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 프리라이트 Freewrite 리뷰

2014년 12월, 킥스타터에 헤밍라이트 Hemingwrite라는 이름의 전자식 타자기가 등장했다. 어린 시절 리본 잉크 타자기에 관한 향수를 갖고 있던 나는 한국어를 지원해주겠다는 개발팀의 연락을 받자마자 배커넘버 500번대로 펀딩에 참가했다.
2015년 9월 출시 예정이었던 헤밍라이트는 수차례의 출시 연기 끝에 장비의 공식 네이밍이 프리라이트 Freewrite로 바뀌었고 2016년 5월에 가서야 배송이 완료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타자기는 쓸 수 없었는데 약속했던 한국어 지원이 생각보다 늦어진 탓.
2016년 9월이 되어 개발진은 한국어를 비롯한 일본어, 중국어 지원이 가능한 v1.3.21의 펌웨어를 베타 릴리스했고 2016년 9월 15일 현재, 나는 고작 이틀간 프리라이트를 사용했을 뿐이다.
- 프리라이트는 디바이스의 컨셉 자체가 애초에 기계치 문과생들을 위한 장비. 무심하고 막연하게 체리 MX 브라운 기계식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고 타이핑을 이어나갈 수 있다.
- 어린 시절 엄마 몰래 장롱에서 꺼낸 투박한 미제 제니스 일렉트로닉스 가전제품의 손맛이 느껴질 정도로 바디는 매력적이다.
- 전자 잉크 디스플레이의 종특이라고는 하지만 영타에 비해 한타의 경우 체감상 전자 잉크 딜레이가 다소 길게 느껴진다. 폰트 사이즈를 줄이면 딜레이가 조금은 개선.
- 한글 지원 펌웨어가 업데이트되기 전까지 개발팀과 수십 통의 메일을 주고받았다. 개발팀의 규모는 작고 대응은 느리지만 정확하고 성실하다.
- 프리라이트는 초고를 위한 타자기. 정교한 문서 편집이나 오타 교정 기능을 기대하면 안 된다.
- 줄리아 카메론의 모닝 페이지를 손글씨가 아닌 타이핑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 생각이 손끝 자판 위로 옮겨지기 전까지의 장애가 없다. 잭 케루악처럼 타이핑할 수도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