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성실함에 대하여

2016/06/23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동경이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물을 마시고, 가볍게 근처 공원을 한바퀴 뛰고 들어와서 빵을 굽고 커피 메이커를 작동시키는 삶.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은, 그런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일본에 갔다. 도쿄 시나가와. 근처에 공원은 없었지만 작은 강이 있었고, 종종 새벽에 일어나서 강 주변을 달린 후 근처 마루에츠 마트에서 두부나 바나나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를 반복했다. 커피 메이커는 없었지만 편의점에서 산 오리가미 커피에 뜨거운 물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그게 1개월 정도 지속되었던거같다. 점차 게으름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침대에 눕고 일어나는 시간이 점차 늦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새벽 3시가 넘어서 잠에 들었고 점심 먹기 전에 겨우 일어나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로 실패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이는 삶을 동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금세 실패하고 만걸까. 어렵게 생각할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 성실함이 부족하다는걸 깨달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동일한 일과를 소화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세운 계획만 보면 정말 거창하다. 매일 도시락을 싸겠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수영을 다니겠다. 일주일에 하루는 중국어를 공부하겠다. 정말 많은 계획을 세웠고, 한 달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오히려 악용한게 아닌가 싶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당연한거야, 같은 식으로.

요즘 소설가들의 에세이를 자주 읽는다. 보면 다들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바로 성실하다는 점. 매일 달리기를 하고, 매일 수영을 하고, 매일 글을 쓴다. 영감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로서 글을 쓴다. 카페에서 글을 쓰든 작업실에서 글을 쓰든 집에서 글을 쓰든 ‘출근’이라는 표현을 쓴다. 공부도 그렇지만 글도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걸 예전에는 몰랐다.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오는 목소리를 그대로 글로 옮겨내는 것이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몇배는 더 성실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요즘 ‘글을 쓴다는 행위’를 의식적으로 지속한다. 매일 비슷한 이야기만 쓰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매일 뭐라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부디 지속되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계속 글을 쓴다.


살짝 주제를 바꿔서, ‘동경하는 일상’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까.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내가 늘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있다. 햇빛이 들어오는 방. 넓은 나무 테이블.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된 커피 메이커 세트. 좋아하는 잡지를 쌓아둔 선반.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도록 놓아둔 노트와 펜.

적고 나서 보니 내가 바라는 일상은 개인 공간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보인다. 생각해보면 늘 그렇다. 혼자 살기 편한 작은 집. 혹 원룸. 나 혼자 편히 누워 책을 읽기 좋은 소파 등. 언제나 ‘나’ 중심이자 ‘혼자’인 경우를 가정한 상상을 많이 한다. 이게 좋거나 나쁘다고 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인지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 혼자인 것도 좋아할 뿐인지, 혹 무리가 싫고 혼자가 좋은 것인지.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생각해볼 주제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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