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단상

왜 우리는 디지털을 필요로 하는가

병원을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organism)로 본다면, 병원의 구성원들이 생산과 소모를 반복하는 일련의 대사체계(metabolism)는 헬스케어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헬스케어를 떠올렸을 때는 환자와 의료진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개인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본질에서는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가 헬스케어에 맞물릴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 환자의 침상을 정리하고 병원을 청소하는 인력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헬스케어의 이해관계로 수렴할 수 있다. 더불어 헬스케어의 목적은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개인이 건강한 행동을 할수 있도록 돕는데 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헬스케어의 경계와 목적은 확장하고 있다. 또한 병원 운영의 효율과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도입된 전산 시스템을 기준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계도 병원 내부에서 일상생활 전반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는 지금, 우리의 건강에 있어서 그토록 디지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의 불균형

전통적인 헬스케어의 양상은 확실히 의료진과 환자의 이해관계로 두드러진다. 문제는 이들의 이해관계에서 나타나는 정보의 불균형이 개인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헬스케어의 본질에 충실하기 어렵도록 했다는 점이다. 비단 의료진이 전문화된 지식을 그들만의 헤게모니로 삼았다는 것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의료진의 입장에선 이따금 방문하는 환자의 현증상으로 그 이상의 것을 통찰해야하는 도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매일 무엇을 먹고 생활하는지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의사가 바랏두르의 ‘사우론’이 아닌 이상, 항상 그들을 시야 안에 둘 순 없지 않은가. 심지어 ‘사우론의 눈’조차 미처 보지 못한 존재들도 있었는데.

우리의 의사선생님은 이런 존재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의사의 영향력 밖에서 환자들은 그들의 건강과 관련된 무수한 단서를 생성하고 소멸하지만, 환자 본인의 생리적 영역에 흔적으로 남은 것들만이 징후이자 증상으로 포착되고 기록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여길만한 선택은, 전문적 지식을 보유한 의사들이 경험에 근거한 보편적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 치료는 개인에 따라 그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필자가 의무병으로 있을 때에도 환자마다 비스테로이드계 항염증제(NSAIDs)의 효과와 반응차이가 있을 정도였으니 그보다 복잡한 치료는 오죽할까.

만약 우리가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수집하고 제공할 수 있다면 지금의 미진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디지털 기술이 환자에 대한 정보를 양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있어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의 출현과 더불어서 이러한 가능성은 이전보다 배가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자, 이 주장에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러한 데이터를 우리생활의 기저수준에서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 없이 수집하고 전송하고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데이터들이 정제되고 해석됨에 따라 우리의 건강과 상관관계를 갖는 새로운 지표들 또한 발견될 것이라고도 믿는다. 그러나 필자는 개인의 건강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의 양적 수집과 제공만이 우리의 궁극적 지향점이 아니며, 디지털 기술의 유일무이한 역할이라고 믿지 않는다. 데이터 수집이 간편해졌다고 해서 또 그 정보가 많아졌다고 해서, 곧장 우리가 건강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 입장에서 환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물론 도움이 되겠으나, 우리가 건강하려면 우선 건강하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다.

여우와 두루미, 그리고 인터페이스

대개 미래의료의 속성을 설명할 때 4P를 언급한다. 예측 가능하며(Predictive), 예방가능한(Preventive), 개인화된(Personalized) 의료. 여기에 참여(Participatory)라는 속성까지를 합하여 미래의료의 매커니즘을 그려볼 수 있다. 이전의 의료와 대비되어 환자가 직접 의료의 주체적 역할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대라고 보는 견해가 정설이다. 문제는 환자들이 혹은 건강한 개개인이 헬스케어에서 적극적인 관계형성(engagement)에 여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문은 열려 있으되 들어갈수 없거나 들어가지 않는 형국이다.

이는 헬스케어의 독특한 특성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보통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서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대표성은 한가지로 정해지는 것인 일반이다. 그러나 헬스케어의 경우는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대표성이 둘로 나뉘어진다.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의 사용자(의사)와 제공 받는 측면에서의 사용자(환자)를 말한다. 결국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중 발생하는 상호작용(interaction)이 다르며 이런 상호작용을 위한 소통체계와도 같은 인터페이스(interface)또한 다르다.

본질적으로 인터페이스가 다른 두 집단의 성격때문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과 다양성과는 별개로, 지속적인 건강행동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건강앱을 통해 우리의 걸음수를 매일 본다한들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고, 그것이 건강한 행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지속적 자극제가 되지 않는 것도 그때문이다 하겠다. 여우와 두루미가 각자 익숙하게 사용하는 인터페이스(호리병과 접시)를 이해하지 않아 발생했던 문제와 같은 셈이다.

여우가 말한다. “웃는 것도 지금 뿐이여, 너는 인쟈 미끼를 물어버렸응께.”

필자는 지금 의사와 환자 서로가 각자의 정보를 이해할 때까지 마주 앉아 설명하고 공유해야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방식의 소통은 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다만 서로의 환경과 익숙한 방식을 헤치지 않으면서, 그들이 건강한 행동을 하기에 마주하는 장벽들을 해소하도록 디지털 기술이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내걸어야할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치가 기술적 화려함이 아닌 헬스케어 본질에 관한 섬세한 이해와 통찰을 기본으로 해야할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있어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과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의 고민과 적용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의 대사과정(metabolism)에서 중요한 작용기전(mechanism)중에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가 있다. 생명체가 항상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개인과 집단 더 나아가 사회의 건강을 위하여 디지털을 끌어안은 헬스케어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분야의 관심과 참여가 되먹임(feedback)이 되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을 조성해야할 것이다. 건강에 대한 우리의 방임적 태도를 위하여 디지털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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