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배지영

- <현대시> 2016년 11월호

Bae Ji Young
Aug 22, 2017 · 2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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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 배지영

늪은 살아있어요
밥알과 섞인 물풀들 사이에서
들린다고 했잖아요
푸르고 깊은 목소리
명료하게 떨어지는 자음과 모음
가끔씩 숟가락 위로 묻어나는
담백한 숨소리 나와는 반대의
얇고도 단단한 껍질

그 목소리는
물에 가까워지는 중이에요
바다가 꿈인 나와 닮았죠
하지만 내 안엔 마른 모래만 가득해
목 안에서는 하얗게 질린
고래가 죽어가요
체온이 없죠 평생 헤엄도 못쳐
쓸데없는 지느러미를 스치는
아가미 바람 휘날리는 납가루
기침이 멈출 날이 없네요 때문에
이따금 늪을 한 숟갈 크게 삼킵니다
영양가는 없지만 무거운 성분이
속을 바닥 끝까지 가라앉게 해주니까요

잘하면 무언가 될 수 있다고 믿은
한 때가 있었어요
따라가지 말았어야 했죠 죽어도
애도 아니고
아무리 씻어도 닦아지지 않는 세계
이젠 몸을 담가버려서
체념하려고요 이곳은
축축하게 젖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죠
이곳은 물과 육지의 경계
울창한 습지 식물들 사이로 보이는
저 멀리 수평선

저물어가는 하늘이
그 위로 후드득 쏟아져
얼룩을 새기고

너무 외롭다고 느껴져
순식간에 불을 껐죠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에요
목이 막혀
젖은 김 뭉치를 마시니까
여긴 바다가 아니야
짠물에선 나무가 살 수 없는 걸
하지만 저건 나무가 아니야
저건 사람…… 이곳은 천국……

)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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