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안국사(安國祠) 오르는 길 / 배지영

- <시인동네>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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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안국사(安國祠) 오르는 길 / 배지영

지난 밤 가을비가 지나간 사이
이삿짐센터 앞 키스하는 아이 석상 머리가 날아갔다

키스하다가 목이 날아간 기분을 아세요?

석상이 빈속으로 흙냄새를 풍겨오고
나는 소간을 퍼 올린 것 같은
아이의 벽돌색 입술을 기억해낸다

성물 가게에선 벽돌색을 쓰지 않아
연한 분홍색을 쓰지 갓 태어난 것처럼
부벼진 곳 없는 입술, 태어나 혼자 살아가는 색

바닥에 흩어진 묵주와 성화 액자들을 헤치며
매일 석상 앞을 지나는 노인의 등에선
하루가 다르게 빈손이 자라났다

어깨춤을 추며 내려오는
장군신 앞 향냄새

아이들은 천사나 마리아가 아니라
낡은 여닫이 장롱과는 다른 이것을 돋아나는 날개라 짐작했다

어떤 기억이나 오래된 믿음은
살아 잊혀지는 동안
죽은 것이라도 품어야 잠이 온다고

옅은 불내에
호흡은 점점 무거워지고

오래된 소나무 사이에 거미줄이
너덜너덜한 유적이 되어 흔들린다

손을 맞잡은
아이들의 목 안으로
밤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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