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 쓴 코인(토큰) 벨류에이션

코인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대부분의 코인은 아무런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물론 창출 되도록 디자인 할 순 있습니다.) 담보로 잡혀 있는 자산도 없기 때문이죠. (물론 담보가 잡히도록 디자인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코인 가치평가시 미래의 현금흐름을 할인하거나 PER, PBR 등을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을 가치평가 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Cryptoassets: The Innovative Investor’s Guide to Bitcoin and Beyond 의 저자 크리스 버니스케가 쓴 에세이내용을 바탕으로 코인 가치평가 방법론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식은 코인이 차지할 시장의 비중을 구하는 것

코인의 가치를 구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전체 시장 규모를 계산하고 코인이 그 시장에서 차지 할 것이라 예상되는 비중을 구한 뒤 코인 전체의 가치를 구하고 이를 코인 개수로 나누어 코인의 적정 가격을 산출 하는 것 입니다.

송금시장을 기준으로 비트코인을 벨류에이션한 크리스 버니스케의 2014년 분석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2014년 당시 개발도상국으로 송금 시장의 규모는 4,36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버니스케의 리포트가 작성될 당시 4,36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었으며 실제로는 4,443억 달러 규모였습니다.)비트코인이 송금 수요의 1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436억 달러가 계산 됩니다. 비트코인의 회전율(같은 코인이 사용된 횟수,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이 1.5라고 가정한다면 비트코인은 436/1.5 = 3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당시 시중에서 유통되던 비트코인의 개수인 1,470만개의 비트코인으로 300억 달러를 나누면 비트코인 하나의 적정 가격은 2,000달러가 됩니다.

버니스케도 인정하듯 많은 오류가 있는 방법이지만 이 방법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며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더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코인 가치평가를 도와주는 교환방정식(equation of exchange)

코인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먼저 교환방정식을 이해 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시경제학을 배우셨던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아래와 같은 간단한 수식이 사용됩니다.

MV=PQ

M은 통화량을 V는 통화의 회전율 P는 물가 Q는 재화 및 서비스의 양 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통화량을 회전율로 곱한 것은 한 국가 안의 모든 재화 및 서비스의 가치와 같다는 의미 입니다.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한만큼 누군가는 돈을 지불 했을 테니 둘이 일치 할 수 밖에 없다는 말 입니다.

회전율 V의 개념이 생소하신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 드리자면 V가 1 이라는 것은 같은 화폐가 1번 쓰였다는 의미이고 2라는 것은 2번쓰였다는 의미 입니다. 시중에 10달러 밖에 풀리지 않았는데 일어난 거래의 규모는 20달러라면 같은 달러가 두 번 쓰인 것이고 이 경우 V는 2가 되겠죠.

어빙 피셔 교수는 V와Q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시 M을 증가 시키면 P가 증가하므로 물가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통화량을 조절하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코인 벨류에이션에서는 이 방정식을 살짝 다르게 사용 합니다. M=PQ/V이므로 PQ와V를 알면 M을 구할 수 있습니다. 코인의 세계에서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코인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M을 코인의 개수로 나누어 코인의 개당 가격을 구할 수 있는 것이죠.

코인벨류에이션에서 P는 코인 자체의 가격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P는 코인네트워크 상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파일코인이라는 저장공간 공유 코인의 P는 1GB의 저장공간당 드는 달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Q는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아이템의 양을 의미합니다. 파일코인의 예에서는 총 제공 가능한 저장공간의 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곱한 것이 PQ이며 파일코인이라는 경제의 GDP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V는 동일한 토큰이 일정 기간 동안 사용된 횟수를 의미합니다. 2016년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하루평균 1억6천만 달러의 거래를 처리하였고 1년으로 환산하면 580억 달러가 됩니다. 2016년의 평균 비트코인의 가치는 89억 달러였으므로 V=580억 달러/89억 달러 = 6.5로 계산 됩니다.

모델을 사용한 벨류에이션

이제 교환방정식의 활용을 이해 하셨으니 모델에 대한 논의를 진핼 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따라 들어가시면 크리스 버니스케의 모델을 볼 수 있습니다. INET이라는 실제 존재하지는 않는 가상의 토큰을 벨류에이션 한 모델입니다. 이 모델을 따라가면서 벨류에이션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ng4vv3TUE0DoB12diyc8nRfZuAN13k3aRR30gmuKM2Y/edit?usp=sharing.

위의 링크를 따라 가 보시면 아래와 같은 화면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A, B, C, D로 나누어 차근차근 모델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A: INET 토큰 개수 관련 인풋

위의 인풋의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전체 발행 계획: 100,000,000

프라이빗 세일로 판매 된 비율: 5%

프라이빗 세일 투자자의 lock up period: 3년 (3년에 걸쳐 나누어 판매 할 수 있다는 가정)

ICO로 발행되는 비율: 75%

Foundation에 의해 발행되는 토큰의 비율: 10%

Foundation의 지속 가능 기간: 50년

설립자에게 발행된 비율: 10%

설립자의 lock up period: 5년 (5년에 걸쳐 나누어 판매 가능하다는 가정)

유통되는 토큰 중 노드에 의해 묶여있는 비중: 20%

유통되는 토큰 중 초창기 존버족이 보유하는 비중: 60%

존버족 비중의 연감 감소율: 1%

위의 각 인풋은 연간 토큰의 양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인풋들을 통하여 위의 테이블이 완성 됩니다.

첫 번째 행은 Private Sale로부터 풀린 양

두 번째 행은 ICO로 공개 발행한 양

세 번째 행은 Foundation에 의해서 발행 된 양

네 번째 행은 설립자보유 지분으로부터 풀린 양

다섯 번째 행은 위의 수치들을 모두 합친 값

여섯 번째 행은 노드에 의해 묶여있는 토큰을 제외한 개수

일곱 번째 행은 존버족이 보유한 비중

여덟 번째 행은 묶여있는 코인과 존버족 보유 비중을 제외한 유동 코인의 수를 의미합니다.

B: INET 경제 생태계 인풋

B 부분에서는 INET 경제 생태계와 관련된 인풋을 넣습니다. INET은 대역폭 공유 기능을 하는 코인이기 때문에 P를 대역폭 1GB당의 달러가치로 정할 수 있습니다. Cost decline for bandwidth는 대역폭의 가격이 매년 줄어드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대역폭 이라는 자원의 가격이 줄어들 것을 가정했기에 가격의 감소를 나타내는 인풋이 들어갑니다.

연간 IP 트레픽은 1,200,000,000,000으로 시작하여 매년 24%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스코 제공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입니다.) INET과 같은 서비스는 총 IP트레픽중 75%센트에 적용 될 수 있다고 가정 합니다.

회전률은 20으로 가정을 하고 계산을 합니다. 이는 2016년 비트코인의 회전률인 6.5의 3배인 20입니다. 크리스 버니스케는 거시적으로 활용되는 코인보다 INET처럼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코인의 회전율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 생각에 그 이유는 가치의 저장수단이 되지 못하는 코인의 경우에 사람들은 코인을 들고 있기 보다는 다른 화폐로 바꿀 것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손에 들고 있을 유인이 특별히 존재하지 않는다면 더 회전이 많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해 보입니다. 싸이월드 시절 도토리를 몇 천개씩 쌓아두기 보다는 그때 그때 필요할 때 결제해 사용하는 방법이 일반적 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C: 수용곡선 인풋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수용곡선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용곡선이란 어떤 제품이나 기술들이 도입 되었을 때 그것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나타낸 곡선 입니다. 혁신자, 초기 수용자, 초기 다수 수용자, 후기 다수 수용자, 지각 수용자 등의 순서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 들입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새로운 서비스의 수용정도는 아래 그림처럼 S자 곡선을 나타내며 성장하게 된다고 합니다.

위 표의 입력값은

서비스가 시작된 년도: 2018년

INET의 최대 시장 점유율: 2%

서비스의 고속 성장이 시작 되는 시기: 2023년

고속 성장 기간: 15년

를 의미하며 위의 입력 값을 바탕으로 아래의 S자 그래프가 도출됩니다. 점차 증가하여 시장 점유율이 2%에 수렴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코인의 사용가치

이제 앞에서 토의 한 것들을 바탕으로 위 표의 내용을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행은 대역폭의 GB당 가격 P 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행은 시장의 전체 트래픽이며

세번째 행은 INET서비스가 적용될 수 있는 트래픽의 규모

네번째 행은 위의 수용곡선에 의해 계산된 INET의 시장 점유율

다섯번째 행은 세번째 행에 네번째 행을 곱해서 얻은 INET의 Q

여섯번째 행은 P와 Q를 곱한 값

일곱번째 행은 PQ를 V로 나누어 M을 구한 값

여덟번째 행은 M을 토큰의 발행개수로 나누어 구한 코인의 사용가치 입니다.

드디어 코인의 가치를 구했습니다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D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이모델을 이해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D: 투자기간과 할인율을 적용한 가치 평가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할인율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할인율은 미래 현금흐름을 오늘날의 가치로 만들기 위해 적용하는 수익률 입니다. 2년뒤의 100달러를 40%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구하면 100/1.4²= 92.46달러가 되는 방식으로 적용 됩니다.

크리스 버니스케는 코인에 보통 30~50%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 하는데, WACC가 높은 위험 한 주식에 보통 적용되는 할인율의 3~5배를 적용한 수치이며 코인은 위험 주식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현재로부터 10년뒤인 2028년 까지 코인을 보유할 계획으로 투자한다고 가정하면2028년코인의 예상 가치인 7.45달러를 할인율로 할인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7.45/1.4¹⁰=0.26 의 코인당 가치가 계산됩니다.

주식가치 평가에서 할인율은 미래 현금흐름의 합을 현재가치로 나타내기 위해서 쓰이지만 이 모델에서 쓰인 코인에는 현금흐름이 없습니다. 따라서 일정한 시점에서의 가치를 현재로 할인해 오는 방법을 사용 했습니다. DCF에서 하는 것처럼 미래 현금흐름의 합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가 연간 40%의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한다면 이 투자자는 0.26달러이하의 가격에서는 구매할 의사가 있을 것이고 그 위의 수준에서는 구매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시장가격은 0.26달러에 형성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위에서 계산된 2018년 코인의 사용가치는 0.14달러였는데 0.26달러까지 지불하고자 하는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코인의 시장가격에는 현재 사용 가치와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가 합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계산한 2018년의 코인의 사용가치는 0.14달러 이었습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기대가 0.12달러만큼을 설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가격의 절반 정도가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로 형성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식에서 PBR이 1이 훨씬 넘는 종목들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INET이 차지할 수 있는 시장 점유율을 최대 2%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점유율이 2%에 가까워짐에 따라 시장가격에서 현재 사용가치가 차지하는 부분이 올라갈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버니스케가 스스로 지적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어짐에 따라 존버족이 대거 이탈하며 예상치 못한 가격 폭락이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결론: 아직 초창기 이며 아이디어가 쌓이고 쌓여 건전한 암호화폐 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

지금까지 크리스 버니스케의 벨류에이션 모델이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가 아닌 가정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벨류에이션이기 때문에 당장 현실에 가져다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위의 모델은 1) 코인이 대상으로 하는 시장의 가치평가가 가능한 경우, 2) 마이너에 의해 토큰수가 변화하지 않을 경우(이는 모델을 약간만 수정하면 해결 가능할 것 같습니다.), 3) V와 기대 시장 점유율을 신뢰성 있게 추정 가능 할 경우, 4) 투자자들의 투자기간과 할인율을 신뢰성 있게 구해 낼 수 있는 경우 사용 가능한 모델 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아주 초창기 입니다. 벨류에이션을 하기 위한 노력들이 각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쌓여서 건전한 암호화폐 시장이 형성되어 나가기를 기대 해 봅니다. (물론 저도 벽돌 하나 정도는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더 공부하며 가치 있는 내용들을 공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의문이 가는 사항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코멘트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코인 벨류에이션과 관련하여 더 논의를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ckdlto@naver.com으로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이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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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모든 이미지는 크리스 버니스케의 에세이엑셀 파일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