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분 / 배지영
뿌리를 누르던 것은 기어코 뽑아내야 할 시기가 온다
술 마실 때마다 부풀어 오르던 사랑니를 뽑고
집으로 돌아와 네 생각이 났다
전화를 걸까 했지만
앙상해진 산세베리아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선물한 산세베리아
내가 사랑한 산세베리아
다 시들어버린 그것을 버리려 하자
식물을 좋아하는 어머니는
정성을 다해 식구를 늘려주었지*
네 것의 자식과
자식의 자손들까지
우리 집 거실에서 새파랗게 태어난
밤마다 우리 가족을 내려다보는
네 식구들, 파란 식구들
호흡은 파랗게,
더 파랗게 물들어가고
나의 가난한 밤일은
손톱만한 잔돌과
몇 마디 말을 주워오는 것
네 뿌리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깊숙이 찔러 넣는 것
하지만 아무도 죽어지지 않았다
갈 곳 없는 불쌍한 것 거두어줬더니
흙구덩이를 파낸다며 고양이만 혼이 나고
네 허리춤 주변으로 작은 무덤만 늘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헤프게 웃었었지
산세베리아,
꽃을 피워낸 산세베리아
산세베리아 푸른 발아래
손가락을 넣어
부서진 사랑니와 닮은
조각돌을 꺼내어본다
“아직도 과정인 것 같아”
혼잣말을 하며
밥알 같은 핏덩이를 씹어 삼키며
물고 있던 솜을 찔러 넣었다
턱 아래로 서서히
뿌리의 자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 식물의 가지를 잘라 심으면, 새끼 잎과 뿌리가 자라난다.
