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일 / 배지영

- 월간 <현대문학>,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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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일 / 배지영

살갗을 용서하지 않을 것처럼 긁었다
피가 송골송골 맺혀가는 가슴팍
사실은 용서하지 않기 위해 긁었다

한심해, 한심해 계속 말을 하면서

먼지처럼 날아가는 각질을 내려다봤다
“더러워”라고 말하는 맞은 편 할머니의
경멸하는 눈빛과 함께

나의 죽은 세포
내가 죽인 나

알레르기가 생긴 건 사춘기가 지나고 였다
먼지로 시작해서 갑각류 동물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어버린 내 안의 면역 체계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란 걸 알게 된 이후
나는 자꾸만 죽음의 순간을 재현한다

밀려오는 졸음이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세포로 환원하는 분열을 상상해봐
 꿈 없는 잠 끝에 다음이 있을까
 정말로 우리가 다시 모일 수 있을까

이 몸 안에 모인 이 유기물들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세포가

살아온 세계가 모래처럼 흩어진다고 상상하면
새롭게 시작해, 사랑을 동경해*, 창밖에서 들려오는 유행가
여자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노래는 슬프게만 들리는데

가슴을 문지르면 거품이 일어난다
뼈 사이 디스크처럼 우리 사이에도 무언가 있다고 믿게 되고

떨어지는 것도 바닥에 있는 나에겐 파도야

이건 피부가 하는 이야기
사라져가는 나에게

* 여자친구, <너 그리고 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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