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잔상

꿈속의 일상




혼자 살다보면 누구나 그렇듯 서러운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보통 그 순간은 몸의 한구석이 말을 듣지 않을때 찾아오곤 한다. 한 낮에 가만히 서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나는 무더운 여름 끝자락이 하늘만 바라봐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가을과 맞닿는 순간은 언제나 설렌다. 하지만 동시에 급격한 일교차로 수많은 감기를 몰고오기도 한다. 나 역시 학교 축제 3일을 열심히 흔들어 재낀 덕분에 목감기를 앓았으니 말이다.

26살 나이에 ‘나이'라는 얘긴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 이순간 나에겐 가장 많은 나이니 하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걱정을 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생긴 지극히 평범한 능력?과도 같다.

평범한 26세 취준생은 도서관을 들락거리고 취업을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한다. 짜투리 시간이 생기면 도무지 다른 생각은 들 수 없을 정도로 몇달 동안을 ‘걱정'만 하며 보내는 것이다. 하물며 책을 읽는 것도 사치, 학교 공부를 하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사치가 아닐까.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감기'는 나를 방 구석에 묶어두었다. 아플세도 없이 걱정해야되는 내게 일종의 휴식을 안겨준 것이다. 덕분에 10시간 넘게 호화스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찾아온 일종의 ‘꿈'들은 부질없고 쓸데없는 것들이었지만…생각나는 꿈 한가지를 얘기하자면



‘2월 이후(현재는 10월이다) 부모님을 뵌적이 없어서 그런지 꿈에 부모님과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JTBC NEWS를 보면서..(부모님은 JTBC를 시청하실리 없다) 어떤 특정 시사문제에 관해 아나운서가 열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일명 조,중,동의 신문을 내밀며 왜곡된 정도를 갖고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설명하던 중 마지막에 ‘한비자’라는 타이틀의 신문을 보여드렸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코발트 블루색의 사각프레임에 또렷히 ‘한비자’라고 적힌 신문이었고 그곳에는 아마 ‘팩트’가 담겨있었나 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한비자’이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 글자가 왜 하필 신문에 나왔을까?

내 희한한 꿈 덕분에 한비자가 누군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한비자는 Naver에 5000년 중국을 이끌어온 50인의 모략가라고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학문과 기재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비자는 기원전 약 280~233년, 전국 말기 한나라 출신이다. 그의 기재를 보기 위한 단편적인 예로 진시황이 그가 저술한 ‘고분’ ‘오두’를 읽고 “이 사람을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감기를 앓고 수많은 망상에 시달렸지만 덕분에 취업의 늪에서 잠깐이나마 빠져나온 내 정신과 영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램수면의 영혼이 숨쉬는 순간에 한비자라는 학자를 만나게 된것은 내 지각하고 있는 정신이 보는 것과 내 몸속의 영혼과 그 무엇인가가 바라고 있는 것이 다르다는 증거가 아닐까.

혹은 꿈속의 한비자를 만난 후인 현재 내 모습이 아직 꿈속에서 깨어나지 않은 영화 ‘인셉션'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을까?

잠이 조금 불편해도 오늘밤 달달한 꿈한번 꾸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