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ter School 이야기(1)-The Preuss School UCSD

샌디 호밀리맘
7 min readNov 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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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High Tech Elementary(줄여서 HTe)는 Public도 Private도 아닌 Charter School 입니다. 차터 스쿨과 가장 유사한 우리나라의 교육 기관을 꼽는다면 아마 ‘대안학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 설립 목적과 철학에 따라 주에서 지정한 필수 과목 시간 이외의 수업시간을 학교 재단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인데요, 저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HTe같은 경우는 Art, Engineering, 그리고 Leadership Program이 편성되어 있으며 음악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 수업이 있지만 체육 수업은 없습니다.

제 글의 첫번째 포스팅으로 선택한 이야기 주제는 바로 이 Charter School입니다. 그 중에서도 US News에서 선정한 최고의 공립 고등학교 순위에서 전미 랭킹 39위, 캘리포니아에서는 랭킹 5위를 차지한 The Preuss School UCSD (http://preuss.ucsd.edu/) 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출처: http://www.10news.com/news/local-high-school-makes-national-top-ten-list )

이 학교는 UC San Diego 캠퍼스 초입에 있습니다. 아침마다 스쿨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고, 오후가 되면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학교 주변을 단체로 조깅하기도 해요. 일반적인 미국 고등학교의 모습이죠.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곳이 샌디에고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라고 하네요! 당장 검색에 들어가 봤습니다.

뉴스위크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혁신 고등학교 the top transformative high school in the nation’에 3년 연속 선정되었으며 전미 랭킹 39위, 전 캘리포니아 랭킹 5위인 학교더군요. 당연히 샌디에고의 고등학교 중에서는 랭킹 1위구요. 건물 외관도 가건물이 대부분인 미국 학교 치고는 꽤 현대적이어보이는지라 이 학교에 입학하려면 경쟁이 꽤 치열하겠다고 어림짐작 했었습니다. 당연히 부모님의 경제력도 어느 정도 뒷받침 되는 학생들이 들어가는 학교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 학교 입학 조건이 좀 의외입니다.

(1) 학생들은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어야 하며

(2) 부모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아닐 것,

(3) 제 시간내에 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바로 입학 조건의 전부입니다.

지원 조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저소득층의 기준은 가족 구성원의 수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만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16년 지원자는 연소득이 $44,123 이하여야 지원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샌디에고의 2014년 가구당 평균 소득은 $76,876입니다.) 즉 평균 소득의 2/3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정에서 성장한 학생들만이 지원이 가능하며, 심지어 부모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대학 졸업자일 경우 지원이 불가능합니다. 이 조건에 충족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원서를 낼 수 있으며, 최종 합격자는 추첨을 통해 선정합니다.

전형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필수 조건을 충족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서류들(세금보고 서류 등)과 학생의 자기 소개서 및 간단한 논술, 학부모의 간단한 소견서, 그리고 선생님들의 추천서를 가지고 1차 사정을 합니다. 추천서는 담임 선생님들(혹은 영어/수학 선생님 각 1명씩) 2명,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에게 받아야 합니다. 이 1차 사정을 통해 학생이 얼마나 학업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학생 자신의 글과 선생님들 글을 통해 평가합니다. 여기서 선발된 학생들을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합니다.

성적표는 따로 제출하지 않습니다. 의미가 없어서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초등학교 5학년동안의 성적 보다는 학생이 써 낸 글과 추천서면 이 학생이 공부에 대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데 충분하다고 여기는 듯 합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겠지만 미국에서도 부모의 최종 학력이 고졸 이하라는 것은 소득수준이 절대 높을 수가 없는 가정 임을 의미합니다. 아마 빈곤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학교 급식도 학교에서 100% 무상으로 제공하는 학생들만 지원이 가능할 거에요.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가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쓸 여력이 있을까요? 당연히 없습니다. 이 학교는 부모의 저학력으로 인한 빈곤이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 중, 학업에 열정을 가진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서 이 아이들이 빈곤을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90% 이상의 학생들이 4년제 대학에 진학을 하고 거의 100%에 달하는 학생들이 상급 학교에 진학을 하는 수치가 바로 이를 증명합니다. 학력 수준이 낮은 부모를 둔 똑똑한 아이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바로 이 The Preuss School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이 학교의 시작은 어땠을까요? 바로 UCSD 교수들 중심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을 장려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대학 당국과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적/물적 지원을 바탕으로, 현재 The UC San Diego Foundation Board of Trustee의 의장인 Peter Preuss와 그 아내인 Peggy Preuss가 500만불을 기부하면서 The Preuss School로 명명되었습니다. 1999년 대학 캠퍼스의 가건물에서 6–8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하였고, 2000년에 현재의 자리로 이전한 후 15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이처럼 괄목 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http://preuss.ucsd.edu/about-preuss/history.html 참조 바람)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Volunteer인 것 같아요. 학교나 도서관, 혹은 자선단체처럼 자원봉사자를 떠올릴 수 있는 기관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찾는 곳이 굉장히 많거든요. 정부가 미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민간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정부에서도 그들의 권한을 인정하여 주기 때문에, 상당수의 민간단체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charter school도 교육현장에서 기존의 공교육과 사교육 시스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하기 위해 형성된 학교 교육 시스템으로서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며,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 실망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The Preuss School처럼 교육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 High Tech High School처럼 기존의 Test 위주의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대안으로 Project-based curriculum을 채택한 학교들이 바로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죠.

선한 의도(Good will)를 가지고 교수 몇몇이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 기부자(donation)를 만나 현실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고, 여기에 학업에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좋은 교수진과 UCSD 학생 자원봉사자(Volunteer)의 충분한 지원을 받아, 낙오자없이 거의 100%의 학생들이 ‘가족 중 최초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 학교처럼 선의로 시작한 자발적인 움직임들이 그 의도에 감동받은 기부자가 나타나 현실화가 되고, 그 결과를 많은 이들이 누리게 되는 경우를 미국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돈을 기부하는 Donation이든, 시간을 기부하는 Volunteer든 모두 자발성을 근간으로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바로 ‘내가’ 하는 거죠. 우리가 Volunteer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Volunteer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전 오히려 Volunteer 활동을 통해 나와 내 시간을 작게는 지역사회에, 크게는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가치’에서 자발성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UCSD의 교수들이 시간 많고 한가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쪼갤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자발적으로 이 대단한 프로젝트를 참여한 것이겠죠.

자발성이 선의와 만나면 이처럼 여러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조금은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2015년 10월 17일

호밀리 맘

Originally published at medium.com on October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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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 호밀리맘

10년+ San Diegan. 스타트업 CTO 와이프, Special kid와 General kid 맘,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