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코딩을 하고 싶다고?

Charlie Yoon
7 min readJul 22, 2016

영어로만 글을 쓰다가 한글로 쓰려니 힘들네요. 모든 글쓰는 분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한번도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까지 뜨거운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알파고가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많은 언론이 이제는 "알파고의 시대"라고 여러가지 경고성 기사를 쓰고, 컴퓨터 학원들이 이런 저런 광고를 내면서 코딩은 이제 대치동 엄마들의 학원 리스트에 추가가 된 듯 하네요. 한국에서 누구를 만나던 가장 먼저 하는 질문들은 보통 "내가 코딩을 배워보려고 하는데.."로 시작을 해서 "어떤걸 해야돼?" 또는 "가르쳐줘"로 끝나고, 저희 부모님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알고 프로그래밍을 시키셨어요?"라고 합니다. 급기야 글쓰기를 좋아하던 제 친구가 컴공으로 전과를 한다고 하네요.

사실 저희 부모님은 코딩을 시키신 적이 없습니다. 2005년 초에 우연히 이제는 반디엔루니스가 된 고속터미널 영풍문고에서 C언어 책을 구매했을 뿐이고, 제가 좋았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뿐이었죠. 항상 사람들은 어떻게 코딩을 하게 되었느냐, 어떻게 알았냐 (..) 등등의 질문을 하고 그에 전 항상 어떤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재미있었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한국에서 코딩 열풍이 분다는 사실에 많이 걱정을 했어요. 코딩이 앞으로 중요한 능력이라고 하는 게 C언어를 배우고, Python을 배워서 이걸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프로그래밍은 곧 어떤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그 문제 해결 능력을 만들어 주기에 중요한겁니다. 무슨 언어를 쓴들 그게 무슨 대순가요?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재미를 못느끼고 학원에서 국영수 같이 가르치면 그건 이미 코딩을 배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닌가요?

사실 저도 프로그래밍을 하겠다고하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정보 올림피아드 학원이었습니다. 제가 가본 학원 중에서 가장 특이한 학원이 아닐까라고 생각되는 게, 이 학원에는 수업시간이 없습니다. 그냥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문제를 보고, 그 문제를 푸는 코드를 짜서 넣으면 채점을 해주는 식으로 하나씩 풀어가면 되죠. 그 와중에 막히면 거기 계시는 선생님이 힌트를 줍니다.

이 학원에 가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뭘까요? 여러가지 알고리즘을 배워봤자 어차피 학원을 나오고 한달이면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 문제를 열고 이걸 어떻게 풀어야할까?라고 그 고민하는 한 두시간이 아마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이 변덕스러운 시간들을 이기고 계속 코딩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일껍니다. 학원에서 근의 공식을 가르치듯이 코딩을 가르친다면 정말 중요한 알맹이를 포기한 것이 아닐까요? 사실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코딩을 해서 정말 뭔가를 만들 수 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죠.

한국에서 코딩을 하겠다고 하시는 분들 중 대부분은 "취직할 때 도움이 되겠지?" 또는 "대학 갈때 도움이 되겠지?"하고 시작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영어를 공부하고 자격증을 딸 때도 이런 생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취직하겠다고 영어학원을 끊고나면 한 3일은 가는가 싶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토익 점수를 만들고 컴활을 따서 이력서에 쓰면, 실제 업무에서는 얼마나 그게 중요합니까? 코딩이야말로 그렇게 어렵게 배워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으실껀가요? 사실 엑셀에 VBA로 매크로 만드는 일 외에는 다른 쓸모가 있나요?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겠지만 십중팔구 독자 분이 만든 프로그램은 코딩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코드보다 퀄리티는 안나올꺼고 그냥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낫습니다. 사실 정말 독자 분이 프로그래밍을 하려는 이유는 TV에서 모든 사람이 코딩을 할 수 있어야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안될 것 같아서 아닌가요? 또 만약 코딩학원을 알아보고 있는학부모라면 어디 카페에서 "일론 머스크는 12살에 코딩을 독학했다"라고 이야기가 나와서, "내 아이가 일론 머스크처럼 성공하려면 (그 만큼 돈을 벌려면) 코딩을 시켜야겠다!"라는 결론을 내고 코딩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만약 (써놓고보니 케이스가 많아서 정리를 해야할 것 같네요.)

  • 본인이 취직을 준비하고 있고 이력서에 한줄을 더 넣기 위해 코딩을 하려고 한다면.

이건 솔직히 독자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위에는 뭐라고 많이 적어놨지만 사실 밥벌어 먹는게 치열하고 힘든데 그 기분을 어찌 이제 겨우 대학에 들어가는 제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사람이 이력서 특기사항의 줄 수로 평가 받는 세상에서, 또 본인은 코딩이 뭔지도 모르면서 "알파고의 시대"라며 코딩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면접관 앞에서 제가 뭐라고 할말이 없네요. 그렇지 않은 회사에 입사하라고 하고 싶어도 그건 이미 옵션이 아닌데 어쩔 수 있을까요.

  • 본인이 만약에 코딩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서 하는 게 아니면 다른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으세요. 어차피 프로그래밍은 정말로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하는거라 좋아하지 않으면 못합니다. 또 한국에서 프로그래밍하려면 정말로 3D 직종이 따로 없다고 합니다. "월화수목금금금"은 예사고, 이렇게 일해도 야근 수당 안나오고, 괜히 밑에 이런 만화가 나오겠습니까?

  • 본인의 아이를 코딩을 시키겠다면

일단 저기 *린 컴퓨터 학원이나 이런데 보내실꺼면 그만두시고, 정말 아이가 원한다면 아이가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책 사주시고, 컴퓨터 사주시고, 이게 더 도움이 돼요. 그럼 애가 게임만 한다고 하시는데 사실 정말 코딩하고 싶어하면 게임 안하고 공부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게임도 좀 하고 살아야지..) 많이 이상적으로 들리실 지 모르겠지만 저도 독학을 한 케이스고 제 주변에 컴퓨터와 키보드로 밥벌이하시는 분들의 90%는 좋아서 독학한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만약에 제가 지금하는 것을 시켰다면 그것 때문에라도 안했을지도 모르고, 저희 부모님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좋으신 분이라 제가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정말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제가 어릴 때는 첼리스트를 하겠다고 첼로 레슨을 끊어달라고 했을때도 해주시고, 아무도 프로게이머와 프로그래머의 차이를 모를 때 C언어 책을 사주셨어요. 제 동생은 지금 미술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이런저런 것, 해보고 싶은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만약 애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데 형편이 안된다, 하시면 연락 주세요. 저도 뭐 딱히 남 신경써줄 상황은 아니지만 있는 책 나눠보고, 카페에서 같이 죽치고 공부하더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

  • 만약 본인이 저기 위의 면접관이거나 경영자 분이시라면

잘 모르시면 "아무나 하는 거 아냐?" 소리치지 마시고 잘 아는 엔지니어가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코딩은 안하고 책을 보고 있으면 더 잘 만들기 위해 공부 중인거고, 구글에서 검색하고 있으면 일하고 있는 거에요. (한가지만 더하자면, WWDC 다음날은 회사에 늦게 출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밤 샜을 겁니다.) 어차피 하루에 나올 수 있는 코드 양은 정해져 있어요. 당신 눈에 간단한 수정도 엄청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건축가에게 "이 건물 1cm만 옆으로 옮겨줘요" 해보세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리고 면접 보실때 아무에게나 코딩할 수 있냐고 묻지 마시고, 정말로 필요하시면 엔지니어를 채용하세요. 세상에는 적게 일을 하고도 많은 것을 한 것처럼 보이는 일이 있고, 많은 일을 하고도 적은 것처럼 보이는 일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개발은 후자이기에, 프로그래머들에게 대우를 해주시고, 왠만한 것은 외주를 주지 마시고 직접 채용해서 개발하세요. 한국에서 프로그래머들에 대한 대우는 정말이지 바닥인 듯 싶습니다. 코딩 교육 열풍 대신 있는 프로그래머들에 대한 존중이 생겼나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까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