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무슨 사람 열 받게 하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아프다면서 밥도 안 먹고 약도 안 먹고 아침부터 직장에 와 있는 마누라가 그리 약을 먹으라고 노래를 불러도 들은 체 만체 하고 그러면 내가 옆에 달라 붙어서 약 먹이고 확인하고 수발 들고 그래야 돼? 마누라가 새벽부터 나가서 하루종일 일하는 거 알면 불쌍해서라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챙기겠다. 무슨 나 위해서 먹는 약도 아니고, 그걸 먹어야 하루라도 빨리 낫는 다는 거 뻔히 알면서 일부러 안 나으려고 용쓰는 것도 아니고 그거 챙겨 먹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걸 못하는데? 아니 대체 어떻게 자랐길래? 어떻게 키웠길래?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안하고 못하고 미루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마지 못해서야 하고, 이건 분명히 당신을 잘못 키운거야. 이럴수는 없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두번도 아니고, 물론 그러면 당신은 그러겠지. 신경 쓰지 말라고. 나도 신경 안 쓰고 싶다. 그냥 신경 쓰이는 인간 나한테 떠 넘겼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 돈도 지 뿔도 없으면서 옷 사고, 차 이야기 할 때는 발이 아파서 불어 터져도 신이 나서 돌아 다니고 그 외에 것은 해라 해라 해도 들은 체 만체하고 아니 듣고도 못 들은 척 하고, 지 할 말만 생각하고… 사회 비판하고 남 욕하고 지나가는 것들 이야기할 때만 눈에 불을 켜고 쌍심지를 켜고, 그 정성과 마음으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옆에 있는 마누라한테나 충실하지 그래? 그리 다닐 때는 안 아픈 사람처럼 행동하고 집안 일이나 이런 거라도 할라 치면 내가 안 아픈 척 하니까 안 아프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며 생떼나 쓰고… 대체 인간이 뭐 이리 놈팽이인데? 아프다고 쉬라 해도 쇼핑도 해야 하고 영화도 봐야 하고 그러면서 회사는 가기 싫고 약은 먹기 싫고, 뭐 백수 되기 전초전이가? 진짜 생각할수록 짜증나서 정말… 진짜 당신 같은 자식 있었으면 키우는 내내 평생을 후회했을거야. 열불 터져서 진짜… 여기서든 울산에서든 밥을 먹든 약을 먹든 니 마음대로 하세요. 니 몸이니까. 그 대신 내 앞에서 아프니 뭐니 소리 하지 말고. 당신은 또 그러겠지. 약 하나 안 먹었다고 신나게 욕 얻어 먹었다고… 사태의 본질은 모르고… 내가 아침부터 약 먹으란 소리를 얼마나 했는데 하루 반나절이 다 가도록 아직도 안 먹었어. 저렇게 매사에 자기 관리 안 되고, 쾌락적이고, 질서라고는 없이 사는 인간을 만나서 그게 사랑인 줄 알고 착각의 늪에 빠져 있었던 내가 내 발등 찍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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