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 fragrance
“Alice, would you kindly read out loud the column in page 54?”
갑작스러운 질문에 소현은 눈을 반짝 떴다. 강사가 부른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걸 확인한 소현의 눈이 천천히 다시 감기기 시작했다. 서른 명 남짓인 강의실에서 강사가 눈치 못챌리 없는데도 몰려오는 졸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갑자기 소현의 코 끝에 한 줄기 청량함이 스쳐 다. 졸음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소현은 머리를 매만지며 슬쩍 뒤돌아보았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박종현은 오늘 지각했다. 그것도 30분이나.
소현과 눈이 마주치자 종현은 머쓱하게 웃었다. 조용히 들어왔지만 부산해진 분위기에 강사가 쳐다보았는지 종현이 작게 쏘리, 하는 입모양이 보였다. 소현은 마주 웃어주고는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머지 1시간 동안 소현은 졸지 않을 수 있었다.
“아, 미안. 최근에 바뻐서 정리를 못해서 좀 더러워.”
“응. 뭐 낮에 회사다니고 밤에 학원 다니는데 정리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
“그게 가방에 있었던 것 같은데. 잠깐만.”
소현은 방 안에 앉을 만한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가 그냥 서있기로 마음 먹었다. 종현의 방은 빨래더미와 각종 봉투와 가방으로 가득했다. 지난주에 빌려준 책을 돌려받을 거란 기대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종현의 방에 방문한 것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종현의 방은 늘 종현에게 풍기는 청량한 향기와는 조금 다른 냄새가 났다. 훨씬 더 묵직하고 두터운 향이 가득했다. 평소에 종현의 향에 관심이 많던 소현은 종현이 쓰는 향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혹시 향수 뭐 써?”
“어? 나 향수 안 쓰는데.”
소현은 여기저기 뒤적거리는 종현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향수가 아닐리가 없었다. 아닌 척 하는 건가 싶어 종현의 책상 근처로 걸어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잡동사니를 살펴보았다. 정말로 향수는 커녕 화장품 하나 없었다. 소현이 병 모양의 물건을 한번씩 집어 올려 확인하는데 종현이 소현쪽으로 걸어왔다. 소현은 혹시 잘못했나 싶어서 책상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다가온 종현은 의자를 빼고 책상 앞에 주저앉았다.
“아! 찾았다.”
책상 밑에서 종현의 목소리가 들려서 소현도 그 옆에 따라 앉았다. 종현과 붙어 앉아 있으니 종현이 향이 한층 진하게 풍겨왔다. 책상 아래에 있던 가방에서 끄집어낸 책은 소현이 빌려준 그 책이었다. 종현이 소현을 돌아보고 씩 웃으며 책을 건넸다. 소현은 괜시리 책장을 앞에서부터 한 번 훑었다. 찢기거나 상한 페이지는 없었다.
종현이 먼저 일어났다. 소현도 따라 일어나려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종현이 멀어졌는데도 종현의 냄새가 코앞에서 진동을 했다. 조용히 킁킁거리던 소현의 눈 앞에 무언가 눈에 띄었다.
“이거 뭐야? 콘센트에 꼽은거?”
“아 그거 방향제야. 남자 자취방은 냄새 난다길래.”
소현은 말없이 일어나 책을 배낭에 집어넣었다. 빌려줘서 고마웠다는 종현의 인사를 뒤로 하고 건물 밖에 나서자 바깥의 냄새가 훅 밀려왔다. 소현은 소매 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