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학생의 시각으로 본 인지과학
이 책의 1장에는 내가 학부 시절 많이 배웠던 인류학자인 클리퍼드 기어츠,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이름이 언급된다. 기어츠는 문자 사용 이전의 인류가 “타고난 구조 때문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감당하기 힘든 인지적 열정”이 아닌 “많이 알고 있으면 유용하기 때문”에 “모든 식물을 분류하고, 뱀들을 모조리 구분하고, 박쥐들을 분류”했다고 말했다. “인지적 열정”과 “실용적 지식”을 별개의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반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의 뇌는 질서를 추구하는 강력한 인지적 성향이 있으며” “무질서보다는 질서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상반되는 두 인류학자의 주장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지 명확하게 밝혀낼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인간이란 정말 복잡한 존재고,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낸 문화나 사회도 마찬가지라서, 그 기저에 어떤 논리가 있더라도 이를 명확히 밝혀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책에서는 뇌과학을 논리의 근거로 들며 후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주장을 옹호한다. 인지적 열정과 실용적 지식은 별개의 것이 아닌 “동전의 양면”이고, “인간의 뇌는 이런 정보들을 습득하고, 또 그것을 습득하기 원하도록 회로가 만들어져 있다”라는 것이다. 즉 인간이 타고난 인지적 성향에 의해서 어떤 분류,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에 입각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지들을 하나하나 전개해나가고 있다.
사실 나는 이런 이론, 사고방식을 볼 때마다 참 흥미로우면서도 ‘과연 인간의 어떤 행동의 원인을 이런 과학적인 몇 가지로 단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4장인 <사회세계의 정리>에서 “우리의 친척인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기에게 득이 될 때는 상대방을 속이려는 성향을 타고난 것 같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설사 기본적인 성향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개인별로 차이가 있지 않은가? 인간이 가진 복잡성을 인지과학, 뇌과학으로 이렇게 단순화해도 괜찮은가?
물론 어떤 오류들에 대해 아는 건 재밌을 뿐 아니라 실용적이다.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성격적 특성은 중시하고 상황이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부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기본적 귀인 오류에 대한 이야기나,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앞쪽 전전두엽피질의 뇌 영역들을 활성화하여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면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내가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거나 행동하는 원인을 알게되어 유익했다. 추후에 이 지식을 근거로해서 오류를 피하고 더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뇌과학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정확성을 띄는지, 인간의 복잡성을 어디까지 단순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