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카는 환상이었다.

쏘카 제로카 이미지. https://zerocar.socar.kr/about

이번 달로 쏘카와 1년 계약한 제로카 사용이 끝난다. 뚜벅이에서 마이카 생활을 하며 얻은 달콤함에 취해 지난 1년을 보냈다. 그렇지만 제로카를 더 오래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해 여름 월 20만 원에 아반떼를 빌려, 쏘카 이용자에게 재 임대하여 수익을 내는 제로카 시즌 1에 혹해서 티볼리로 제로카 시즌 2가 나오자 신청했다. 시즌2는 계약 조건과 필요 서류를 고지하고 고민할 틈 없이 진행됐다.

고지에서 신청 마감까지 기간이 짧아서, 1년 동안 월 30만 원 가량 내는 계약이었으나 꼼꼼이 따지기보다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제로카 시즌 1 아반떼와 제로카 시즌 2 티볼리는 수익 배분율부터 다른 점이 많다. 그것까지 따져 적으면 속이 쓰리니 그건 속쓰림이 가시면 적어보겠다.

제로카 ‘차주’?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내는) 쏘카 관리자!

쏘카는 제로카 계약자를 ‘파트너’라 칭하고, 파트너를 모집할 땐 ‘차주’라고 일렀다. 그렇지만 제로카 계약자는 쏘카와 대등한 파트너가 아니었고, 차량 소유자도 아니었다. 쏘카 이용자일 뿐이었다. 이런 기분은 쏘카 이용자가 차를 빌려가 사고를 냈을 때 느꼈다.

얘기하기에 앞서 제로카 작동 방식을 보자. 쏘카는 파트너에게 제로카를 1년간 빌려주면서 차종에 따라 월에 얼마를 받는다. 그리고 이 차를 쏘카 이용자가 빌려가면 임대료를 일정 비율로 나눈다. 이 금액은 제로카 임대료를 매월 정산할 때에 포함하여 임대료에서 차감한다. 쏘카 이용자가 차를 자주, 오래 빌려갈 수록 이 금액이 커지는데 제로카 임대료와 주유비를 넘으면, 파트너는 쏘카에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임대료 ‘제로’가 되면 이름 대로 ‘제로’카를 몰게 된다.

2017년 9월 현재 쏘카 제로카 홈페이지에 올라온 안내 이미지

이게 기본 작동 방식이다. 제로카 파트너는 차를 쓰지 않을 때 쏘카 이용자에게 빌려주어 임대료를 깎고, 쏘카는 오너십이 있는 쏘카 관리자를 두고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 등 기존에 얻지 못한 주거지에 쏘카존을 촘촘하게 구축하니, 제로카 파트너, 쏘카, 쏘카 이용자 모두 윈윈하는 아주 바람직한 서비스다.

이론상으로는 이런데 겪어보니 제로카 파트너는 월 몇십만 원 내며 쏘카 예약 우선권을 가진 관리자에 불과하다.

티볼리의 비닐도 떼지 않고 다니던 때 일이다. 주말 아침에 문자가 왔는데 밤 사이 차를 빌려간 사람이 사고를 냈고, 주차장에 주차했다는 내용이었다. 주행에 문제 없다 생각하고 즉시 수리를 맡기지 않은 모양인데 헤드라이트가 달랑거려서 수리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포인트가 있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비록 1년 동안이지만 내 차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다른 사람이 차 사고 낸 것에 기분이 나빴고, 쏘카가 무덤덤하게 전화 한 통 안 하고 문자로 고지한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문자 내용은 ‘전화를 받지 않아 문자 남긴다’였다. 부재중 통화기록은 없었는데?

고객센터 직원은 나중에야 주말 아침이라 전화 대신 문자로 연락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전화를 받지 않아 문자 연락한다’ 고 하여 내가 전화하게 할 게 아니라 ‘연락 가능한 때 답신 주면 전화로 전후 사정 설명하겠다’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1년 간 매달 40만 원 내는 고객인데 너무 많은 걸 바란 걸까.

그리고 몰랐던 사실 하나. 직전에 빌려간 또 다른 이용자가 차를 몰다 바퀴 구멍이 나서 땜질했다고 했다. 이 사실은 통화 중에 나온 얘기로, 나는 문자 연락조차 받은 적 없는 내용이었다. 뭐지? 나 호구인가?

내가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차량 수리하는 동안 차를 쓰지 못하는 데에 대한 보상이 없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임대료 할인은 수리 기간이 3일이 넘어야 해주는 게 규칙이라지만, 수리가 하루 이틀 걸려 차를 못쓰고, 차량 공유를 하지 않아서 발생할 수익 감소는 내가 감내할 몫이었다.

쏘카는 제로카 파트너가 차량을 쏘카 이용자가 빌려가도록 설정하면 시간당 100원을 지급한다. 그런데 나는 차량 수리 기간 동안 시간당 100원도 받을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이 사고는 내가 낸 게 아니었다.

차량을 입고한 기간 동안 제공하는 무상 쿠폰 지급 방식도 실망스러웠다. 내가 제로카를 신청한 가장 큰 이유가 쏘카존이 집에서 멀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월에 사십만 원을 내고 내 집 주차장에 차를 두고 썼는데, 남이 낸 사고 때문에 쏘카에 ‘쿠폰 주세요’라고 전화해서 쏘카 존까지 걸어서 또는 버스를 타고 가서 차를 빌려야 했다. 보험료는 별도였다.

또 말하는데 이 사고는 내가 낸 게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보험료를 포함한 임대료를 매월 내고 있었다.

사건이 터질수록 쏘카에 실망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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