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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힘

원티드 New Start Package Project 후기

원티드에서 브랜드 디자이너 현규님(Instagram @danielkyulee)의 리드 하에 굿즈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합격자와 추천인에게 제공하는 선물인 New Start 패키지는 일을 하면서 꼭 필요한 물건들로 구성하였으며,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는 흔한 기성품이 아닌, 원티드가 직접 제작한 자체 제작 상품(토트백, 달력/엽서, 노트, 펜/연필, 파우치, 필통)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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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의 일부인 원티드 라이프워크 토트백

그중 패키지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메시지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현규님과 대화 한 끝에 두 가지 버전을 작성해봤다. 두 버전 모두 원티드가 유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메시지를 작성했다. 하지만 하나는 담백하고 평이하게 전달하려 노력하였고, 다른 하나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하였다. 직접 보고 두 안 중에 어떤 것이 최종적으로 선택을 받았을지 예측해보자!

(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원티드는 추천채용 플랫폼이다. 원티드 서비스를 통해 누군가 채용되면 합격한 사람과 그 사람을 추천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준다. 이 굿즈는 원티드 서비스를 통해 채용이 된 사람에게 3개월 후 보상금과 함께 선물할 예정이다.)

A안

지금 이 박스를 열기까지 다양한 고군분투가 있었을 것 같아요. 맞나요?

나에게 맞는 일,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죠.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 그리고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는 거예요.

시작하는 지금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면, 힘들 때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조금 서툴거나 넘어져도 괜찮아요. 우리는 모두 답이 정해지지 않은 모험을 하는 중인 Lifeworker니까요! ٩( ᐛ )و

새로운 직장에서 시작될 당신의 모험도 원티드가 응원하겠습니다.

우리가 늘 말하듯, Your happiness at work matters to us!

B안

당신의 이 새로운 시작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궁금하다면, 어린왕자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어린 왕자는 이동하는 철새들의 무리에 섞여 자신의 별을 떠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와,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아내죠. 그때부터였을까요?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를 숨기고 있는 별들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당신의 꽃, 오아시스가 무엇인지 아직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것을 찾는 여정을 이미 시작했다는 거예요. 마치 어린 왕자처럼요. 원티드가 그 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무척 기쁘고 영광입니다. 이 정도면 훌륭한 철새였나요? ;)

이 여정의 의미를 기억하고 있다면, 힘들 때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또 다른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언제든 당신의 모험을 응원하는 원티드를 다시 찾아주세요.

별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있기 때문이고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 어린왕자 중

자, A안과 B안 중 당신의 선택은?

Message Visu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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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 흑 다시 봐도 너무 귀엽다.

하지만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A안이 선택받았다. 어린왕자의 스토리가 주는 메시지는 주로 ‘나의 사람’을 연상하게 만드는 스토리인데 ‘나의 직업’과 연결하기 위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역시 개연성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후 오탈자를 체크하고, 29cm의 이유미 에디터가 ‘가능하면 모든 쉼표를 뺀다’라고 했던 것을 떠올려 쉼표를 빼는 등 몇 가지 사소한 수정을 거쳐 메시지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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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를 검토하는 나의 모습

아래는 메시지에 들어갈 귀여운 일러스트. 원티드의 공식 인스타그램(Insta @wantedjobs.kr)이나 현규님의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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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Storytelling

어렸을 때부터 비문학보다 문학을 훨씬 좋아했고, 대학교 때 문학회에서 직접 소설을 쓰기도 했던 내가 최근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상하지 않다. 저마다의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는 무척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같은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스토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주는 느낌은 천지차이다. 예를 들어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나는 그동안 별 감흥이 없었는데 (‘루이비똥? 흠.. 패턴이 약간 촌스럽지 않나?’) 작년 DDP의 루이비통 전시회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에서 실용적이고 튼튼한 여행용 트렁크가 루이비통의 시초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보고 난 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브랜드를 보게 보였다.

1837년, 열여섯 살이던 루이 비통은 파리 땅을 밟았고, 무슈 마레샬(Monsieur Maréchal)의 견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당시 마차와 배, 기차가 주요 운송 수단이었고, 여행 가방은 거칠게 다루어졌다. 여행객은 장인들에게 개인 소지품을 보호하면서 짐을 쌀 수 있는 방법을 의뢰했다.

열여섯의 루이 비통이 트렁크 장인이 되기 위해 파리에 와서 만든, 소수의 여행객을 위한 튼튼하고 실용적인 가방. 요즘에야 여행이 누구나 갈 수 있는 흔한 것이지만, 그 당시 여행이 얼마나 소수를 위한 까다로운 의례였을지 떠올리면 루이비통이 가진 스토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루이비통 트렁크로 인해 여행의 불편함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더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조금 더 즐겁게 여길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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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 루이비통이 제작한 천연 소가죽 트렁크 (출처: 루이비통 공식홈)

문학, 교육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던 스토리텔링이 언제부터인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야기로 마케팅하는 기법’이란 의미로 자주 쓰인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물건에 얽힌 이야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해 왔는데 말이다.

고대 유물들이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희소성을 떠받치는 서사적인 ‘이야기’가 있어서다. 그 유물을 어디서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가 유물의 객관적 나이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물건이 비싸게 거래된다.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명품들 역시 스토리를 배경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소재와 제작기법, 디자인의 뛰어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에 깃든 ‘이야기’이다. 짝퉁 명품들이 100% 정교하게 제작되었다고 해도 진품을 능가할 수 없는 것은 이야기 없는 물건 자체의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

arte 365 기사 ‘이야기의 힘,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중

원티드에서 굿즈 메시지를 작성해본 경험은 브랜드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제품, 브랜드 심지어 사람에게도 특별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부여할 수 있는 좋은 마케터(에디터)가 되고 싶다.

Written by

Content Strategist at Coupang. 콘텐츠마케팅, 브랜딩, UX라이팅에 관심. https://alyse.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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