환]

이상한 공장에서 상자는 누구나 제작할 수 있었지만, 더 효율적인 값비싼 공구를 가진 장인들이 상자 제작에 유리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더 비싸고 거대한 공구를 갖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었고, 급기야 공구 대란이 일어났었죠. 또한, 공구가 비대해지는만큼 상자의 제작과정 또한 날로 복잡해져만 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죠.

  • 공장의 수를 하나에서 수십, 수백개로 늘려 상자를 생산하고, 이를 하나의 공장으로 모아 압축하자. 더불어 여러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상자는 서로 호환가능해야한다. [샤딩(Sharding)]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부 사람들, 특히 비싼 공구를 보유하고 있던 장인들은 당연히 이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개선안이 실현될 경우 이들의 장비는 모두 무용지물이 될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은 이 개선안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당면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곧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은 이 개선안을 바탕으로 이상한 공장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첫 단추인 상자를 제작하는 권한과 과정의 일부를 변경[이더리움 2.0 Phase 0]하는데 성공했죠. 즉, 값비싼 공구를 보유하지 않아도, 공장의 주식을 조금만 예치하면 누구나 상자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더리움 2.0의 시작(Soruce)

지난 12월 1일 이더리움 2.0의 첫번째 블록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더리움 2.0의 서막이 열린 역사적인 날이었죠. 비싼 마이닝 장비가 없어도 32 ETH이상만 예치하면 누구나 블록을 제안하고 검증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더리움 2.0의 검증인들은 블록을 생성하고는 있지만 기존의 이더리움과 같은 복잡한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직 모든 샤드체인들을 관리하는 하나의 체인인 비콘체인에서 트랜잭션이 포함되지 않은 빈 블록만을 생성 및 검증하고 있습니다. 즉, 이더리움 2.0이 시작되긴 했지만 기존 이더리움의 확장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난게 아니었습니다. 상자를 생산하는 권한과 방식에만 변경이 있었을 뿐 가장 중요한 상자 생산 공장의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즉, 상자를 생산하는 공장은 여전히 단 하나이기 때문에 상자의 크기나 생산 속도 등은 개선이 되지 않았죠. 상자 공장을 수백개로 확대하는 과정[이더리움 2.0 Phase 1,2]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는 최소 수년 이상이 필요한 작업이었고, 이상한 나라의 시민들은 그 기간동안 불편을 느끼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2.0이 본격적으로 확장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2.0의 마지막 단계까지 진행되어야 하고, 이는 여전히 수년이 걸릴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돌파구: 레이어-2

이상한 공장 자체를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방법은 실행되었을 때 그 효과는 확실하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막연히 이를 기다리기보다 빠른 시간내에 도입할 수 있는 또 다른 해결책이 필요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레이어-2 솔루션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여러 종류의 레이어-2솔루션의 등장배경과 그 특징들을 이상한 나라 이야기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상한 나라와 현실세계

  • 상자: 블록
  • 장인: 마이너
  • 공구: 마이닝 장비
  • 공장: 블록체인
  • 이상한 공장: 이더리움
  • 새로운 공장: 다른 블록체인
  • 여러 공장으로 확대: 샤딩(Sharding)
  • 공장 주식과 보증금: 지분 증명(Proof of Stake)

References

https://ethereum.org/en/developers/docs/layer-2-scaling/

https://vitalik.ca/general/2021/01/05/rollup.html

https://medium.com/starkware/validity-proofs-vs-fraud-proofs-4ef8b4d3d87a

https://www.buildblockchain.tech/newsletter/issues/no-99-validium-and-the-layer-2-two-by-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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