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 근무는 실화고, 사무실은 먹는것 0편:

스탠드업 미팅은 수지(혹은 화사)가 주도한다

배작가
8 min readMay 14, 2018

우리(#세일즈부스트)가 지향하는 회사의 모습은, S+++급 인재들이 모여 자율과 책임 아래 높은 퍼포먼스를 내고 동종 업계 최고의 대우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 전직원 원격 근무를 하고 있는 오토매틱(워드프레스 개발사)로 설명할 수 있다.

리모트 근무가 어떻게 업무의 효율을 올리고, 최선의 성과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진심/진지 월요병을 없앴는지(얼마나 회사를 사랑하게 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원격근무를 위해 필요한 기술적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업무 형태가 더디게 퍼지는 이유에 대한 이해는 어렵기 그지없다.

그런데 직접 이 리모트 근무 형태를 운영 해보니까 예상했던/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분명하게 있다. 사람들이 다 9시 출근-6시 퇴근하며 살면, 다 그런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도 업무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조차 즐거운 일이 되어가고있다. 유후!

앞으로 리모트 근무에 있어 수면위로 떠오른 문제와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쉐어하고, 토론하고, 발전시켜, 아직도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높은 생산성을 담보한다는 우매한 믿음을 부숴버리는데 있어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길 바람바람. 물론, 우리 팀은 리모트 근무의 전문가가 아니고 이제 막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기에 앞으로 기술하는 내용은 정론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고, 따라서 생각이 다른 피드백을 겸허히, 감사히 받아들이겠어요.

우리가 발견한 첫번째 문제는 다음과 같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가 ‘日’ 단위로 모른다는 것.

시작에 앞서, 우리 팀은 매주 월/금 아침 11시 30분까지 모여서 점심을 먹고(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며, 낮술을 느무느무너무 사랑함) 전체 미팅을 진행하며 월요일은 월마다/주마다 팀별/개별 할일의 마일스톤을 정하고, 금요일은 금주에 했던 내용을 쉐어한다. 사실 팀원이 3명 정도로 작았을때는 화, 수, 목요일 모두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그가 오늘 무슨 일을 어디까지 할건지/했는지 자세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팀원들이 하나 둘 늘어감에 따라, 같은 팀원들끼리’만’ 업무 진행 현황이 싱크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의 업무 현황을 슬랙의 다이렉트 메세지로 물어보며(리모트 워커로써 슬랙을 사용하는 방법은 추후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지만 현재 다이렉트 메세지의 사용은 일체 지양하고있다)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했고, 내 진행 상황을 하루에 2–3번 다른 사람에게 말하게 되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문제를 인식했다.

문제 1. 업무의 일별 진행 상황을 나만 정확하게 안다. (따라서 금요일 전에 일을 몰아 처리하기 쉽다. 블록체인과 같이 내가 오늘 할일을 발표하는 순간, 모두에게 공유되어 빼박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문제 2. 다른 팀원의 진행 상황을 모를때는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봐야한다. (따라서 질문을 받는자는 똑같은 말을 몇번 반복하게 된다)

문제 3. 매일 진행사황을 캐쥬얼하게 알릴 공간이 없다. (따라서 당장 슬랙 채널이라도 파야했다)

해결: 매일 스탠드미팅을 하자. 슬랙 채널을 파면 된다. 하지만,

문제 1. 우리는 매일 만나지 않고

문제 2. 우리는 매일 동일한 시간에 일을 하지 않으며 (따라서 동일한 시간에 미팅을 잡을 수 없고)

문제 3. 따라서 우후죽순 채널에 진행사항을 알리는 글이 올라오면서 알림이 올리는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지봇(혹은 화사봇)을 만들었다.

우리팀이 사용하는 봇은 Standuply 이다. 스탠드업미팅을 슬랙과 싱크할 수 있는 봇의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Geekbot과 Standuply 정도 있는거로 보이고, 단순히 Standuply의 웹사이트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어 (잔잔한 버그가 많긴하지만) 일단 정착했다. 더 좋은 솔루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리가 설정한 Standuply의 셋팅은 다음과 같다.

1. 이름을 정한다: 봇의 이름은 매일 아침 봐야한다. 되도록 팀원 모두의 아침을 아름답게 해줄만한 이름이 좋다. 봇의 이름은 블루니(나의 바람)>수지(팀원들의 바람)>화사(CTO의 바람)의 히스토리를 거쳤다. 사진도 적절하게 셋팅한다.

화사봇의 경우, 내 기분에는 1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2. 시간을 정한다: 수지봇은 매일 아침 9시에 질문 4개를 던진다. 우리 팀은 밤 늦게 일하는 사람이 많고 따라서 아침 9시에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은 나뿐이라 내 기준이다. 보통 아침 7시, 가끔은 9시, 가끔은 12시(빡..)에 ‘굿모닝’하는 애인 대비 매우 규칙적으로 오전 9시 땡!하면 굿모닝해주는 봇은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

운동하다 죽으리

3. must를 정한다: 팀원들은 9시에서 12시 사이에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슬랙으로 제출한다. 이건 무조건, 무조건이다.

4. 발표 방식을 정한다: 수지봇이 모든 팀원들의 답변을 모아 12시에 standup-meeting 채널에 thread 형식으로 공유한다. 따라서 하루에 몇번이고 알람이 울리지 않고, 하루에 딱 한번 12시에 깔끔하게 싱크가 된다.

매일 12시에 답변을 모아주며 열일하는 수지봇

어떤 질문을 받는가?

1. 예컨대, (1) 어제 어떤일을 했니? (2) 오늘 어떤 일을 할 계획이니? (3) 누가 네 일을 방해했니? (4) 랜덤질문

2. 윅클리 미팅이 있는 월, 금은 (1) (2) 대신, 이번주에 한일/다음주에 할일/오늘 마무리 할 일을 묻는다.

3. 보통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일을 시작하기 전에 답변을 하기 때문에 랜덤 질문은 아침의 창의력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것으로 선정한다. 예컨대,

If you could know the absolute and total truth to one question, what question would you ask?

What would you name your boat if you had one?

What will finally break the internet?

4. 금요일은 가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Shawn(대표)에게 궁금한 것 질문 챤쓰시간이야! 세상에서 제일 곤란한 질문 하나를 던져줘.” 이에 대한 답변을 금요일 미팅 시간에 Shawn이 직접 해준다. (애플 따라하기 잼잼 )

놀라운 답변을 공유한다.

Q. What’s a body part that you wouldn’t mind losing?

A1. heart > 영어 못 알아들은 개발자의 답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 잃으면 안되는 몸의 부위로 해석했나봄ㅋㅋㅋㅋ

A2. fat > 아주 현명해

A3. cecum > 이게 뭔가 해서 찾아봄. 막창자…?

Q. If you could know the absolute and total truth to one question, what question would you ask?

A1. 저는 우주의 끝(계속 팽창 중이라 끝이 없다고 하는) 그 경계가 무척 궁금해요

A2. 우주의 탄생 방법

A3. 나는 언제 죽는가

>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팀원이 우주/죽음 /사후 세계에 대해 답변을 함

Q, What would you name your boat if you had one?

A1. boat? just boat > 왜이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정없는 CTO 답변

A2. 고잉메리호

A3. wonderland

Q. 인간(human being)은… 왜 일을 할까? (진지)

A1. to make a living, then to be recognized (both/either by people around and/or themselves) then to pursue their own happiness. (엄근진)

A2. 세상이 너무 심플하게 돌아갈 수 있는걸 인정할 수 없어서 > 나의 답변

A3. 그러게 다같이 안하면 좋겟다 > 나의 최애 답변

결과

1. 수지(화사)봇을 통해 각 팀원들은 서로가 어떠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어떠한 애로사항을 가지고 있는지 日단위로 거시적 파악이 가능하다.

2. 각 팀원은 3분 이내(최소의 시간과 리소스)로 본인의 상황을 매일 공유함으로써, 위에 언급된 문제들을 해결한다.

3. 업무 중에 내가 오늘 아침에 제출한 오늘 할일 리스트를 재점검함으로써 업무의 방향이 흐트러지지 않고 오늘 결심한 일을 끝내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결론

사실 사심없이/용건없이 쓰는 글은 없다. 이렇게 멋진 문화를 갖춘 회사에서 개발자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극진히 모셔갈게요. 우리, 포카리 한잔 해요!

결론은 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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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작가

”저는요, 전 세계 전문가가 아끼는 K-작가가 될 거예요.“ 👩‍💻 직장 밖 글쓰기로 6억 만든 인사이트 공유 👄 <억대 연봉 서른에 백수를 선언하다> 연재 中 🌎 지난 5년간 뷰티 브랜드, 리톨로지 𝐶𝑜-𝐹𝑜𝑢𝑛𝑑𝑒𝑟 🎓 미국 브라운대 철학 &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