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Mass-adoption은 어디서 오고있을까 : Circle과 Visa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Boosik(Hyunsik Boo)
11 min readSep 6, 2023

이 글은 투자 조언과는 거리가 멀며,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와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한지도 벌써 6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우선, 오르락 내리락하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블록체인 산업을 이어나가는 많은 기업가분들과 업계 종사자분들께 존경의 말씀을 올립니다. 다시 한번 겨울이 찾아오고, 많은 사람들이 업계를 떠나기도 하고 재밌는 소식도 없어서 조금은 심심하던 차에, 올해 초인가 부터 개인적으로 관심을 끄는 소식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식의 중심은 USDC를 발행하는 미국의 Circle사와 Visa 카드인데요. 오늘은 이 두 회사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의 거대한 파도가 다시 우리내 곁에 너울칠 수 있을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블록체인을 왜 쓸까?

근본적인 질문부터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꽤나 정형화돼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탈중앙화, 소유권, 증권성 토큰 등… 저는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인 관심사는 “디지털화된 가치의 전송” 쪽에 가깝습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나오기 전, 컴퓨터로 돈을 만들려는 시도가 몇 번 있다는 사실은 아마 많이들 아실겁니다. 대부분의 실패가 이중 지불(Double Spending)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이제는 블록체인 씬에서는 너무 상식이죠. 비트코인은 작업 증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 최초로 디지털 상에서 가치를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블록체인을 이렇게 디지털 자산 전송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을까요?

물론 그런 움직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암호화폐를 갖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매매를 목적으로 합니다. 우리가 외치는 대중화의 관점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보이죠. 블록체인 업계에는 탐욕 또한 너무나도 많습니다. 수시로 벌어지는 일명 스캠 프로젝트, 피싱, 과장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들… 한때는 블록체인이 과연 이렇게 가는게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더랬죠.

많은 프로젝트들이 자신들의 토큰을 발행하고, 거버넌스 토큰이라던가 혹은 어떤 유틸리티를 부여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실패했고, 차트는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 미끄러져 내려가기 바빴습니다. 사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까지나 탈중앙화나 DAO에 맡길 수도 없고, 그들도 수익을 얻어야 하며 개발자들에게 급여를 줘야하거든요. 그래서 토크노믹스라고 하는게 너무나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경제에는 문외한인 공돌이라, 처음에는 인플레이션이 적으면 가격이 덜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유하게 살 수는 없는 것 같고, 70억 인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경제 사상 또한 존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비트코인이 화폐로 쓰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개인적인 생각으로 비트코인은 가치가 너무나도 많이 변합니다. 실제로 국가가 경제를 통제할 능력을 잃어버린 남아메리카의 국가는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지정하기도 했죠. 저는 우연히 기회가 되어 디스코드에서 아르헨티나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결과, 남미 사람들이 생각보다 비트코인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원하는 화폐는 달러였죠. 그러나 남미에서도 달러를 구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은행에서 달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서 암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는데, 환율이 은행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구하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서도 환율이 다르다고 하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죠. 비트코인이 언젠가 널리 화폐로 쓰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달러와 비교했을때 이런 나라에 어떤 이점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도 정말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조금 고민하던 시절에는 블록체인은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그러다 Circle과 Visa의 움직임을 보고, 제가 생각하던 블록체인의 목적, 즉 안정적인 가치를 디지털화하여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지 간략하게 다뤄보겠습니다.

Circle에 대하여

먼저 USDC의 발행사인 Circle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 3대장은 테더, USDC, DAI입니다. 이 중 테더와 USDC가 1달러를 유지하는 방식은 정말 간단합니다. 1달러를 받으면 토큰 1개를 발행해주는 방식이죠. 시가 총액은 테더가 3위, USDC가 6위이며, 테더가 USDC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발행량을 자랑합니다. 테더는 회계 감사를 기피한다는 의혹도 받고, 중국의 부동산 기업인 헝다가 파산할 때 테더의 자산이 엮여있다는 소문도 도는 등 분위기가 썩 좋은 것 같진 않습니다. 그에 비해 USDC는 블랙록과 코인베이스와의 파트너십, 미국 정부의 규제를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이미지를 많이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에코 시스템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사실 테더가 어디서 해커톤을 연다던지, 그랜트를 준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잠깐 검색해봤더니, 크게 눈에 띄는 무언가는 없네요. 반면에 Circle은 매년 해커톤을 열고 에코시스템 그랜트에도 적극적입니다. 개발자 커뮤니티 조성에도 관심이 많아서, 디스코드에서 개발자들이 활동하기도 합니다.

Circle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지 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KBW때 Circle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주변에 알 만한 사람들과도 의견을 많이 나눴어요. 결론은 좀 단순한데, USDC의 사용처를 늘리는것이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Circle 해커하우스에서도 많이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여기에 대한 전략을 에코시스템 및 기존 금융과의 결합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Circle은 최근에 Programmable Wallet과 CCTP(Cross Chain Transfer Protocol)을 출시하여, 개발자들이 USDC 및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를 더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Visa 카드와의 협업을 통해 전세계에서 USDC를 쓸 수 있도록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Visa와 Crypto

세계의 대표적인 카드사인 Visa 또한 암호화폐를 활용하는데 적극적입니다. 당장 Visa 암호화폐 페이지를 보면 Account Abstraction을 통해 Visa가 가스비를 대신 내주는 기능에 대해 소개할 정도죠. 글을 작성하는 시간 기준으로 바로 어제, Visa가 솔라나의 USDC를 이용한 결제를 지원한다는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저는 이 소식이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호재(?)보다 더 놀라운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온-오프 램프(현금-암호화폐를 교환하는 기술)를 지원하는 방법은 많았지만, 수수료도 비싸고 규모도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를 주름잡는 거대 카드 회사인 Visa가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한다니,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지만 제 생각보다 반응이 그렇게 핫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의 호들갑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러면 이런 소식을 접한 김에,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Circle과 Visa의 협력으로 어떤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낼수 있을지 상상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게 오밤중에 글을 쓰게된 계기에요.

  1. 결제 효율성의 측면

먼저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가 효율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은행 간 정산을 주기적으로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농협을 주로 사용하는 내가 국민은행을 주로 사용하는 여자친구에게 돈을 보내면 전산 상에서는 돈이 바로 이동하지만 은행 끼리 실제 돈이 오가는 정산을 주기적으로 실행하는 것이죠. 이런 방법은 다분히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많죠, 특히 지금같은 디지털 시대에 은행끼리 네트워크가 분리돼있다는 것은 조금 뒤쳐져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 RTGS(Real-time gross settlement)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골자는 정산하지 않고 결제가 발생하는 즉시 은행 간 정산도 일어나는 것이죠. Circle의 Chief Economist인 Gordon Liao는 그의 논문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RTGS를 구현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라고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스테이블 코인은 공개 블록체인 위에서 P2P 전송을 가장 저렴하게 실행할 수 있는 도구기 때문이죠. 은행과 국가 입장에서도 화폐를 디지털화 했을 때 훨씬 더 관리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생각은 조금 나이브해서(전문가도 아니구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편이기도 하구요.

또한 개인도 효율적인 결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는 PG사, VAN사, 카드사 등의 많은 중간 다리가 존재합니다. 이는 수수료가 증가하는 이유기도 하죠. 블록체인을 이용한 결제는 이런 중간 과정을 줄여주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수수료 절감의 혜택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더리움은 은근히 느리고 가스비는 꽤나 부담이 되지만, 효율적이고 빠른 레이어1, 또는 레이어2 / 롤업, Account Abstraction을 이용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합니다.

심지어 Visa는 Account Abstraction을 이용하여 카드 결제로 가스비까지 같이 지불하는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확장성을 확보하는 인프라와 Account Abstraction이 결합하여, 사용자들로 하여금 그저 카드를 긁을 뿐인데 암호화폐로 정산되어 더 효율적인 결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2. 사용자 경험의 측면

기존 지갑의 사용자 경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니모닉을 이용한 암호화는 정말 안전합니다. 1024개의 단어 중 적게는 12개, 많게는 24개를 선택하는 경우의 수는, 슈퍼 컴퓨터로도 맞추기 힘들 정도로 많거든요. 그러나 이건 니모닉을 안전하게 관리 했을 때 이야기죠. 제 주변에서 블록체인을 꽤나 오래 사용했지만 니모닉을 컴퓨터, 심지어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가끔 그렇게 합니다(…) 물론 중요한 계정은 따로 저장해뒀지만요. 이렇게 저장하는 경우는 정말 안전하다는 니모닉이라는 도구가 6글자 비밀번호 보다도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금고 열쇠를 책상 서랍에 숨겨놓는 느낌이죠.

또한 니모닉은 어렵습니다. 당장 저는 부모님에게 지갑 사용법을 알려드리다가 포기했습니다. 그냥 중앙 거래소에 가지고 있는게 더 낫겠다 싶었죠. 블록체인마다 지갑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KBW에서 만난 한 분은 지갑을 20개나 쓴다고 하셨습니다. 저만해도 메타마스크(이더리움), 케플러(코스모스), 카이카스(클레이튼), 예전에는 팬텀(솔라나) 등 지갑을 정말 많이 사용했었고 각각의 니모닉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죠.

Circle은 최근 Programmable Wallet을 발표했습니다. 이름은 지갑이지만 사실 SDK(Software Development Kit)이죠. 개발자들에게 지갑 기능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줄테니, 편하게 사용하라고 준 것입니다. 이 SDK의 가장 핵심은 MPC(Multipart Computation)입니다. 사실 요즘 지갑(Web3auth, 한국의 해치랩스에서 만든 FaceWallet)의 대세가 MPC기도 하죠. 이 기술을 이용하면 키를 몇 조각으로 쪼개고 디바이스와 클라우드에 분산된 노드에 나눠서 저장합니다. 키를 복구할 때는 그 중 몇 개 이상만 있으면 되는 방식이구요. 주로 내 소셜 로그인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MPC를 지원하는 지갑은 니모닉 기반이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애플 로그인 기반이 대부분입니다.

즉, 지갑 기능이 Web2에서의 로그인 사용자 경험까지 내려왔다는 뜻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소셜 로그인에서는 2차 인증(OTP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습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니모닉을 저장하거나 할 필요 없이 소셜 로그인만으로 블록체인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CCTP를 통해서 이제 내가 어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지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CCTP는 여러 블록체인에 걸쳐 분산돼있는 USDC를 더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프로토콜입니다.
블록체인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내가 이더리움을 쓰는지, 다른 체인을 쓰는지가 정말 중요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IT와 친하지 않은 국가들도 여전히 많죠. KBW에서 만난 Circle의 Developer Relationship Director인 Marcos는 “사용자 입장에서 Web2와 Web3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허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어떤 블록체인을 사용하고 있는지 추상화할 수 있어야 하죠.

정리하자면…

지금까지 Circle과 Visa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지 간단히 다뤄보았습니다. 정리해보면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카드, 또는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기만 함으로써 암호화폐로 결제하고 가스비 또한 같이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활용성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결제 시스템이야 말로 블록체인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킬러로 유명한 전 미국 연준 의장 폴 볼커는 “수십년 간 금융의 유일한 혁신은 ATM기” 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이 Electronical Cash라는 이름의 논문으로 탄생했듯이, 블록체인의 매스 어답션은 스테이블 코인과 카드의 연결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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