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x 공유어장 스토리 — Part I

Changseong Ho
5 min readAug 11, 2021

--

최근에 CAN 이라는 SaaS 회사를 설립했다. CAN 은 커뮤니티 기반의 커머스 또는 컨텐츠 플랫폼을 구축하고자하는 창업팀들에게 자체 개발팀 없이도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도록 원스톱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오늘은 CAN 의 고객이자, 동시에 멋진 사업 파트너가 된 스타트업 ‘공유어장’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얼마전 20년지기 후배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회사를 하나 소개하겠다 했다. 어부와 고객의 직거래 서비스라는데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더니, 고객이 어부에게 물고기를 잡아달라고 조업요청을 하면 어부가 잡아서 보내주는 서비스라고 했다.

수산물 매니아인 나로서는 바로 한번 주문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관심은 생겼으나, 이 회사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섰다. 당일 배송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물고기를 잡아 달라고 조업 요청을 넣으면 일주일이나 지나서 배달 오는 서비스가 과연 말이나 되는 것인가.

이 회사 대표를 만나서 물어 봤다. “이 서비스, 나는 쓰고 싶긴하다. 근데 회사가 유지는 되냐?” 그랬더니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쓰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1주일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을 설레임으로 행복하게 승화시키며 보낸다고 했다. 상상을 해봤다. 누가 나 대신 바다에 나가서 낚시를 하고, 나는 푸른 바다와 뱃머리에 갈라지는 파도를 상상하며 대리만족하고, 그 바다냄새를 상자에 담아 나에게 보내주고. 낭만적이다. 적어도 나 같은 바다 덕후에게는. 하지만, 서울대 나와서 기회 비용 포기하고 이런 niche 덕후 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 없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사내 타이틀이 대표가 아니라 ‘선장’이다. 모두가 선장이라 부른다. 이 회사 구성원들도, 파트너사 직원들도, 그리고 이제는 이 회사의 주주가 된 나도 이 사람을 ‘유선장’ (성이 유씨이다) 이라 부른다. 유선장은 과거에 진짜 선장 노릇도 했었다. 자신이 직접 요트를 제작하기도 하였고, 제작한 요트를 타고 태평양 대서양 할것없이 횡단하며 세계를 누비기도 했다.

바다를 사랑하는 유선장은 작년 경상도 모처 어촌에 조그만 터전을 마련하고 주식회사 공유어장을 설립했다. 어부와 직접 거래한다는 유니크 한 컨셉이라고는 하지만 수산물 배달업체 치고 회사 이름이 꽤 거창한편이다. 무려 ‘공유어장’이라니…

언젠가부터 너도나도 공유경제 타령을 하면서 공유라는 말이 좀 식상해졌다. 여러가지 이유로 우버 등 소위 공유경제를 한다는 회사들이 대중들에게 되려 미움 받는 경우도 많다. 공유어장에서의 ‘공유’는 소위 공유경제에서 말하는 공유보다는 훨씬 근본적인 차원의 공유이다. 내가 소유한 차를 나누어 쓰고, 내가 소유한 집을 나누어 쓰고, 즉 누군가의 소유물을 나누어 쓴다는 ‘공동 사용’ 개념이 아니라, 생산 수단 자체를 ‘공동 소유’하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공동 관리’하겠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이 부분은 Part II 에서 자세히 언급).

주식회사 공유어장은 얼마전 ‘파도상자’라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소비자가 어부에게 조업 요청을 하면 어부가 배타고 나가서 고기 잡아서 보내주는 서비스다. 파도상자 사용자들의 공통점은 수산물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기다림의 1주일을 설레임으로 채우는 사람들이고, 어부님들이 조업하는 실시간 라방을 보며 같이 열광하는 사람들이다. ‘광어 1kg 가 여기는 얼마인데 저기는 얼마다’ 식의 초보적인 이야기는 두단계 정도 초월해서, 병어가 다같은 병어가 아니고 두배 가격을 주더라도 신안 병어를 먹어야 한다는 등의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이다. 최고급 횟감 이시가리(줄가자미)가 돌가자미로 번역이 잘못되고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 조심해야 된다는 둥의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풀어내는 사람들이다. 어류도감을 펼쳐놓고 엑셀에 종속과목강문계를 Tree 구조로 정리하여 어종을 분류하는 매니아들도 있다.

결국 공유어장의 비전은 단순한 수산물 쇼핑몰을 넘어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이다. 우리는 (CAN은) 공유어장 서비스 개발을 전담하기로 코파운딩 파트너십을 맺었다. 공유어장 파운더들은 수산업과 이커머스(*) 분야에서 뼈가 굵은 이들이고, CAN 은 Viki 에서부터 빙글까지 커뮤니티 서비스 10년의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레고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는 SaaS 로 만들어 놓았는지라, 프로젝트 시작 3개월만에 작품을 하나 런칭할 수 있었다. 너무 Niche 한 매니아 서비스가 아닌가 모두가 반신반의 했던 파도상자는 어느새 월 매출 1억원에 다가가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갈길이 바쁘다. 수산물과 바다를 사랑하는 이들을 백배는 더 모으고 집결시킬 수 있다. 다음 달에는 모바일 앱을 런칭하고 재방문과 engagement 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것이다. 어부 라이브방송, 채팅, 유저 레벨 시스템, 커뮤니티 코인과 보상, 공동구매 등올 연말까지 런칭할 것이 많다.

CAN 이 공유어장과 함께 일하며 가장 보람있는 것은 ‘소명과 철학을 담은 비즈니스’를 만드는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유어장의 철학과 이를 실현함에 있어서 커뮤니티가 어떻게 Crucial 한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 (Part II) 에서 이야기 하겠다.

* 유선장과 더불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대표는 지마켓 초창기 멤버로 시작하여, 싱가포르의 선구자적 이커머스 회사 Qoo10 의 창립 멤버이자 법인장을 역임한 이커머스 분야 Guru 이다.

--

--

Changseong Ho

A serial entrepreneur and investor. Co-founder of Viki, TheVentures, Impact Collective, CAN (Community Alliance 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