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BRAND] #04 P&G
‘마케팅 사관학교’. 이 회사를 설명하는 데에 이 수식어를 빼놓을 수 있을까. 이들이 보유한 화려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이들이 존속한 175년의 시간보다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겐 정말 매력적인 수식어다. SK-II, 오랄비, 팬틴, 헤드앤숄더, 위스퍼, 페브리즈, 듀라셀, 브라운, 다우니, 질레트 등등 화려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대표 소비재 회사, 마케팅 관련 서적이라면 꼭 한 번씩 잊지 않고 등장하는 회사, 프록터앤갬블(이하 P&G)이다.
우리도 알다시피, P&G 가 보유한 브랜드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재의 특성은 이렇다. 우리의 일상에 제일 자주 눈에 띄고, 사용하는 물건들. 사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친숙한 물건들. 어느 정도의 기능이 충족되면 쓰던 걸 계속 쓰게 되거나, 슈퍼에서 비슷한 제품을 할인하면 그냥 다른 브랜드를 구매하는 물건들. 이런 카테고리 특성 상 소비재 회사에서 당연히 소비자를 후킹할 마케팅 기법이 발달한 건 당연한 일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브랜드의 기능적 혜택은, 마케터의 작업물에 따라 제품 구매부터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적 맥락에 이르기까지 감성적으로 다르게 어필되고 이는 구매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마케팅의 P&G가 얼마 전 마케팅 포지션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대신 그들이 빼든 카드는 다름아닌 ‘브랜드’였다.
새로 개편된 P&G의 브랜드 조직은 총 4개 기능을 수행한다. 마케팅 포지션은 조직 내에 잔류하지만 브랜드의 전략, 기획, 결과 등을 단일 관점에서 관할하는 역할로 업무의 스코프가 좁아지고, 기존의 마케터들은 브랜드 매니지먼트라는 부서에 속한다. 시장조사(Market Research)는 Consumer and Marketing Knowledge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이외에도 PR업무를 수행하는 Communications 조직과 일관성 있는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현할 디자인 기능도 빠질 수 없다.
(정보출처: ‘It’s the End of ‘Marketing’ As We Know It at Procter & Gamble’)
P&G의 이런 조직 개편은 기존의 마케터들이 마케팅을 숫자 놀음하는 ‘Market + -ing’으로만 보지 않고 좀더 넓은 관점에서 시장과 고객, 브랜드를 아울러 보길 기대한 것이다. 브랜드 그룹에 마케팅, 시장조사뿐 아니라 소비자뿐 아니라 이해당사자와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PR의 역할, 디자인 부서까지 덧붙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브랜드 유관 부서의 기능을 하나의 그룹에 묶어 좀더 의사소통을 쉽게 한다면, 좀더 일관성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당연히 기대할 수 밖에 없다. P&G는 조직을 개편하면서, 더욱 통일된 브랜드 구축, 빠른 의사결정, 심플한 조직 구조가 가져올 크리에이티비티 확대와 더 나은 작업들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마케팅 활동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을 꿈꾸는 P&G. 조직 개편이 단행되기 몇 달 전, P&G의 글로벌 브랜드 구축 최고 매니저(Chief Brand Building Officer) 마크 프릿차드(Marc Pritchard)의 디지털 마케팅 관련 인터뷰에서 P&G가 어떤 생각으로 브랜드 조직을 구축했는지 그 의도를 조금 엿볼 수 있는데,
디지털 마케팅은 종식할 것이며, 결국엔 브랜드 구축의 시대로 회귀한다
‘진실된 것, 즉 인간에 대한 인사이트에 기반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연관성 있는 대화 속으로 뛰어 들어라’고 조언했다.
(출처: P&G’s Marc Pritchard: ‘The era of digital marketing is over’)
(한글번역: http://alleciel.com/2014/07/08/the-drum-procter-gamble-marc-pritchard/)
이 말에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조직 개편과 맞물려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고 가늠해볼 수 있는 포인트다. 인간의 삶에 침투한 브랜드는 결코 인간 감성과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브랜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범위를 좀더 확대해서 브랜드 매니지먼트로 명명하고, 외부의 이해당사자와 소통할 창구를 오픈한 건 그들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175년 된 회사가 스스로 형태를 바꿔가면서 브랜드를 조금 더 넓게, 멀리 보는 법을 조직적으로 제안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P&G가 다음의 175년을 기대해볼 수 있는 넥스트 브랜드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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