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들어가며 스톡옵션 계약을 하기 전에

베르나민
5 min readNov 18, 2019

스톡옵션. 참 설레이는 단어 아닌가? 회사원의 로망. 나도 벼락 부자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스톡옵션을 통해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이해 하겠는데, 스톡옵션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는 경우를 참 많이 보았다.

1. 스톡옵션 자체가 뭔지 잘 모르는 경우.
2. 스톡옵션이 뭔지는 알지만 처음 받아 봐서 어리버리 하는 경우

이 글은 2번에 해당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글이다. 1번에 해당하는 사람은 이 글을 먼저 읽어보기 바란다.

이 정도면 스톡옵션 많이 받는건가요?

스톡옵션에 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저 이번에 어느 어느 회사 가기로 했어요. 스톡 옵션을 500주 준다고 해요. 많은 건지 적은건지 모르겠어요.”
“오 그래? 회사 주식 발행량이 얼마인데?”
“음, 그건 모르겠는데요?”
“그럼 지금 회사 가치가 대충 얼마고, 한 주 당 가격은 어느 정도나 하는지 알아?”
“음, 그것도 잘… 헤헤”
“그걸 모르면 많이 받은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지. 대표 만나서 물어봐.”
“그런걸 물어봐도 되나요? 그런걸 물어보기가 좀…”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이라는 생각이…?
물어봐도 된다.
꼭 물어봐야 한다. 나중에 배신감에 눈물 흘리고 싶지 않으면 계약 전에 반드시 잘 알아보고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부여 받는 스톡 옵션의 가치가 얼마인지 알아라.

  • 내 스톡옵션의 수량, 행사 가격과 행사 기한
  • 마지막에 투자 받은 회사 가치와 그 시기.
  • 회사의 주식 총 발행량.
  • 현재 창업자가 생각하고 있는 한 주 당 가치.

이건 창업자에게 꼭 물어봐야 한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싶은 껄끄러운 감정이 생기는걸 잘 안다. 그래도 꼭 물어봐라. 물어보면 의외로 잘 답해줄 것이다. 마지막 창업자가 생각하는 가치는 그냥 생각을 들어보는 정도로만 참고하고 덜컥 믿지는 말자.

혹시 이걸 대답 안해주는 창업자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에 가도 된다. 회사의 주식을 나누어 줄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 질문들을 대답 안해준다는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옵션 계약일을 명확히 커뮤니케이션 해라.

500주, 행사가격은 1만원, 2년 후 행사 가능이라 얘기했다 치자. 이게 명확한건가?
아니다. 언제 부터 2년 후 까지인지가 빠졌다.

많은 창업자들이 입사 후에도 스톡 옵션 계약서 쓰는걸 미룬다. 이건 의도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나쁜 행동이다.
더 나쁜건 이렇게 밀리고 밀려서 계약서를 쓸 때 (입사 시점이 아니라) 그 계약서를 쓰는 시점 부터 2년 후에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나도 한 때 경험 했던 일이고 더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입사 전에 창업자가 스톡 옵션 준다 말은 했는데, 아직도 계약서를 안써주네요. ㅠㅠ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마음은 답답한데, 창업자한테 가서 언제 계약서 써줄꺼냐 말하기는 또 껄끄러워 못하겠고.
나도 잘 안다 그 마음. 근데 힘들어하지 말고 빨리 가서 계약서 쓰자고 먼저 말해라.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면 바로 뛰쳐 나오는게 좋다.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하고는 빨리 헤어져야 한다.

주요 주주들이 누구고 각각의 지분이 얼마인지 확인해라.

이 또한 처음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사람들은 하기 힘든 껄끄러운 질문이다.
나는 창업자들에게 이 질문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데, 이걸 대답해주지 않는 사람들은 뭔가 캥기는 것이 있거나, 나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서워 하지 말고 질문해봐라. 아마 순순히 잘 대답해줄꺼다.
시리즈 A 이하 단계의 회사라면 그냥 주주명부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너무 쫄지마라. 여러분들은 회사의 잠재적 주주이고 주주명부를 볼 권리가 (잠재적으로) 있다.
잘 생각해봐라. 여러분들이나 VC 나 회사의 잠재적 투자자인데 VC 들에게는 주주명부를 깨끗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옆자리에서 함께 일하고 스톡옵션도 부여할 여러분들에게는 주주명부를 못 보여주겠다고?
그런 회사를 뭐하러 다니나.

계약서를 바로 그 자리에서 읽어보고 싸인하지 말아라.

어쩌면 이건 예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창업자랑 회의실에 들어가 스톡옵션 계약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개 몇 번 끄덕거리고 싸인하게 되는 게 대부분의 케이스이다.
근데 항목들을 잘 이해하기는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나? 아니, 아마 내용이 많아서 중요한 부분들만 대충 읽어주고 넘어갔을껄.

만일 창업자가 여러분을 믿고 존중한다면, 미리 계약서를 보내주고 검토해볼 시간을 줄 것이다.
혹시 바로 계약서를 쓰자고 하더라도, 여러분은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검토할 시간을 달라라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 요구를 거절하는 창업자가 있다면 씹쌔끼라고 불러도 괜찮다.

퇴사시 옵션이 해지된다 쓰여있으면 집어치워라.

여러분이 2년 후 행사 계약을 했고, 2년 열심히 일해서 행사 권리를 얻었다고 치자.
권리를 아직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회사는 퇴사하고 싶을 수도 있다. 보통은 이런 경우에 3년~5년 정도 후 까지도 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계약서를 작성한다.(계약서에 다 써있다)
그런데 퇴사 후에는 권리가 사라진다고 적어둔 계약서를 가져오는 회사들이 있다.
참 지저분한 조항이다.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난다.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스타트업에 들어가기로한 용기를 존중한다. 벼락 부자가 될 생각에 히죽 히죽 신이 나있을 수 있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창업자들이 위대하거나 정직하지는 않다. 현실에서 그런 창업자는 매우 드물다. 큰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창업을 했다고 바라보는 편이 대부분 옳다.
마음을 냉정하게 가라 앉히고 이것 저것 잘 체크해보는게 좋을 것이다. 여러분을 지켜줄 것은 여러분의 지식 밖에는 없다. 나중에 크게 상처 받고 눈물 흘리며 떠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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