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BRAND] #02 Help Remedies, Embrace
NEXT BRAND
# 02 Help Remedies, Embrace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있다. 스페인의 장기기증 시스템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인구 100만 명 당 5명 꼴로 이것에 동참한단다. 스페인은 인구 100만 명 당 35명이 장기기증에 동참하고, 이 수치는 세계 1위다. 스페인 국민이라고 처음부터 장기기증에 열렬했던 건 아니다. 장기기증률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던 스페인은 국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How를 선보였다. 1979년에 모든 국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장기기증 의무를 부여한 것. ‘장기기증 Yes’가 디폴트 상태인 거다.
우리가 볼 것은 이 법률이 제시한 새로운 프레임이다. 나의 의사로 기증여부를 결정하고, 신청하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애초에 법률로 기증 수락이 기본이 되도록 만든 것. 약간 치사한 느낌이 든다고? 남과 더불어 사는 세상, 가는 길에도 서로 돕고 새 생명을 살리자는 인류애적 취지라면 절대 치사할 것도 없다. 이 법률을 제정하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스페인은 이 제도가 나와 남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울 수 있을지 꾸준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장기기증률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몹시 호의적인 건 물론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막막하고 해결법이 영 보이지 않던 현실에 ‘So what?’이라는 당찬 질문을 던졌던 브랜드를 알아보려 한다. 그들이 품었던 궁금증이 어떤 솔루션을 도출했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자.
디자인이나 광고를 업으로 삼은 독자라면 오며 가며 한 번쯤 봤을 법한 Help Remedies. 가정 상비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인 이들은, 지난 2012년 ‘Help I want to save a life’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2011년 칸 광고제 Grand Prix for Good 분야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는데, 골수기증절차의 복잡함을 신선한 아이디어로 간소화시킨 케이스다. 예쁜 패키지 디자인은 덤이다.
골수기증을 하려면 채혈이 필요한 것에서 착안, 피가 나는 상처에 붙일 수 있는 밴드 패키지를 구상했다. 패키지 안에는 면봉과 밴드가 들어있고, 골수 기증을 신청하고 싶은 사람들은 간단한 키트를 들고 다니다가 상처가 나면, 면봉으로 피를 닦아 동봉된 수신자 부담 봉투에 넣어 이것을 골수 기증 단체(DKMS)로 다시 보내기만 하면 된다. 키트 런칭 후, 골수 기증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3배나 늘은 것은 물론, 일반 밴드 키트보다 1,900%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편, 이런 케이스도 있다. WHO에 따르면 한 해에 2,000천만명에 가까운 조산아가 태어난다. 미숙한 신체발달 탓에 몸을 따뜻하게 할 피하지방이 거의 없는 아이들은 저체온증에 시달리다가 곧 죽어버리고 만다. 신생아들을 케어할 수 있는 건 전기를 사용하는 인큐베이터다. 하지만 전기공급이 원활한 나라의 이야기일 뿐, 인도를 비롯한 남부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시골엔 대부분 그런 장비도 없을뿐더러 쉽사리 구매하기도 어렵다. 인큐베이터 한 대에 2만 달러나 하기 때문이다.
스탠포드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전기의 사용 없이 시골의 엄마들이 아이를 따뜻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아기 포대기 같은 휴대용 인큐베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Embrace라는 브랜드 네임답게, 포대기에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 열을 내는 왁스 파우치가 내장되어 아기들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파우치는 탈부착이 가능하고, 다 굳으면 끓는 물에 넣어 다시 녹여주기만 하면 50번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2009년의 TED 영상에서 Jane Chen은 스피치의 말미에 이렇게 덧붙인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 때문에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Embrace는 지금 인큐베이터 가격의 1% 정도인 200달러에 판매되면서,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생명을 구해냈다.
스페인의 장기기증시스템이 다른 국가보다 활성화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법률제도, 즉 프레임 때문이었다. Help Remedies나 Embrace 역시 골수기증과 조산아의 문제를 기존과 다른 프레임을 제시했다. 복잡한 절차를 재미있는 반창고 키트로, 전기를 사용하는 인큐베이터를 전기가 필요 없는 포대기로. 이젠 당신의 브랜드가 문제(Problem)를 문제(Question)로 바꿔볼 차례다.
* 이 글은 얼리어답터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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