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 / 배지영
사랑해요
이 말은
누구에게도 하는 말이 아닌
허공에 뿌리는 말
텅 빈 복도 끝에
정오의 빛이 쏟아지고
아이들이 흘리고 간 먼지 사이로
반짝이는 눈망울들이 바닥에 구르고 있어
숫자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이, 많이
고요한 네 목소리가
내 울음과 뒤섞일 때의
그 거룩함
흔한 등짝을 가진 네겐
그 어떤 위로도 해줄 수가 없구나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들려오는
친구야, 그 말은 참 슬픈 이야기였어
다 참을 수 있었지만
추운 건 정말 참기가 어려워
계절은 왜 자꾸 돌아오는 걸까?
늑골이 창 사이 바람처럼 몸을 떨잖아
아이들의 웃음과
같은 숨결로
창문 끝에 집을 매달았던 나는
파리해진 입술을 매만지며
눈빛들이 사라지는 해거름이 되어서야
운동장 수돗가에 누워 몸을 적신다
엄마, 아빠,
저는 맛이 없는 물이라도
건강에 좋다고 하면
꼭꼭 씹어 삼켜요
사랑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