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 생일
복돌이에게
엄마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정성스런 편지를 읽고 이해할 수 있을 나이가 됐을 때, 아빠는 아빠나름의 방법으로 너에게 추억거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단다. 편지 형식이긴 하지만 아비의 마음대로의 글쓰기 방식 때문에 아마도 많은 독서를 거쳐 어휘의 수준이 한 껏 늘어야 이 글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같구나’와 ‘같다’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오늘은 너가 태어난 날이다(사실 12시가 넘어서 3월 3일이긴 하지만…). 원래 너의 예정일은 2월 25일이었지만 아직 추워 겨울이라 나오기 싫었던지 별 소식이 없었단다. 26일에 엄마가 병원을 들러서 3월 3일(공교롭게도 지금!)에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정하고 그 날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하지만 유도분만이라는 것이 조금은 강제로 진통을 만들고 출산을 요구하는 것이라 엄마, 아빠는 썩 내키지 않았어.
그래서 유도분만 하루 전이라도 널 만나기 위해 3월 1일(3•1절이라 휴일이야)에 롯O몰을 한 두 시간 걸어다녔어. 걷는게 출산에 좋다고 해서 말이지. 그리고 결국 3월 2일로 가는 새벽에 진통이 시작됐단다(엄마 아빠는 성공했다 ㅠㅠ).
주기적으로 진통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새벽 3시를 조금 넘어서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도 초보라서 아무 것도 몰랐거든. 엄마가 참을 수 있다고해서 아침드라마를 다 보고(‘내 사위의 여자’ 라는 이상한 이름의 요상한 내용을 가진…) 병원으로 출발했어. 엄마와 다니던 의사 선생님은 박O일 교수님이신데, 외할머니한테서 엄마를 받아주신 분이야. 즉, 너와 엄마까지 2대를 받아내신 거지. ☺
처음에 태동검사를 했을 때는 그래프 상으로 진통이 심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가서 나중에 올뻔 하다가 선생님이 내진을 하시더니,
오늘이 생일이 되겠는걸?
이라는 선언과 함께 분만실로 널 만나러 가게됐어.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엄마가 정말정말 힘들게 너를 낳으셨단다(그러니까 아빠 말은 안들어도 엄마 말은 들어야된다). 다른 병원 진료를 가시던 선생님도 급하게 돌아와서 널 받아 주셨어(무려 10분만에!)

그리고 3시 4분에 니가 세상에 첫 울음을 쏘아 올렸어.
축하해. 그리고 고생 많았어. 니가 힘차게 울 때 아빠는 분만실 밖 복도에 있었단다. 울음 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나와 아빠 귀를 두드렸을 때 발끝에서부터 찌릿한 기분이 등 뒤를 타고 올라와 처음 느끼는 벅찬 기분을 선사해 주었어. 고마워.


길고 길었지만 짧고 짧았던 오늘 하루 동안 엄마와 아빠는 너를 어떻게 키울지 큰 방향을 잡고 이야기를 나눴단다(물론 너도 자라면 알겠지만 세상일이 다 계획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큼지막하게 결정한 건,
- 어디든 많이 다녀보자
-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게 하자
정도란다. 물론 당연히 더 추가되겠지만 말이지. ☺
아, 이름도 지어줘야 하는데 일단은 태명인 복돌이로 편지를 쓴다(그런데 정말 입에 촥촥 감기지 않니). 엄마한텐 말 안했지만 아빠는 널 똘똘이(혹은 똘이)라고 부르며 태명을 이어갈 예정이야.
여튼 복돌아. 건강해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건강해라. 건강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낼 힘이 있을 것이니, 너는 너의 건강함에 크게 신경을 쓰거라.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이 돼라. 매력적인 것과 이쁜 것은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니, 너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자라나거라.
물론 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 하자. 사랑한다 우리 딸. 복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